요한 칼빈(John Calvin) 그는 누구인가?

칼빈(John Calvin)은 프랑스인 신학자요 교회 정치가로서 16세기 종교개혁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1509년 7월 10일 루터보다 26년 늦게 태어났으며, 루터가 비텐베르크 대학 게시판에 중세교회를 향한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내걸었던 1517년에 칼빈은 이제 겨우 8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루터가 종교개혁의 불길을 독일에서 지폈다고 한다면, 칼빈은 그 불길을 전 유럽에 확산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칼빈의 아버지는 그를 성직자로 키울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그가 열두 살 때 교육비로 대성당에서 성직록(聖職錄)을 받게 했다. 칼빈은 파리의 몽테귀대학에서 인문과학을 공부했다. 이 대학은 당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와 예수회 설립자 로욜라와 같은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바 있는, 수도원적인 엄격한 대학으로 유명했다. 칼빈은 그곳에서 학문적인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오를레앙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이것은 그의 생애에 있어서 중대한 의미를 가졌다. 만일 칼빈이 몽테귀대학에서 문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신학공부를 계속했더라면 이 보수적인 대학교의 교육에 의해 그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한 성직자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오를레앙대학교에서 법학과 더욱 폭넓은 인문주의에 접함으로써 비로소 그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교개혁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칼빈이 가톨릭에서 복음주의로 언제 회심했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대체적으로 그의 최초의 저서인 ‘세네카 관용론 주석’을 출판한 1532년 전후로 추정된다. 그는 후에 그의 회심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고 말하였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프랑스의 종교개혁 그룹에 속한 친구들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프랑스 정부가 이들 개혁 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박해를 가하기 시작할 즈음인 1533년 칼빈은 파리대학교의 신임총장의 취임연설문을 작성한 혐의로, 그 내용의 개혁성향이 문제가 되어 파리를 떠났으며, 1534년 성직록을 포기했다.

이 무렵 칼빈은 개혁주의자들을 변호하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그것이 저 유명한 <기독교 강요>이다(1536년). <기독교 강요>는 개혁신학의 포괄적이고도 체계적인 교리를 담고 있으며, 종교개혁 중에 출판된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가 되었다. 칼빈은 이 저작으로 인해 곧 개혁주의자들의 가장 권위 있는 대변자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를 출판한 후 이탈리아를 거쳐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길에 잠시 스위스의 제네바에 머물렀다. 당시 제네바의 종교개혁을 주도하고 있던 파렐(Farel)은 칼빈의 도움이 절실하였다. 파렐은 칼빈이 제네바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그를 찾아가서 제네바를 함께 개혁할 것을 강권했다. 칼빈은 제네바에서 처음에는 성경 강해자로, 후에는 설교자로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제네바에서의 칼빈의 개혁은 곧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성찬을 받기에 합당치 않은 자들이 출교 처분을 받게 되자 그들은 칼빈의 개혁에 반대했다. 마침내 1538년 칼빈을 비롯한 개혁파 목사들은 제네바에서 추방됐. 제네바에서 추방당한 칼빈은 스트라스부르로 가서 프랑스 피난민 교회에서 목회했다. 그곳에서 그는 결혼하여 자녀를 낳았으며, <기독교 강요> 증보판과 <로마서 주석>을 출판하는 등 독서와 저술에 힘쓰며 오랜만에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에 칼빈을 반대하던 자들이 제네바에서 세력을 잃게 되자 제네바 의회는 다시 칼빈을 청빙하여 제네바를 개혁하게 하였다. 제네바에 다시 돌아온 칼빈은 ‘교회 법령’을 작성하고 제네바를 보다 철저하게 개혁하여 제네바를 기독교 공동체의 모델이 되게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제네바의 정치는 안정되어 갔으나 칼빈의 건강은 악화되었다. 그는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구술로 저작 활동을 계속하다가 1564년 5월 27일 55세의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칼빈은 서양사회가 중세에서 근대로 변화하던 과도기에 태어나서 서양의 근대화에 크게 공헌하였다. 칼빈은 서구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민주주의 어머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칼빈은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칼빈은 당시 개혁파의 한 부류인 재세례파(Anabaptists)의 공산주의적 사상과 대결해야 했다. 칼빈은 사유재산 제도는 타락한 인간들을 견제하기 위해 준 신적 제도로 보았다. 칼빈은 근대 복지사회의 형성에도 공헌하였다. 그는 재산의 공유제도는 부정하였지만,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힘쓸 것을 강조했다. 제네바가 지향했던 복지사회 제도는 현대 서구사회의 모델이 되었다. 19세기와 20세기에 스위스, 독일, 미국 등지에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를 반대하면서 기독교적 사회주의 운동을 전개했던 사람들은 대개가 칼빈주의적 전통에 서 있던 사람들이었다. 칼빈은 근대 과학의 발전에도 기여했으며, 근대 서양문화의 형성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