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4.11 총선을 통해 본 ‘기윤실’과 ‘김용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고신대 신학과 이상규 교수

▲이상규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상규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3월 23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기윤실기독유권자 운동 캠페인을 소개합니다’는 메일이었다. 선거에 대해 이야기하고(talk) 누구를 뽑을지 기도하고(pray) 투표(vote)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소 교과서적이지만 공명선거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FTA,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 정치적 결정에 따라 나의 삶은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는 말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기윤실이 보낸 캠페인에서 특히 동의할 수 없는 한 가지가 “특정 후보 또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과연 기독교 신앙은 특정 인물이나 특정 정당과 무관한가? 나는 이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기독교 신앙은 특정 인물과 특정 정당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윤실은 “특정 후보 또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과 기독교 신앙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고 한 다음 “기독교를 앞세우면서 실상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하는지, 아니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책을 실현하려고 하는지 잘 판단해보시고 투표합시다!”라는 말은 덧붙이고 있는데 아마도 기윤실은 기독교신자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말도 앞의 진술과 모순이 된다. 앞에서는 특정 정당은 기독교 신앙과 무관하다고 했으나 여기서는 하나님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정 개인이나 정당은 하나님이 원하는 정책에 반(反)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철학이 있고, 그 이념으로 뭉쳐진 집단이 정당이다. 정당은 가치중립적 집단이 아니다. 모든 정당은 정당의 존재이유가 되는 정책이 있고, 그 정책 실현을 목표로 후보를 공천하고 각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표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은 득표에 도움이 된다면 부정한 방법도 불사한다. 의나 공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특정 정당은 기독교신앙과 무관하단 말인가?

개인이나 정당의 정책이 어떠하냐 하는 점은 기독교 신앙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물론 한국에는 자신의 이념이나 철학과 관계 없이 이 정당, 저 정당을 순례하는 철세 정치인이 적지 않다. 정당도 특정인의 필요에 따라 급조되고 해산되기도 한다. 무슨 열린당이 닫힌 너희들당으로 전락하여 무대에서 사라졌고, 무슨 새천년 당이 천년이 아니라 10년도 못가 폐업을 하고 한나라가 아니라 두 나라당이 되는 것이 한국 정당사의 현실이다. 공공성이나 윤리성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치인 개인이나 정당은 공개적으로 선언한 정강이나 정책이 있다. 어떤 당은 공개적으로 사회주의 이념을 받아드리는가 하면, 북한 같은 폐쇄된 사회 외에도 일본에는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공산당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공개적으로 공산당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어떤 정치인은 낙태의 합법화는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정당은 소수자 인권이란 이름으로 동성애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를 이성애와 동일한 혼인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다. 그런데도 불과하고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은 기독교신앙과 무관하단 말인가? 심지어 어떤 정당은 비록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구성원의 다수는 반 기독교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고 기독교를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다. 어떤 정당은 특정 종교집단을 배경으로 조직된 정당도 있다. 그런데도 특정 정치인과 특정 정당은 기독교 신앙과 아무런 관계가 없단 말인가?

기독교인은 성경이 가르치는 기독교적 가치 실현을 이상으로 하는데, 어느 정당이 기독교적 가치에 보다 근접한가를 고려해야 한다. 특정 정치인과 정당은 기독교 신앙과 무관하지 않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 선택권은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을 헤아리는 개인의 신앙양심의 문제일 뿐이다. 기윤실에 기독교적 관점, 아니 기독교 세계관적 안목을 주문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일까?

김용민과 기윤실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던 김용민 후보의 막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냥 지나칠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건강한 사회를 위해 나도 한마디 거들고자 한다. 선거가 끝났으므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꼼수 출신인 김용민 씨는 자신을 ‘목사 아들 돼지’라고 소개한다. 금년 2월 10일 나꼼수 방송에서 “음담패설을 일삼는 목사아들 돼지 김용민입니다”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실제로 목사 아들인 그는 음담패설과 온갖 험악한 말로 여성, 논인을 폄하 하거나 조롱하고 특히 교회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저주의 상을 차렸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아 만사를 뒤로하고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그의 언사는 온통 욕과 성적 언어로 충만했다. x발 새끼 개새끼 등은 점잖은 축에 속한다.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욕설은 그만 두고라도 교회에 대한 그의 험담은 저주에 가까웠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일종의 범죄 집단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한국교회는 척결의 대상”이라고 했다. 목사들에게 ‘x까’라고 욕을 퍼붓고 목사가운을 입고 축도를 하기도 한다.

2011년 10월 24일 나꼼수 25회 방송에서 김용민은 “꼼수 그리스도 특별찬양예배를 드리겠습니다”라고 하고는 찬송 338장 “내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을 개작하여 “내곡동 일대를 사려함은”으로 부르고 축도로 예배를 마치겠다고 하고는 “지금은 우리 쥐꼼수 그리스도의 노후대책과 그의 외아들 이시영 팀장의 차명 매입과 그의 마누라 김윤옥 권사의 풍수지리 조사가 내곡동 사저 터의 뒤탈 없는 매입과 재테크가 지금부터 영원토록 함께 하시길 원합니다.”라고 조롱했다. 이것은 사적인 대화가 아니라 공개 방송에서였다. 찬송가를 개작하여 교회를 모독하는 일은 그만이 할 수 있는 희롱이다. 한국교회나 신자들, 그리고 목회자들을 우롱하는 것은 우리의 못남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하나님을 모독하는 그의 언행에 나는 분노했다.

문제는 이런 언행에도 불구하고 그를 동조하거나 인정하고 심지어는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통합 민주당은 그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했다. 작가인 공지영씨는 그를 ‘사위로 삼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음담패설이나 막말을 거절한 이유가 없다. “부인하고만 떡치라(성행위)는 법이 없다”고 해도 그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 놀란 사실은 기독교 윤리실천운동을 펼치는 기윤실 마저도 그를 받아들이고 그를 정치평론가로 당당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기윤실이 펴낸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독시민 정치교본’의 추천인 중의 한 사람이 김용민씨였다. 이 책을 추천하는 손봉호, 이동원의 반열에 ‘김용민’을 올려놓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원희룡, 이인영, 김상봉과 함께 추천인으로 거명된 것을 보면 정파를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기독교,’ ‘윤리,’ ‘실천’을 말한다는 기윤실이 공식문서를 출간하면서 김용민씨에게 추천을 의뢰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상식이지만 추천이란 무엇인가? 책을 출판하면서 아무에게나 추천을 청하지 않는다. 음담패설을 일삼는다고 자처하는 그를 기윤실 마저도 ‘정치평론가’로 인정하고 그의 추천까지 요구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이해찬씨나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씨 같은 이도 김용민의 언행이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후보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는가? 한 사람의 언행은 내면세계의 반영이다. 예모나 품위는 그만두고라도 인간 사회의 기본적 윤리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가는 울타리이다.

거짓과 부정을 막아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거짓을 일삼고 불의를 행하는 자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고 말한다면 기윤실은 정직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김용민씨는 이렇게 추천했다. “2007년 대선, 이 땅의 교회에는 모든 이성적·합리적 토론 과정이 생략된 채 ‘닥치고 장로 대통령’ 구호만 난무했습니다. 소수의 탐욕 지향적 교회 지도자들의 농간 탓입니다.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나라는 도탄에 빠졌고,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절망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제 누가 뭐라 하건 간에, 관망자였던 그리스도인들이 토론의 장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의 청사진을 밝힘으로써 그 존재감을 발해야 합니다. 이로써 소수의 이너서클에 의해 이익 집단화된 한국교회가 다수의 참여에 의한 상식과 원칙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 책이 참 병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그가 한국교회를 척결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기윤실의 권위와 영예는 어디에 근거하는가? 진정한 기독교, 윤리, 실천의 도를 보여주면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기윤실은 ‘기독교’, ‘윤리’ ‘실천’을 젊은이들의 방식으로 말하면 녹녹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런 글을 써야 하나 하고 망설였다. 그러나 기윤실을 바라보는 이런 시각도 있다는 점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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