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을 버리고, 더큰 세계를 향해

|  
최근 기장총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평신도'라는 용어 대신 '신도'를 사용할 것을 결의했다. 기장 신도위원회는 "마틴 루터가 쓴 '프로테스탄스의 3원리' 중 '만인제사장론'은 오랜 세월을 왜곡시켜 온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을 배제하고 하나님 앞에서의 평등을 강조하는 원리"라며 "기독교 역사상 '평신도'라는 용어는 종교개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왜곡된 '신앙관, 성서관, 제사관'을 대표하는 용어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사도 베드로는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니라"(벧전2:9)고 선포했다. 만인제사장설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이 말씀은, 말 그대로 제사장의 권세가 특정한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것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목사와 장로, 집사 등 신도 간의 갈등이다. 설교권, 세례권, 교회 치리권 등을 둘러싼 이들간의 다툼은 교회 내에 분쟁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주의 종'이라는 절대적 권세를 바탕으로 목회자들은 말씀을 전하고 세례를 주는 권세를 목회자만의 것으로 고착화시켰다.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28:18-19)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지상명령(Great Commission)은 그의 제자된 모든 이에게 주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한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줄 권세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권세요 특권이요, 나아가 명령임을 강조하셨다.

세계에 가장 많은 평신도 선교사를 파송한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 선교단체가 한국교회로부터 칭찬을 받기는 커녕 이단으로 매도당하기도 했던 것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이루어 예배를 드리는 것은 물론, 목회자 안수도 받지 않은 이들, 심지어 대학생들이 강단에서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이유로 인한 것이었다.

물론 교회가 요구하는 전통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대교회에 대한 성경의 증언은 교회가 건물이 아니라 예수를 그리스도라 칭하는 무리가 모인 공동체이며, 말씀을 전하고 세례를 줄 권세는 그리스도인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세였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초대교회의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해 놓은 사도행전은 성령의 역사가 모든 계급과 인종을 초월해서 일어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순절의 성령강림역사는 남종과 여종에게도 차별없이 임했으며, 자녀들이 예언하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늙은이들은 꿈을 꾸는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냈음을 성경은 증언하고 있다.(행2:17-18) 또한 아프리카 이디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줌으로 아프리카 선교의 첫 문을 열었던 사람이 빌립이라는 집사였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루살렘 교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유대인들이 안디옥이라는 이방의 대표 교회를 개척하는 데는 성령이 충만했던 집사 스데반의 순교의 피가 있었다. 그는 대제사장과 무리를 앞두고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위대한 설교자의 모습을 선보였다.

중세시대 카톨릭은 당시 성경을 라틴어로만 번역하는 것은 물론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권한을 사제에게만 부여했다. 이로 인해 거의 16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반 신도들은 성경을 가까이 할 수도 없었다. 이는 남종이나 여종이나 차별없이 임하는 성령의 역사를 가로막는 매우 악한 행위였다. 중세시대가 암흑의 시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제들의 지나친, 그리고 빗나간 교권욕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일부 신학자들은 21세기가 평신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는 목회자의 권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평신도의 권한이 강화된다는 논리가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향해 제사장적 권위를 회복하는 진정한 만인제사장론이 성취될 것이라는 예언이다. 현재 성경보다 높아진 교회법이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성령의 역사를 막지 않도록, 더욱 본질적인 성경의 말씀에 대한 연구가 절실한 때이다.

초대교회는 지역교회의 자율, 교직의 평등, 교회와 교회 사이의 연합을 강조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기를 힘썼으며, 사도들은 항상 성경을 논리의 기초로 삼으면서 교회를 지도하였다. 이제 한국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사도행전을 통해 사도들이 보여주었던 성서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힘써야 할 때가 되었다.

노승현 편집위원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탈북민 강제북송

“中·北, 유엔 인권이사회 WGAD 결정사항 준수하라”

中, 탈북민 2천여 명 즉시 석방을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 촉구해 인권 존중하고 난민 지위 보장도 세계인권선언·자유권 규약 준수 ‘중국정부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이 11월 25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입구에서 개최됐다. 탈북민 강제북…

‘성혁명 교육 반대 학부모기도운동연합(이하 성반학연)’

“성오염 교육서 자녀들 구하자”… 기독 학부모들 연대

“성혁명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교육을 반대하는 일은 성경을 믿는 학부모 성도들이 우리 자녀세대들을 구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거룩한 사명이다.” 한국 교육계 전반에 이념적인 성혁명 교육이 광범위하게 시도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서는 일에 앞장서 …

중국, 가톨릭, 상하이 교구,

“中 가톨릭 주교, 박해에 무관심… ‘’종교 중국화”만 집중

중국에서 가톨릭 주교 10명이 구금 또는 실종되거나 직위에서 강제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정부에 의해 임명된 주교는 최근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종교 중국화’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매체 ‘비터윈터’는 “2023년 4월 4일 중…

한교총 8차 임원

한교총, 새 대표회장에 김종혁 목사… 차기 임원 인선 완료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이 제8회기 대표회장에 김종혁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를 선임하는 등 차기 임원진 인선을 마무리했다. 한교총은 9일 오후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제7-6차 상임회장회의·제7-1차 임원회 연석회…

기침 총회 114

이욥 목사, 천신만고 끝에 기침 총회장 당선

소송전 벌였던 이욥 목사 사과해 총회장 복귀 이종성 목사도 사과 1차 투표서 과반, 상대 후보 사퇴 동성애 지지 행사 및 집회에 참석 또는 개최/주관 금지 결의도 통과 정기총회에서 총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기독교한국침례회(이하 기침) 총회가 이욥 목사(대…

k-ccm

주찬양·시인과촌장부터 위러브·히스플랜까지 CCM 사역자들 ‘한자리’

공로상 7인과 조현삼 목사 수여 앨범·워십·CCM 부문별 시상도 2년간 발표된 2,396곡에서 엄선 한국기독음악협회(회장 안민·송정미, 이하 K-CCM)에서 주관한 ‘2024 K-CCM 어워즈(AWARDS)’가 처음으로 지난 11월 25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개최됐…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