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성도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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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동산교회 이야기 3] 네 양이 아니라, 내 양이야

교회 개척, 사람의 능력으로 불가능
목숨과 바꿀 만큼 힘들고 고된 일
하나님 도우심과 부르심 절대 필요
매주 모일 때마다 생각대로 안 가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리던 초창기 은혜의동산교회 모습.

▲아이들과 함께 예배드리던 초창기 은혜의동산교회 모습.

1. 교회 개척은 부르심이 있어도 힘들다

교회를 개척할 때 그냥 “한번 해볼까?” “일단 시작해 보고,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지”라는 생각으로 개척하는 목회자는 없다.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어야 한다.

모든 신자들의 삶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교회 개척을 하나님의 부르심 없이 시작하면, 크고 작은 어려움에 쉬이 흔들리거나 무너지고 만다.

주변에서 교회를 개척했다가 문을 닫은 경우를 수없이 보고 듣게 된다. 그분들이 다 실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교회 개척은 목회자의 목숨과 바꿀 만큼 힘들고 고된 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사람의 능력으로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개척에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시작했지만, 영혼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는 교회 개척은 정말 고된 여정이다. 그런데 만약 하나님의 부르심이 없다면,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

은혜의동산교회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부터 시작했다. 대단한 목표나 비장한 각오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성경과 교회사를 공부하면서 시대마다 하나님이 들어쓰셨던 건강한 교회의 모습들을 롤 모델로 삼아 A4 종이에 15장 정도 되는 분량의 ‘교회 청사진’을 작성했다.

개척 멤버가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이런 교회를 함께 꿈꾸자’고 말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비전 캐스팅을 하고는 그 중 함께 공동체에 참여해 보겠다는 사람들에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A4 15장 분량의 ‘교회 청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줬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은혜의동산교회였지만, 한 주 한 주 모일 때마다 뭔지는 몰라도 자꾸 스텝이 꼬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교회는 내가 생각했던 길로 가지 않았다. 매주 모일 때마다 머릿속에 그렸던 모임의 방향성으로 흘러가질 않았다.

매주 모임을 마치고 성도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시쳇말로 ‘현타(현실 자각타임)’가 왔다. 이렇게 가다 1년은 갈 수 있을까? 공간이 없어 다행이었다. 아직 교회 설립이라든지 정식 교회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은혜라고 생각했다. 언제든지 해보고 안 되면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지만 우리 모임에는 부재한 것 같았고, 하나님은 전능하시지만 우리 교회에선 무능하신 분 같다는 생각이 매주 들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김종원 목사가 성도들과 초창기 가정에서 예배드리던 모습.

▲김종원 목사가 성도들과 초창기 가정에서 예배드리던 모습.

개척 시작하고 성도들 만나니, 하나같이 아픈 사람들만 모여
목사도 결국 양이고, 하나님이 보내신 양무리들 돌보는 사람
이 사실 깨닫고 삶에 자유와 평안과 안식이, 차별 없는 동산

2. 네 양 말고, 내 양을 먹이라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개척 멤버의 구성이었다. 개척 멤버로 네 가정이 함께 하겠다고 모였는데, 세 가정이 다둥이 가정이었다. 우리 가정을 포함해 성인 11명에 아이들만 9명이었다. 그리고 뱃속에도 아기가 있는 상태였다. 어른과 아이들 수 일대 일로 교회를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아이들로 인해 매주 예배 분위기는 시장 장터만큼 시끄럽고 산만했다. 결국 유일한 청년이었던 자매가 한 달도 안 돼 공동체를 떠났다. 청년부가 있는 교회로 가겠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내가 그 자매였더라도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축복하며 보내줬다.

나는 어떻게 9명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예배 방해(?)를 극복하고 ‘성경과 교회사를 통해 발견한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을지 매주 고민하느라, 주일 밤마다 새벽 2-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또 하나의 원인은,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도가 한 가정도 없다는 점이었다. 나도 돈이 없었고, 성도들도 돈이 없었다. 성도들은 내가 돈이 없다는 것을 몰랐고, 나는 성도들이 돈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물론 서로가 서로를 속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을 찾아가 비전 캐스팅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전에 알고 지냈던 그 가정들이 그런 문제와 아픔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교회 가족이 되고 나서 매주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양육을 하다 보니 성도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했다.

비전 캐스팅을 통해 개척 교회 멤버가 된 우리의 공통점은 모두가 아프다는 점이었다. 목사는 공황발작으로 설교하다 두 번이나 쓰러져 어쩔 수 없이 교회를 사임하고 개척하게 되었고, 한 가정은 30대 중반 부부가 가계 부채를 10억 원이나 안고 있었다.

또 한 가정은 남편이 조현병에다 도박중독으로 부부 관계에서 신뢰가 깨진 상태였고, 마지막 가정은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였지만 당시 7년째 카톡으로 대화를 나눌 만큼 관계가 깨어진 가정이었다.

성도들이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내게 물었다. “목사님, 우리 교회는 특수 교회인가요?”

그때마다 나는 1초도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아니, 세상에는 그냥 교회만 존재하지, 특수 교회는 없어. 니들이 개척 멤버가 된 이유는, 앞으로 너희 같은 사람이 와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특별히 미리 모아주셨을 뿐, 우리 교회는 지극히 평범한 보편 교회야.”

이렇게 말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자신이 조금 멋있게 느껴졌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이 자주 나를 힘들게 했다.

▲개척 초기 가정에서 사모가 어린이 예배를 인도하는 모습. ⓒ은혜의동산교회

▲개척 초기 가정에서 사모가 어린이 예배를 인도하는 모습. ⓒ은혜의동산교회

때로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나는 하나님께 원망과 불평으로 이렇게 대들었다.

“하나님, 왜 우리 교회에는 이런 아픈 사람만 보내 주십니까? 우리 교회에도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 사역적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 함께 교회를 세워갈 만한 헌신된 동역자 좀 보내주세요.”

참 신기하다. 이런 불평과 원망 섞인 기도에는 왜 이렇게 빨리 응답하실까? 주님의 응답은 간단했다.

“김 목사, 착각하지 마! 그들은 네 양이 아니라, 내 양이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예수님을 부인하고 도망간 베드로를 찾아가서 물으신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십니다.”

“내 양 떼를 먹여라. 내 양 떼를 쳐라.”

교회를 개척하면서 또 다시 선명하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나는 목자가 아니라, 양이라는 사실이다. 양은 양을 선택할 자격이 없다. 양은 양무리에서 함께 목자의 음성을 듣고 목자를 따라갈 뿐이다.

목사로서 또 다른 역할이 있다면, 목양견 정도일 것이다. 목자가 세워놓은 울타리를 벗어난 양을 향해 달려가 양무리로 인도해 오는 일. 그 일 또한 목자의 시선과 목자의 음성에 그저 따르는 일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목사는 성도를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주신 양무리들을 먹이고 돌보는 사람이다. 이 사실이 실제로 깨달아지자 내 삶에 자유가 임했다. 그리고 평안이 밀려 왔고, 안식이 찾아왔다. 이제야 비로소 교회 이름처럼 ‘은혜의 동산’이 될 수 있었다. 차별없는 은혜, 오름직한 동산.

김종원 목사
대전 은혜의동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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