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한 교회의 대비책으로 제시되는 것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주말에 부부, 가족, 또래 프로그램의 활성화, 2) 주일예배시간을 금요일로 옮기는 방안, 3) 도심의 예배당 건물 자체를 전원으로 옮기는 방안. 이러한 방안들은 일단 금요일저녁부터 시작되는 여가시간을 교회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그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비책들은 일반적으로 대형교회들에서나 가능하며, 2)을 제외하고는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형 교회들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방안들이다. 그러므로, 중소형 교회들을 중심으로 하는 대응방안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는 중소형 교회들의 경우, 교회 내에서의 프로그램만 고집하지 말고, 과감하게 자연으로, 도심으로, 시내외의 좋은 장소로 이동해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공동체성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 생각이 된다.
3) 도시교회와 농촌교회가 자매결연을 함으로 정기적으로 서로 방문해서 서로에게 배움의 장을 제공해 주는 유익을 얻을 수 있다.
4) 개 교회 차원에서 할 수 없는 프로그램도 몇 개의 지역 교회들이 연합해서 시행하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연예인 공연 및 체육인, 사회저명인사 초청 시 지역의 몇 교회가 연합하면 예산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5) 교회 간 및 교회와 지역에 있는 사회조직망 (상조회, 조기축구회, 문중회, 동호회, 향우회 등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교인들의 문화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이런 대응방안들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현재 한국 개신교가 주 5일 근무제의 영향에 대해 너무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소비시간이 확대된다 해도 소비시간을 위한 비용의 증대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반 서민들에게는 소비시간이 확대되어도 비용지출의 제한으로 인해, 교회에서 주말에 각종 프로그램을 개설하면, 충분히 교인들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 또 하나는, 늘어난 소비시간으로 인해, 교회활동이 여가활동과 경쟁상태에 놓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왜냐하면, 교회의 활동은 주일에 집중되어 있고, 소비시간 역시 토요일, 주일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 둘이 경쟁한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이 둘이 반드시 경쟁상대만은 아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와 종교적 (혹은 영적) 욕구는 근본적막?서로 다른 욕구들이다.
사람들의 욕구 가운데, 사회문화적 욕구 (레저활동, 스포츠, 자아 성취를 위한 활동 등)는 영적인 욕구와는 그 근본에 있어서 다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교회의 사회문화적 활동 때문에 교회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생활은 주로 영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그래서, 소비시간이 늘어나도 교회출석인원이 반드시 줄어든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주5일 근무제를 해도 주일날 교회출석을 계속 하겠다고 응답한 사실을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주일예배를 금요일로 전환하는 것은 성경적인 근거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아도 그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교회의 이러한 과도한 반응은 주5일 근무제에 대한 효과적인 반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리어, 교회 전통 및 주일 개념을 약화시키며, 개신교의 사회 변혁적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주중 예배의 활성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중에 연령별 욕구에 맞는 예배, 테마가 확실한 예배 등의 예배를 다양하게 개발해서 드리는 문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중 예배는 주일예배와는 구별되?것이어야 한다.
* 주5일 근무제에 대한 과도한 대응 및 불안감은 한반도의 상황과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실제로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어 있는 북미나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주 5일 근무제가 더 이상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종교적 욕구 혹은 영적 욕구는 사회, 문화적 욕구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이런 욕구들과는 구별되는 욕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북미와 유럽의 종교상황은 뚜렷하게 구별된다. 북미의 상황은 기독교를 비롯한 각종 종교들의 경쟁적 활성화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종교참여 인원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유럽의 상황은 전체적으로 세속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종교참여 인원이 감소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북미나 유럽 모두 레저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스포츠나 여가를 즐길만한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우리 보다 좋은 조건이라고 볼 때, 이러한 조건들이 사람들의 종교 활동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비록 유럽에서는 종교사회학자들과 교회역사학자들이 교회출석 인원의 감소를 전적으로 세속화의 영향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어 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설명이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 유럽의 신진 종교사회학자들 가운데서는 세속화라는 사회문화적인변동과 각종 사회의 외적인 조건들 (레저산업의 발달, 여가시간의 증대, 자원봉사활동의 증가 등등)이 유럽의 종교참여 인원을 감소시킨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설명에 대해 거부 입장을 보인다. 그 대신, 교회출석 인원의 감소의 주요원인으로는 교회의 잘못된 대응책의 결과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그것들은 교회건물의 수, 교역자 수, 교회나 교단의 재정수입 및 사용 등과 같은 물리적 요소들에 더 크게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인간의 기본 욕구인 영적 욕구는 계속되는 것이다. 우리도 초조해 할 필요 없이 주어진 여건에서 알맞은 대처방안을 꾸준하게 진행하다 보면,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또한, 주5일 근무제로 인한 교회의 대응방안이 거의가 교회 내에서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안들에 그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은 필요한 대안이지만 동시에 부분적인 대안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주말예배, 주중예배, 양육, 교제 등에서의 개혁 및 끊임없는 연구를 통하여, 사회문화적 욕구와 함께, 영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 전망된다.
/김승호 박사(한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