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의 아쉬움과 기독교인의 역할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예리한 논쟁보다 감성에 치우쳐… 비기독교인들에게 공감대 부족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 포스터.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 포스터.

※본 리뷰에는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존재한다면 증명해 보라고 말하는 세상의 무신론자들 앞에서, 기독교인은 당당하게 그분의 살아계심을 증거할 수 있을까? 하나님이 설 자리를 잃은, 무신론과 반신론이 넘치는 세상 가운데,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God’s not dead)’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살아계신다’고 선포한다. 

영화는 하버드대 출신 의사 ‘밍 왕’의 실화를 바탕으로, 독실한 기독교인 대학 신입생이 무신론자 철학 교수에 맞서 논쟁을 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증명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무신론자인 철학 교수 ‘제프리 래디슨(케빈 소보 분)’은 첫 수업 시작 전 80명의 수강생들 모두에게 종이에 “신은 죽었다(God is dead)”라고 쓰라고 강요한다. 그러자 ‘조쉬 휘튼(쉐인 하퍼 분)’은 홀로 반론을 제기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단단히 화가 난 교수는 조쉬에게 “신의 존재를 증명해 학생들과 자신의 마음을 바꿔 보라”는 과제를 내주며, 만약 못할 경우 낙제시킬 것이라고 선언한다.

강의실 안 학생들 앞에서 홀로 ‘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의 많은 기독교인들의 모습과 같다. 믿음을 버릴 수도, 그렇다고 학점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부인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세상에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반성의 기회와 도전을 준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축으로 전개되지만, 이 외에도 암에 걸린 무신론자 저널리스트, 종교관이 변하는 중국인 유학생,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싶은 무슬림 소녀 등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조쉬’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된 중국인 유학생 ‘마틴’(폴 쿠오)은, 철학 교수와 ‘조쉬’가 벌이는 불꽃 튀는 논쟁을 보면서 점차 기독교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신론자 철학과 교수 ‘래디슨’의 연인이자 기독교인인 ‘미나’(코리 올리버)는 사랑과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이슬람 가정에 태어난 소녀 ‘아이샤’(하딜 싯투) 역시 자신만의 믿음을 키워 나가는 중 가족들과의 마찰을 빚게 된다. 이들 모두 자신의 현실과 종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신을 믿지 않던 당찬 저널리스트 ‘에이미’(트리샤 라파쉬)는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연인에게 버림까지 받게 된다.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의 여러 장면들. ⓒ영화사 제공
▲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의 여러 장면들. ⓒ영화사 제공

기자는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무신론자와와 기독교인의 불꽃 튀는’ 논쟁과 ‘무신론자들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 드는’ 기독교 진리의 정수를 기대하며 부푼 가슴을 안고 영화를 감상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예민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문제였을까. 영화는 전반적으로 예리하고 풍부한 논쟁을 보여주기보다는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는 듯해 아쉬움이 남았다.

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낙제를 면치 못할 입장에 놓인 조쉬. 그는 천체물리학·종교·무신론 서적 등을 밤낮으로 공부하며 신이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 그런데 유신론과 무신론의 논쟁에서 깨달음과 감동을 얻기 어려웠다. 빈약한 근거와, 감정에 호소하다 급하게 내리는 듯한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조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다.

교수는 처음엔 조쉬의 주장에 기세등등하게 반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나중에는 과연 철학 교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맥없이 무너진다. 영화는 종국에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모두 주장에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신의 유무에 관한 것은 결국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로 결론을 짓는다. 완벽하게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명쾌하게 받아들이기에도 찝찝한 결론이 아닌가 싶다. 영화의 흐름상 신의 유무에 대한 논쟁의 결론은 유보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God is not dead”로 귀결된다. 기독교인들 외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영화에서 교수는 자신이 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싫어하게 됐는지 트라우마를 고백한다. 자신이 12살 되던 해,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교수는 “하나님이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셨다”는, 오해와 상처로 인해 하나님을 미워하게 되고 떠난 것이다. 그에게 하나님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보다, 무신론자(혹은 반신론자)들이 안고 있는, 사랑의 하나님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교수의 어머니가 운명하기 전 아들에게 남긴 편지로 하나님의 입장을 대변하려 한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교수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죽기 전 목사에 의해 하나님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가 충분한 근거와 논리를 갖고 좀 더 중립적인 자세로 논지를 이끌었다면 수작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무신론자(혹은 반신론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기독교인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 영화에는 칭찬할 거리가 많다. 세상에서 잘나가고 승승장구하는, 신을 믿지 않던 사업가는 자신을 알아 보지도 못하는 치매 걸린 노모 앞에서 혼잣말을 하듯이 읖조린다. “어머니는 평생을 기도하고 믿으셨죠. 나쁜 일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으시고 말이에요. 어머니는 좋은 분이시고 나는 비열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어머니는 치매에 걸리셨고 제 삶은 완벽하잖아요. 제게 설명 좀 해보세요.”

이러한 질문은, 비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도 가질 수 있다. 왜 믿지 않는 자가 세상에서 승승장구하기도 하고, 선하게 살고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이 고난과 시련을 겪기도 하는가. 그에 대한 어머니의 답은 이렇다. “가끔 악마는 사람들에게 어려움 없는 인생을 살게 한단다. 왜냐하면 악마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 너의 죄는 감옥과 같은 거야. 살기에 아주 좋고 편한 것만 빼고 말이다.”

기독교인에게 고난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접촉점’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고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주인공 조쉬는 “진정한 믿음은 가장 위험할 때 검증된다”는 C.S. 루이스의 말처럼 힘든 상황 가운데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는 ‘믿음’을 드러냈으며, 둘의 논쟁을 보던 중국인 유학생은 하나님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믿게 된다.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소녀는, 가족들의 핍박이라는 고난 가운데서도 더욱 뜨거운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사실 위에 나열한 ‘칭찬거리’들은, 기독교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고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기독교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넘어, 비기독교인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 혹은 문화로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을 변증하는 것. 이것이 기독교인의 사명이고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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