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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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난 직후 미 육군성은 전쟁에 참여한 단위 부대별로 전투력 평가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부대, 즉 전투력이 가장 뛰어난 부대로서 단연 '특공대 팀(commando team)'이 선정되었다. 특공대 팀은 조사한 거의 모든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였는데, 심지어는 생존율에 있어서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공대가 생존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는 일반인들의 상식을 뒤집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특공대에 지원하거나 차출된다는 것은 거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특공대들이 어려운 과업을 어려움을 무릅쓰고 완수하고 난 후 팀원들이 하나 하나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미 육군성은 특공대 팀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면서 특공대 팀의 높은 과업 성공율, 뛰어난 전투력, 그리고 비교적 높은 생존율의 원인을 구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결과, 특공대 팀이 좋은 성과를 올린 데는 다음과 같은 특공대 조직의 구조와 운영상의 특성이 주효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첫째, 특공대 팀은 소수정예의 부대이므로 다른 대규모 부대에 비해서 행동이 민첩하고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 둘째, 특공대 팀은 위험이 높고 인원은 적으므로 운명공동체 의식이 확산되어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팀워크와 집단 응집력(team cohesiveness)이 매우 강한 조직적 특성이 있다. 셋째, 집단 응집력이 높기 때문에 팀 구성원의 계급, 인종, 학력에 상관없이 단결력이 강하고 팀도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말단 사병이라고 하여도 작전회의에 장교들과 함께 참석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넷째, 특공대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사병들을 선발한 팀이므로 구성원들의 전문성도 우수하고 자부심도 높다. 다섯째, 인원이 소수이므로 부여된 임무는 혼자서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완수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구성원들이 갖고 있다. 여섯째, 특공대 팀은 자기 완결적이고(self-contained)이고, 자율 관리적(self-managed) 조직이므로 타 조직의 도움이 없이도 스스로 살길을 개척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강한 생존력이 형성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특공대 팀은 비록 적은 무리가 모여 구성된 팀이지만 시너지(synergy)효과가 발생하여 일당백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조직이론에서 '팀 역학(team dynamics)'이라고 부른다. 특공대 팀의 성공이야기는 2차 대전 후 미국의 기업조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규모 특공대 팀의 효율성에 고무된 미국기업들은 이를 기업조직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그 결과, 종래의 기능별 조직, 라인조직에서 하부 단위를 부·과제에서 팀제 조직으로 변환하는 사례가 늘게 되었다. 기업은 고객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팀제 조직을 전면에 배치하였고, 팀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팀원끼리 아이디어를 짜내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판매에 열을 올리는 등 고객의 접점, 최 일선에서 발빠르게 움직임으로써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을 재빨리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판매와 마케팅, 그리고 생산에 반영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알고 보면, 팀조직의 놀라운 힘에 대해서는 이미 성경에 나타나 있다. 예수님과 열 두 제자팀은 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팀제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팀장은 예수님이셨고 열 두 제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기능과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수제자 격이었던 베드로는 제자들 가운데 좌장격으로서 항상 제자들의 여론을 주도하는 총무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생각되고, 나중에 예수님을 배반한 가룟 유다는 12제자 팀의 재정과 회계를 담당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형제는 예수님의 수행비서로서 항상 가까운 거리에서 예수님을 따랐던 것으로 짐작되며, 빌립은 예수님의 헬라어 통역사로서 활약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튼, 예수님과 12제자로 구성된 '예수 팀(Jesus' team)'은 드림팀(dream team)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들은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둘씩 조를 짜서 전도여행을 나가 복음이 전파되고 귀신들이 쫓겨 달아나는 혁혁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고,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에는 예루살렘 초대교회의 기둥과 같은 존재였다. 예루살렘과 사마리아에 복음이 전해지면서 선교지가 확대되어 이들은 보다 넓은 지역으로 흩어져서 팀워크를 이루어 전도에 힘쓰게 되었다. 특히, 로마에서 베드로와 바울의 동역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이후의 기록이나 역사적 사실을 통해 볼 때 알 수가 있다.

예수님은 로마제국의 영토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대규모 집회를 통한 매스 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 방법을 택하지 않고, 소규모 선교팀(바울과 실라, 바나바와 마가, 바울과 디모데 등)을 통한 'high touch' 방법을 선택하셨다. 일찍이 12제자들을 둘 씩 전도여행을 보내신 일은 예수님의 부활승천 후 복음의 전도방식이 어떠해야 하는 것을 예시적으로 보여주신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오늘날 복음 전하는 방식에는 팀조직을 통한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팀을 이루어 성경말씀을 공부하고 간증하며 팀원들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이른바 '팀 빌딩(team building)'을 통한 사역은 성경에 이미 그 효력이 검증되어 있다.

이러한 팀조직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교육과 선교에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교회가 대형화되어가고 한 사람의 설교자가 동시에 수 천, 수 만 명에게 메시지를 선포하는 방식만으로는 예수님다운 '소규모 팀조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구역조직, 또는 순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 주일 낮 예배에 대 성전은 차고 넘치는데, 구역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면, 그 교회는 생명력이 떨어지고 있는 조직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필자가 로마의 근교에 있는 초대교회 시절의 지하교회인 '카타콤(catacombe)'을 구경한 일이 있다. 카타콤에는 약 20-30명 단위의 팀조직으로 되어 있었고 팀마다 예배와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약 10-15평 규모의 예배처소가 있었다. 흙벽을 파서 엉성하게 만들어진, 깜깜하고 습한 지하 무덤 속의 좁은 예배처에서 그들은 성경공부도 하고 예배도 드리고, 벽에다 그림도 그려가면서 자녀들 교육도 시키고 공동체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도 하면서 암울한 시절에 하나님을 향한 뜨겁고 순수한 믿음을 키워 갔던 것이다. 이들이 지하무덤에서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을 했던 시간은 무려 250년 이상이었고, 베드로의 뒤를 이은 역대 교황들이 10여 분이 카타콤에서 즉위하고 죽어갔지만, 크리스천 팀조직은 건재하였고 팀조직을 통해 신앙이 순수하게 전승되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규모, 최고, 최대의 그 무엇은 겉은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구석구석에 손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은 조직, 작은 규모의 물건은 사람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만족을 준다. 내가 속한 조그만 가족팀과 우리의 전도팀, 심방팀, 성경공부팀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우리는 이 비밀을 놓쳐서는 안된다. 예수님께서 12제자들을 불러 팀을 구성하셨을 때부터 이 비밀은 시작되었다. 팀조직의 비밀을 깨달은 자에게 팀조직은 엄청난 다이내믹스로 보답하였다.

김성국 교수(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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