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42회 영성학술포럼
기후위기 세대, 생태윤리 실천을
지구 보호·지속 위한 생태학적 삶
지속가능 생태계 방책 제시해야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42회 영성학술포럼이 ‘탄소중립, 생태정의, 녹색교회’를 주제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포럼에서 김영한 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원장)은 ‘기후 정의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생태 정의(땅의 안식 허용), 녹색교회(비움, 검소와 온유 실천)가 요청된다’는 제목의 개회사를 전했다.
◈생태 정의와 윤리 실천 요청
김영한 원장은 “오늘날 인간 중심적 자연환경 개발 속에서 자연과 생태계 정의(justice)가 무시되는 가운데 자연 생태계가 우리 가운데 사라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코로나 등 인수 공통 질환은 생태계 파괴로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 감염된 데서 비롯됐다. 그리하여 정의 개념을 인간의 영역에서 자연의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생태 정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에 대해 “기후 위기 시대 속에서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면 생태윤리, 특히 생태정의가 요청된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기후위기 세대’로서 생태윤리 실천이 요청된다”며 “비움(kenosis), 온유함과 검소함은 생태 윤리다. 비움은 자기 권리 유보다. 온유한 자들은 땅을 기업으로 받는다. 기독교는 하늘과 땅의 종교다. 하늘과 땅이 모두 창조주의 선한 창조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천국 소망을 갖는 만큼, 이 땅에서 창조주께서 주신 창조물을 보존하는 청지기 사명을 다해야 한다. 인간만 자연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연도 인간 의존적이다. 오늘날 생태계 위기, 기후 변화가 이를 보여줬다”며 “오늘날이야말로 창조 신앙과 검소한 삶의 실천으로 생산과 소비문화 사이에 바른 균형이 필요하다. 자연도 구원의 대상이다. 개혁신학은 성경적 삼위일체론·생태론적 관점에서 자연을 인간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친환경적 태도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김영선 교수(협성대 명예)가 ‘기후변화와 생태 신학’, 전철 교수(한신대)가 ‘하나님의 영과 창조 보전: 탄소 제로와 생태 윤리 전환을 향한 모색’, 박찬호 교수(백석대)가 ‘녹색 교회, 생명신학’을 각각 발표했다. 논평은 이승구 교수(합동신대)가 전했다.
◈생태 위기 앞, 창조 신앙 소환을
김영선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못지 않게 우리 앞에 당도한 거대한 기후변화 앞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물어야 한다. 교회와 신학은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라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의 기능과 가치 인식 △창조신앙의 소환 및 재해석 △생태적 삶을 위한 관계적 삼위일체론 재조명 △새로운 생명권 의식 요구 △새로운 생활 문명 방식으로 전환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후 위기 시대 생태 신학의 역할은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삶의 전환을 촉구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에 지은 죄를 회개하는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삶의 전환, 즉 풍요롭고 편리한 삶에서 단순하고 검소한 삶으로의 전환, 인간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구를 구하기 위한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은 일상의 작은 것부터 시작될 수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행하고 그 의의를 널리 알리는 것이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은 인류 생존을 위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는 개인 일상은 물론 산업구조, 국가 정책 방향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강제 혹은 압력이 아니라 조화롭고 정의롭게 이뤄져야 한다. 생태 신학은 지배와 착취를 멈추고, 지구 관리와 경영이 인간의 의무임을 말하고, 지구 위기와 재앙이 인간 탐욕에 있음을 회개하며, 지구의 보호와 지속을 위한 생태학적 삶의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반적으로 인간은 주변을 환경으로 대치시킴으로써 스스로 중심에 자리하고자 하는데, 이런 인간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진정한 생태의 의미가 드러나고 자연이나 환경에 대한 실제적 논의가 가능하다”며 “우리 삶을 타자에 대한 관계로부터 새롭게 보고, 타자의 생명권을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타자를 경청하고 타자에게 대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배움을 외면하면 생태적 삶을 포기하게 돼, 생태적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종교를 정신적·초월적 영역으로 간주해 정치·경제·사회 등의 영역에서 물러나 초연한 태도를 취해서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내는 생태계 위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관념적으로는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생태계 파괴 시스템을 용인하고 강화하는데 동참하는 셈”이라며 “생태 신학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실제적·구체적 방책들을 제시하고, 적극 동참을 요구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삶과 생명, 생태계를 구원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하엘 벨커 관점에서 환경 위기
전철 교수는 미하엘 벨커(Michael Welker, 1947-)의 창조신학 관점에서 기후와 지구 위기에 대해 신학적으로 성찰했다. 그는 “이를 통해 전통적 ‘창조의 신학’과 오늘날 부각되는 ‘사물의 신학’을 가교하며 전통 유산과 현대적 질문에 대한 대화를 도모할 가능성을 타진하려 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오늘 생명과 지구의 위기 시대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신학적 임무는 성서 전승이 제공하는 창조신학적 정직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창조는 자연과 우주 안에서 소멸되지 않고, 보이는 세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도 다양한 영적 능력으로 창조하셨으며, 하나님께서는 그 선한 영을 우리에게 나누고자 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 위기를 둘러싼 생태학적 신학은 생명 위기에 대한 보다 급진적·종말론적 감각을 요청한다. 신학은 적어도 생태계 문제를 ‘우리’ 문제가 아닌 ‘너’의 문제로 치부하는 욕망과 연대적 사유의 빈약함을 넘어선다”며 “신학은 종말론적 시선을 품고 생명 과정에서 피조세계 전체에 대한 통일성과 연대성을 해석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교수는 “종교는 이 세계의 지속가능한 혹은 영속적 가치에 대한 공동체적 사유를 근간으로 한다. 신음하는 우주에 대한 종교적 성찰은 지구 신학을 모색하는 현실적 조건이 된다”며 “사회에 필요한 생태적 거버넌스를 모색하는 기독교 비전은, 전통 방식 담론을 더욱 역동적으로 확산하는 태도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은 생태적 사유의 출발이고, 미래를 현재에서 사유하는 종교와 신학의 핵심 방법론이다. 특히 ‘비움(kenosis)’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자연과 생태에 대한 문명적 사유와 그 지혜로운 결합은 아마 신학의 중요한 제안이자 과제”라고 풀이했다.
또 “지구 위기 시대에는 더욱 생태계를 깊이 조명할 수 있는 종교와 개념에 대한 영성적 재해석과 육화(肉化) 문화가 필요하다”며 “오늘날 펼쳐지는 생태와 지구 위기는 복합적·총체적 국면 속에서 발현되는 미증
유의 위기이므로, 결국 인간의 영적 문제 전환 과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영적(spiritual)인 것은 나를 넘어선다, 개인성을 넘어서는 전체성·총체성의 심층적 관점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녹색 교회, 생명신학
박찬호 교수는 “환경 또는 생태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시금석과 같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중차대한 문제가 됐다”며 “보수 기독교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선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보수적 교회에서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녹색교회 운동의 전체적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얼마든지 복음주의 신학 입장에서 동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신학은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을 고백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몇 가지 문제에 신학적 검토가 필요하다. 주로 좌파 정당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른 이념적 편향성 해결, 생태론자들의 만유재신론 속 하나님의 초월성 확보, 종말론과 관련해 이 세상과 오는 세상의 불연속성 등”이라고 했다.
그는 “신칼빈주의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하는 평범한 활동도 ‘하나님 나라를 위한 봉사’로, ‘새로운 땅을 위한 건축 자재’를 생산해 낸다”며 “신칼빈주의의 목표는 이원론적 견해를 배격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벗어나’, ‘하늘’로 도피하는 것을 구원으로 이해하는 ‘수직적’ 구원관과 거리를 두게 했다”며 “그러나 그런 수직적 구원관은 성경의 견해라기보다 플라톤의 견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 세상과 오는 세상의 불연속성과 연속성 논의는 어려운 난제 중 하나다. 분명한 것은 불연속성에 대한 논의를 무시하고 연속성만 강조하면서 이뤄지는 논의에는 어느 정도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와 관련, 복음주의권에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