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종교 갈등 고조… 교회 박해에 공권력 총동원

이혜리 기자  hrlee@chtoday.co.kr   |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요구에 정부 관리들이 교회 건물 파괴

▲방화로 무너진 니제르 교회. ⓒ오픈도어선교회
▲방화로 무너진 니제르 교회. ⓒ오픈도어선교회

인도네시아의 아체 특별구(Aceh province) 관리들이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다수의 기독교 교회들을 허물었다고 20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지역에는 최근 종교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리들은 이 지역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최소 10개의 교회를 없애 달라고 요구하자, 이날 인부들을 고용한 뒤 도끼와 해머를 이용해 다수의 작은 교회들을 허물었다.

BBC방송은 “200명이 넘는 경찰과 군인들이 이날 교회를 허무는 인부들을 보호했으며, 허물어진 교회들은 필요한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교회를 허물기 위해 정부 관리들은 물론 경찰, 군인들까지 공권력이 총동원된 셈이다.

앞서 정부 관리들은 교회 측에 스스로 건물을 허물라고 요구했으나, 교회 측에서는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의 지도자 중 한 명인 파이마 베루투(Paima Berutu)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겠는가? 이 교회는 우리가 기도로 지었다. 우리 손으로 이 교회를 허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강단에서 교회를 허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며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회 건물 파괴는 수백 명의 무슬림 폭도들이 최근 세 교회를 방화한 후에 벌어졌다. 당시 방화된 곳들 중 하나는 개신교회, 둘은 가톨릭교회였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인들과 무슬림들이 충돌해 한 명의 무슬림이 사망하고 세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역 정부 관리들과 종교인들 사이의 회동이 지난 18일 이뤄졌고, 다수의 교회 문을 닫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정부 측은 교회 건물을 허문 이유에 대해 “제대로 건축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지역 100여 개신교회를 관리하고 있는 파이마 베루투는 “수 차례 건축 허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루투는 “우리가 정부 측에 원하는 것은 건축 허가를 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체는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한 특별구로, 공식적으로 샤리아를 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무슬림들이나 이슬람 법에 따르지 않는 무슬림들에 대해 잔인하게 처벌·고문·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샤리아가 통과된 후,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과 비무슬림들이 이 지역을 떠나야 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8월에도 한 교회가 불탔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아체 특별구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도 종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동쪽에 있는, 기독교인들이 다수인 파푸아(Papua) 지역에서는 지난 7월 기독교인들이 모스크를 방화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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