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어린이 성경 ①] 다양한 이야기 성경들
자녀들에게 성경을 읽어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 고민은, 성경 본문을 그대로 전해 주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을 위해 기독 출판사들은 '쉬운 성경'을 넘어 그림과 함께하는 '어린이 성경'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은 다양한 '어린이 성경'이 출간됐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성경'을 비롯해 선물용으로도 괜찮은 어린이 관련 신앙도서들을 소개한다.
◈1970년대부터 사랑받던 '이야기 성경책'
주니어지평 이야기 성경(1-3권 세트)
캐서린 보스 | 주니어지평 | 976쪽(전 3권) | 40,000원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들을 본 적 있니? 2,000년 전, 이스라엘의 밤하늘에도 우리가 보는 것처럼 작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큰 별 하나가 빛나기 시작했어. 그 별은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의 마구간 위에 멈추어 한 아기의 탄생을 알려 주었지. 그 아기가 누구일까?"
캐서린 보스(Catherine F. Vos)가 쓴 '이야기 성경책'이다. 캐서린 보스는 「바울의 종말론」 등을 쓴 탁월한 성경 주석가이자 네덜란드 신학자인 게할더스 보스(Geerhardus Johannes Vos, 1862-1949)의 아내다.
1970년대부터 많은 가정에서 사랑받던 '이야기 성경책'을 새롭게 번역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80여 장의 삽화를 넣어 출간했다. 저자는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놀라움과 따뜻함'을 잘 보여 주는 책을 찾아 서점들을 돌아다녔지만 힘들어, 직접 그런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림이 다소 적은 편이라 초등학생 이상에게 적합하며, 새 신자와 함께 있을 때나 가정예배 시 읽는 것도 좋다.
저자의 바람대로, 책은 할머니가 손자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듯 성경 주요 내용들을 온화하게 들려 주고 있다. 신학자의 아내답게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의 핵심 교리들을 잘 스며들게 했으며, 주기도문의 경우 관련 본문(마 6:9-13)을 소개하면서 "'나라가 임하옵시며'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는 뜻이야" 하는 식으로 풀어 준다.
또 '독생자(하나밖에 없는 아들)'나 '향유(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기름)'처럼 어려운 단어들은 풀어서 설명하고, 관련 구절이 있을 경우 '구약 이야기 ① 183쪽을 참고하렴(3권 45쪽)' , 난해한 내용일 경우 '이제 정말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한단다(3권 49쪽)' 같은 설명도 붙여 놓았다.
1권에는 창조(창세기)와 방랑(출애굽기), 율법(레위기-신명기)과 정착(여호수아-룻기), 2권에는 왕들의 이야기(사무엘상·하), 선지자들(열왕기상·하, 역대상·하, 요나), 포로(에스라-에스더, 다니엘, 스가랴, 말라기) 등 구약이, 3권은 구원자(4복음서)와 초대교회(사도행전, 요한계시록) 등 신약이며, 총 9부 202가지 이야기이다.
◈'노벨평화상'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들려 줍니다
하나님의 아이들 이야기 성경
데스몬드 M. 투투 | 옐로브릭 | 130쪽 | 18,000원
"사랑하는 하나님의 아이에게. 하나님이 널 사랑하시는 걸 아니? 성경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소녀와 소년이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한단다. ... 하나님은 또한 우리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길 바라셔.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셨단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바로 중요한 세 가지를 지키면 된단다. 올바른 일을 하고, 서로 친절하고, 하나님의 친구가 되는 것."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진실화해위원회 의장을 지내며 흑백 갈등 해결에 일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Desmond M. Tutu)가 '세상 모든 아이들의 마음에 평화와 용기를 심어 주기 위해' 쓴 56편의 성경 이야기이다.
글이 길지 않고 각 면의 절반 이상을 '수준 높은 그림'으로 채우고 있어, 글을 아는 초등학생 이상 학생들은 스스로 읽을 수 있고 말귀를 알아듣는 만 1세 아이들부터 부모가 무릎에 앉혀 놓고 읽어 줄 수 있다. 삽화는 동물들이 자주 나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하나님은 사랑과 헌신을 갚아 주세요: 룻 이야기(룻 1-4장)', '하나님은 우리를 그분의 손과 발로 사용하세요: 하나님의 계획(마 25장)' 같은 제목으로 시작하며, '사랑의 하나님, 하나님의 아름다운 지구를 누리고 돌보게 도와 주세요(10쪽)', '사랑의 하나님, 제가 원수를 사랑하도록 도와 주세요(59쪽)' 같은 짧은 기도문으로 마무리된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에게 '시각'을 넓혀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미국부터 아르헨티나까지, 영국과 이탈리아부터 중국과 남아공까지 오대양 육대주 유명 작가 20명이 공동 참여한 덕분이다. 아담과 하와의 피부는 '까무잡잡'에 머리는 '곱슬'이고, '기름 부음을 받는 다윗'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인물이라도 장면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다. 예수님도 '이콘화'에서 '성화', '만화'와 '일러스트'를 오간다. '마지막 만찬'을 나누는 이들은 모두 흑인들이고, '다시 사신 예수님'은 백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책에 초대받은 화가들은 전 세계 아이들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자신들의 독특하고 풍성한 문화적 유산을 사용하여 성경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며 "이 그림들은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하나님의 모습으로 지음 받았는지를 경이롭게 드러내 준다"고 평가했다.
'처음에 아무것도 없을 때, 나무도 새도 동물도 하늘도 바다도 없고, 오직 어둠만 있을 때, 하나님의 사랑이 비눗방울처럼 피어올랐습니다(8쪽)'처럼 아이들에게 좀 더 친숙하고 신선한 필체는, '압바(박총)'가 첫째 아들(박해민)과 함께 번역했기 때문일 수 있다.옮긴이는 "신학이 훌륭한 이 책은 '하나님의 꿈'이란 관점에서 일관되게 풀어내는 흐름이 신선하다"며 "삶을 누리고 생명을 존중하며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은 다른 어린이 성서와 분명한 차이를 보여 준다"고 전했다.
◈러브레터: 보내는 이 '하나님', 받는 이 '바로 너'
하나님이 내게 편지를 보내셨어요
글레니스 넬리스트 | IVP | 76쪽 | 12,000원
"나는 세상을 만들 때 너무나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내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 뭔지 아니? 바로 너야!" -하나님이.
요즘은 많이 뜸해졌지만, 누구나 받으면 설레고 기쁜 것이 '편지'이다. 그런데, 그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라면? 'IVP 어린이 그림 성경(Love Letters from God)'인 이 책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러브레터'인 성경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들을 신·구약 각각 9곳에서 가려 뽑았다.
창세기 1장을 다룬 '맨 처음에'를 읽어보자. "한번 눈을 감아 보렴. 깜깜하지? 그런데 아주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기도 전에 말이야, 맨 처음에는 사방이 온통 이런 모습이었어. 그냥 깜깜했던 거야. 그러다 어느 신비한 아침에 하나님이 말씀하셨어. '빛이 있어라!'. 그러자 말씀대로 빛이 생겨났어."
이처럼 저자는 해당 부분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각색해 건네고 있다. 부모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경을 읽어주거나 성경 이야기를 들려 주는 하나의 사례나 모범이 될 수 있다. 한 장에 성경의 내용이 나오고, 다음 장에는 마치 큐티집의 본문 뒤 '기도문'처럼, 사랑을 담아 보내는 '하나님의 편지'가 수록돼 있다. 성경 내용과 함께 '하나님이 네게 주시는 멋진 말씀'을 한 구절씩 덧붙여 놓았다.
"사랑하는 OO에게. 만들기 좋아하니? 뭔가를 만들었는데 굉장히 자랑스럽고 아무리 봐도 너무 잘 만들어서 자꾸 웃음이 나온 적이 있니? 내가 세상을 만들었을 때 그런 기분이었단다. 너무 재미있었어! 그런데 내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 뭔지 아니? 바로 너야!"
장마다 다른 소인과 우표와 그림이 있는 겉봉투와, 정성스레 그린 그림 속 편지를 읽고 나면,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편지'를 대신 읽어 줄 어른들의 마음도 따스해질 것 같다. 책 끝에는 아이들이 직접 하나님께 '답장'을 써 볼 수 있는 '초청장'과 '편지지'가 들어 있다. 초등학생 이하 유아들은 펴서 읽어주면 되고, 초등학생들부터는 글이 많지 않아 스스로 읽을 수 있다.
◈20년간 사랑받은 300가지 성경 이야기
재미있는 그림성경
안네 드 그라프 | 생명의말씀사 | 400쪽 | 19,000원
"예수님은 어린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친구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의심하지 않고 믿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정말 소중히 여기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린아이들은 모두 귀한 보물과 같다고 생각하십니다(어린아이들을 부르신 예수님, 마 19:13-15; 막 10:13-16; 눅 18:15-17)."
1995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온 책으로, 지난해 8월 20년 만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원제 'The Children's Bible'. 구약의 첫 페이지인 천지창조부터 각종 스토리들과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 신약의 마지막 요한계시록까지 주요 내용들을 300여 에피소드로 담아 그림과 함께 보여 주고 있다.
'성경만화'가 떠오르는 고전적 그림들을 크게는 두 면에 걸쳐 담아내며 시원하게 배치했고, 글은 대화체로 구성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글이 다른 이야기 성경들보다는 많고 책이 두꺼운 편이다. 하지만 한 문장이 길지 않아 초등학생 이상이면 스스로 넘겨가며 읽을 수 있다. 유아들에게는 한두 에피소드씩 읽어 줄 수 있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어, 새신자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책'으로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다. '미스 페르시아'와 '하만의 음모'부터 '민족을 구한 에스더'까지 에스더 이야기들과 '물 위로 걸으신 예수님, 물 위로 걸어간 베드로' 등의 그림들은 강렬하다.
창세기 1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까마득한 옛날, 세상은 온통 깜깜한 어두움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빛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러자 어두움 대신에 낮과 밤이 생겨났습니다. ... 모든 것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땅이었지만, 세상에는 아직까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과 닮은 누군가를 창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은 진흙을 한 줌 집어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을 닮은 최초의 남자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시면,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모든 시대, 모든 나라에서 예수님을 따르기로 한 사람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젊은이들과 노인들, 특별히 어린이들이 예수님에게로 올 것입니다. 예수님을 알고 예수님에게 자신의 마음과 생각과 삶을 드린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서 영원히 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