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여성지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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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 년 전 만 해도 한국사회에서 여성장로나 여성목회자를 찾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교회의 인구 중에 70%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것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공평하지도 못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어서, 아직 소수의 교회이기는 하지만 교회에서 여성장로와 여성목회자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여성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소수의 교단을 제외하면 이제 여성안수는 한국교회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교회의 중심에서 소외되어 있던 여성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비록 한국교회가 여성목회자나 여성지도력 일반에 관한 이해의 수준이 어느 정도 현대화 되었다고는 해도, 전반적으로 보아 아직도 여성에 대한 생각이 전통적으로 이해되어 온 이분법적인 성 역할 개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지도력 개발의 계획이나 진행, 그리고 활용 또한 그러한 인식에 근거하고 있음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교회가 남성이 할 수 있는 일과 여성에게 알 맞는 목회영역을 구분하여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이라고 여겨졌던 영역은 여전히 남성이 해야 하고, 반면에 여성은 소위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행각 해 왔던 분야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상황에 있는 것이다. 교회가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교회의 여성지도자는 여전히 남성지도자의 보조자 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여성안수의 참 뜻은 상실된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지으심을 받아 태어날 때 이미 독특한 능력을 부여 받은 존재로서 살아가는 날 동안 그 능력을 발견하고 가꾸고 실현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문화적으로 길들여 진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넘어서서 여성이나 남성이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능력에 정초 하여 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동시에 격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여성지도력의 개발과 활용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은 그것이 전통적인 성 역할과 연결되는 폐쇄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방향으로 계획되어서는 안 된 다는 자각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각은 어떻게 보면 현재의 삶을 지배하는 지각의 틀을 근본적으로 변형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우리의 사고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교회여성의 위치는 여전히 종속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고 하겠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21세기를 여성지도력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임을 예언해 왔으며,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영역에서 탁월한 여성지도자들의 출현과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불행히도 한국은 여성문제에 관한 한 아직 후진국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 정치·경제·종교 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지도자는 여전히 극히 소수에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현실은 앞으로도 별로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여성목회자를 전혀 청빙 하지 않거나, 혹은 여성장로가 아예 없거나 상징적으로 한 두 사람이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도 물론 예외는 아니라고 하겠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남성과 여성이 종속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동반자적인 관계에 기초하여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하여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면 무엇보다도 남성과 여성이 공히 인간에 대하여 새롭게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만 한다.

특히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과 차이가 없는 독립된 인격과 독특한 능력을 지닌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인식하여 그러한 자각을 실제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갖추도록 스스로를 교육하고 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남성의 보조자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이 땅에서 그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사업에 동반자로서 참여한다는 분명한 의식을 가지도록 더욱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음을 목격할 때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은 스스로를 비하하기 때문에 여성이 여성지도자를 배척하고 존경하지 않는 기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여성장로를 피택 할 때 여성들이 오히려 반대하거나 배척하는 경우, 또는 여성목회자를 여성들이 거부하는 현실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교회 안에 뿌리 깊이 내려있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극복하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자리에 서기 위하여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우선적인 것이 여성의 의식의 본질적인 변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가치 있는 존재이며, 구원받은 자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사업에 자신의 독특한 능력을 사용할 책임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러한 정체성에 기초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진정한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성지도자의 능력에 대한 회의나 비판도 때로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보다 성숙한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훈련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회의 여성지도자들에게 회의를 가지는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여성이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보여지는 결단력이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태도의 결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여성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주관적이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집단을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자질들이 결여되어 있다는 고정관념과 관련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이유는 여성들이 오랜 세월 동안 남성 중심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가를 살펴보면 곧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타고난 특성이라기 보다는 환경에 의하여 후천적으로 획득되어진 것이 분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는 본질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에 관계없이 이는 여성지도력을 향상시키고 여성지도자들이 마땅히 서야 할 자리에 서기 위하여 개발하고 향상시켜야 할 영역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이에 더하여 여성목회자나 여성장로들은 지도자에게 요청되는 실력을 꾸준히 배양하여 지적인 탁월성을 유지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신앙인격에서 존경 받을만한 수준에 있어야만 한다. 존경 받을만한 신앙인격에는 아마도 기독교 지도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섬김의 덕과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과 겸손이 포함되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지도자에게 요청되는 관리 및 원활한 의사소통의 기술의 개발, 일에 대한 철저한 책임감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에 근거한 윤리의식의 심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로 인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새 질서 안에서는 사회적인 계급이나 신분의 우열에 의하여 사람들을 판단할 수 없음을 암시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나 여자도 하나임을 강조한다(갈 3: 26~29). 즉 그리스도와 연합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평등한 하나님의 자녀들이며, 형제자매들이 하나됨을 가로막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성에 근거한 차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여성지도자들이 자신의 사명을 다 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미자 교수(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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