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저들을 '월경 침입자'인 탈북자들을 밀출국 했다는 중국 국내법을 잣대로 기소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봉일 목사, 천기원 전도사 그리고 전명근 목사, 최요셉 목사는 중국이 표명하는 인신 매매범도 아니고 오늘의 중국이 크게 부담스러워하는 기획망명의 주도자들도 아니다.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순수한 전도자들일 뿐이다.
그 동안 중국은 음성적으로 한국의 선교사들의 중국 내 선교활동에 대하여 소극적 단속으로 묵인해 왔다. 실제로 한국 선교사들과 선교단체들이 중국 내 투자한 선교비를 달라로 환산하면 그 액수 역시 만만치 않은 수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13억의 중국이 15만 명으로 추산되는 탈북자들과 불과 수십 명의 많지 않은 중국 내 한국 선교사들에 대하여 표적 수사에 열을 내고 있는 것인가? 이유가 나름대로 있겠지만 탈북자들의 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확산되고 세계 언론의 화두로 자리를 잡아가는 변화에 대하여 큰 부담을 느낀 것이다. 탈북자의 난민지위 문제는 곧 중국의 인권문제로 확산되어 갈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내린 예방책일 것이다.
그 동안 중국 내에 거주하거나 출입해 왔던 한국 선교사들의 여행 기록들은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하여 주도 면밀히 수사 기록 보관되어왔다. 중국 공안의 미행 수사에 관한 실력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공안은 탈북자들의 기획 망명의 주동자들을 체포하기 위하여 고구마 순 캐기(※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기면 줄줄이 고구마가 따라 올라온다는 뜻) 식의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세계인의 축제, 평화의 한마당 잔치인 2008년 세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인 것이다.
중국이 스스로 대국이라고 자인한다면 금번 일어나고 있는 중국 내 한국 선교사들의 강경 수사 천명을 스스로 조율해야 할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중국이 강경 표적 수사를 선포하고 자국의 법으로 선교사들을 구속한다고 NGO들이 주도했던 기획 망명이 자제되어지고, 탈북자들의 한국 망명의 러쉬가 사라지겠는가? 언제나 강한 공권력은 더 큰 저항을 불러왔고 예수님이 말씀처럼 '칼은 칼로 망한다'는 진리를 깊이 새겨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권은 영원한 불멸의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국(大國)일수록 먼저 살펴주는 아량과 넉넉한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어른이다. 키만 크다고 축구를 잘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약간 유리(有利)할 뿐이다. 사람 수만 많다고 대국(大國)은 아니다. 그 품위에 맞게 처신해야 대접을 받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 선교사들을 인도 우선원칙에 입각하여 사려 깊은 결론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지나칠 만큼 중국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외교 정책을 펼쳐왔다. 한국 정부의 입장도 생각해 주어야 힘있는 정부의 말을 NGO들도 귀기울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부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낀다. 반세기 분단의 역사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의 수는 아직도 2000명에 머물고 있다. 그 수는 국내에 거주하는 수십만의 불법 체류자와 조선족 동포의 수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숫자이다. 통일은 땅과 땅의 만남이 아니다.
통일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들의 한국 행 입국망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민족에게 선진국가들이 지니는 동일한 특혜를 주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멀고도 가장 가까운 나라 북한 땅에서 고통받고 굶주린 우리 동포들을 위하여 사용토록 주신 하늘의 은총이다. 그러나 부의 축척이 목적대로 구체화되지 않을 때 윤리의 기준은 무너지고 세상은 타락의 이기주의로 몰락하고 마는 것이다.
탈북자들을 위하여 봉사하다 구속되어 있는 선교사들은 통일선교에 선각자들이다. 우리는 저들을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디 사도 바울이 로마법을 어겼기 때문에 단두대에서 순교를 당했는가? 혹자는 법을 지키며 선교하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북한의 법을 지키면서 전도하자'라고 말하면 북한 선교가 되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와 용기를 더 해주는 격려일 뿐이다. 지금도 그리스도 안에서 갖힌 자 된 최봉일 목사, 천기원 전도사와 전명근 목사 그리고 함께 붙잡혀 불안에 떨고 있는 17명의 탈북자 형제들의 앞날을 주님께서 선히 인도해 주실 것을 소망하며 나는 기도할 뿐이다.
이서 목사(피랍·탈북자 인권과 구명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