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문화를 거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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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상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글로벌(Global) 즉 세계화라는 단어이다. 세계화란 단어가 구체적으로 사용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이다. 특히 1989년 동구권의 몰락과 인터넷 등 통신시설의 획기적 발전으로 세계는 지구촌이 되었으며, 이와 함께 지구가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서 번영과 자유와 행복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세계화라는 단어를 통해서 확산되어갔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이러한 기대감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지역과 나라 혹은 여러 집단 간 의사소통의 확산과 이로 인한 문화와 경제의 교류로 세계의 문화나 삶의 환경은 보편화되었다. 한족의 문화나 사상이 다른 한쪽으로 빠르고 쉽게 전달되면서 문화의 개방과 재편성이 일어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왜곡과 지배 그리고 또 다른 의미에서의 착취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세계화는 전 세계를 상호의존적으로 바꾸고 보편화하는데, 그 보편화의 기준이 이미 기득권을 가진 이들의 문화여서 세계가 그들에게 의존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세계화라는 개념은 더 이상 이 지구촌을 하나의 평화로운 공동체로 만드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지배 구조를 가능케 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세상은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화에 경제에 예속되어가고 있고 그들의 문화는 세계가 따라야 할 보편적 문화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기득권 국가들의 세속적 자본주의 문화가 그들이 가진 문화적 힘과 영향력과 더불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 반면 제2,3세계국가들은 더 많은 간접적 착취와 통제 혹은 자신의 문화나 정체성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이러한 왜곡된 세계화에 대한 반세계화 운동이 일어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문명의 충돌 혹은 종교 간의 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화는 냉전시대의 대치 이데올로기로 등장했으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냉전시대 이상으로 많은 민족간 종교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으며, 기득권 국가의 자본주의 문화에 잠식되어버린 어리숙한 문화적 경제적 빈곤국가들은 점점 더 가난과 전쟁과 갈등에 휩쓸려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상이다.

이런 세계화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과연 기독교 선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20세기 선교의 성공과 좌절이 20세기 초에 시작된 열강들의 식민지 확장과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지배 국가들 안에서 일어난 반외세 민족주의 운동과 그 궤적을 같이 한다면, 오늘날 세상을 주도하는 세계화 ㅎ녀상에 기독교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기독교가 말하는 선교는 세속적 자본주의 문화가 추구하는 세계화와는 다르다. 기독교 선교는 착취와 획일화와 기득권이 아니라 나눔과 존중과 섬김을 통해서 전파되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의 하나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20:21)는 예수님의 선언은 우리가 이 세상 가운데 지배와 기득권을 획득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님의 구원의 축복을 나누고 섬기고 그 결과 모든 민족과 족속과 방언과 나라가 각각 하나님 앞에 영광을 돌리는 존귀한 존재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철호 선교사(선교한국 상임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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