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알자 8] 인도의 가족
얼마 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들이 한국뿐만 아니라 멕시코였는데요.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한국은 우리의 형제들"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매우 친근하게 생각한다는 표현이었습니다. 형제보다 더 깊이 들어가면 가족이 되는데요. 오늘은 인도의 가족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국어에도 '식구'라는 말이 있는데요.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북인도에도 가족이라는 의미가 밥을 짓는 '아궁이'와 관련이 있는데요. 같은 아궁이에서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라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도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인데요. 인도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는 것은 신체적인 접촉을 꺼리는 카스트의 법칙과도 매우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만큼 인도 사람들과 가족처럼 친근하게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가족의 개념은 전통적으로 대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대가족 제도와 카스트 시스템, 빌리지로 형성되는 3개의 사회적 제도를 인도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이라고도 말합니다. 대가족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뿐만 아니라 삼촌들과 숙모들, 그들의 자녀들인 사촌들끼리도 다 같이 같은 아궁이에서 나온 짜삐띠를 먹고 살아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몇 가지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첫째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에 나이와 혈통적인 서열로 인한 사회적 지위에 따른 계급사회 같은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각자의 수입을 통합해서 가족 전체를 위해서 사용함으로써 가족에 대한 돌봄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가족의 개념이 확대되어서 카스트가 만들어지고 같은 카스트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 특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청년의 실업 문제도 자연스럽게 전체 가족의 수입원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지 않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셋째는 산업화와 근대화로 인한 핵가족으로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도 자주 웃어른을 찾아뵙는 가정 방문의 형태가 흔하게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정 방문은 출생, 결혼, 죽음과 같은 생애주기에 따른 행사뿐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거나, 축제가 있을 때마다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형제의 개념이나 가족의 개념이 비교적 손쉽게 형성되는 것은 계급적인 구조보다는 동등한 사회적 지위가 강조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이렇게 같이 밥을 먹기가 쉽지 않고, 카스트라고 하는 확대된 가족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의 일원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가족처럼 친해지려는 어설픈 노력보다는 영적인 스승의 개념인 '구루'의 반열로 들어가서 카스트를 초월해서 가족과 카스트 그룹을 인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각 장소마다 장소에 맞는 선교전략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브라이트 리(Bright Lee)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