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솔루션: 우리 아이 왜 이럴까요? (221)] 분노가 심한 아이들
분노가 심한 아이들이 있다. 친구의 행동을 보고 쉽게 화를 내는 아이들이다. 화를 내는 아동은 마음이 편치 않다. 분노가 심한 아동은 단순한 행동이나 습관의 차원을 넘어 상당히 심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기에 서둘러 고쳐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심리적 문제로 이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분노가 심한 아동은 불만이 가득한 아동, 행동으로 표현하는 아동, 공격성을 보이는 아동이다. 분노가 심한 아동은 다음 특징을 갖고 있다.
1. 존재확신이 결여된 결과
분노가 심한 아동은 존재에 대해 확신하는 특성이 결여되어 있다. 자존감이 높은 아동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라는 데서 비교된다.
자기 존재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가진 아동은 자신을 대신해 살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존감을 가진 아동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 해도 역시 자신을 대신해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님도 역시 자신을 대신해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픔도 자신이 겪고 즐거움도 자신이 겪고 공부도 자신이 하고 체험도 자신이 한다. 심지어 밥을 먹는 것도 자신이 먹고, 화장실도 자신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태어남도 죽는 것도 자신이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머니가 아들 대신 늙겠다고 할 수 없다. 아들이 어머니 대신 늙겠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병들고 죽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존재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과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자신이다. 남과 비교하면서 남처럼 살려고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통해 교훈과 지혜를 얻을 수는 있다. 그러므로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참고하면서 배워야 한다. 그렇지만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따라할 것도 없다. 어떤 면에서 남보다 못하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어떤 면에서 남보다 낫다고 우쭐댈 필요도 없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2. 자아가 위축된 상태
인간은 표현의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표현하지 않으면 스스로 답답함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그런 표현을 통하여 발전하고 성숙하게 된다.
이 표현은 다른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일차적으로는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표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장감을 가져온다. 그러기에 표현하지 않는 문제는 분명히 자아의 위축을 초래한다.
자아의 위축은 일단 양육의 측면이 가장 크다. 어머니와 아동의 모자(母子) 관계는 친구들과의 관계형성에 일차적으로 기여하는 생존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아동은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필요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정신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도 일단 어머니와의 좋은 관계를 필요로 한다. 양육자와의 좋은 관계의 필요성은 아동의 자아감의 모호하고 미분화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양육 초기에 아동의 자아감은 일련의 반사와 내적 잠재성에 지나지 않다. 자아감은 심리의 중심적 조직화 세력으로 신속하게 변형된다는 점에서다.
3. 야단을 많이 맞은 결과
아동이 자신에 대하여 생각하는 형태는 일종의 자기와의 대화이다. 자기와의 대화는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하여 평가하거나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주체는 사실상 자신이다. 그렇지만 개인이 이런 사실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 분명히 이 세상에는 자아의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해도 자신을 깨닫는 문제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아동의 경우는 어떻겠는가. 아마도 아동은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기와의 대화는 아동의 존재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인간은 언어적 파생물인지 모른다. 누에가 자기의 실을 뽑아서 자기의 집을 짓듯이 인간도 자기의 언어로 자기를 만들어가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관점은 현재의 아동은 내면화된 관계의 언어적 파생물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내적 친구들과 대화하는 대신에 자기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이런 상호작용은 매우 개인적이다. 외부세계의 사람들 혹은 얼굴을 맞댄 사람과 하는 공적인 상호작용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의사소통의 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한 사람이 “나는 내 자신이 싫다”라고 말할 때 깨닫지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내부세계에 그를 짓누르고 경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4. 정리
분노가 심한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한다 해도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
전 한일장신대 교수
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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