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년 바울 연구의 현 주소, 각 입장 소개하는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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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서평] 바울 연구 입문

바울 연구 입문
데이비드 G. 호렐 | CLC | 312쪽 | 16,000원

데이비드 호렐은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영국 엑시터(Exeter) 대학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바울 연구 입문>은 호렐의 'A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Paul 3th(2015)'를 번역한 것이다. 1판은 2000년, 2판 2006년, 그리고 3판은 2015년에 출판됐다.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 책으로, 3판을 CLC와 이승호 교수가 출판해 소개했다.

<바울 연구 입문>은 한 마디로 말하면 "바울 신학을 위한 기본 교과서"라고 정의하고 싶다. 최근 30여 년에 걸쳐 펼쳐진 바울 신학의 상황에 대해, 요약과 객관적 관점에서 제시하는 아주 좋은 교과서이다.

이 책은 교과서는 저자의 의도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될 수 있는 대로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자료로 구성한 문장을 제시하려 시도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접하는 독자는 매우 객관적인 자료를 습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교과서'이다.

기독교에서 왜 바울을 연구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울의 영향력, 즉 '거대한 산이 된 바울'이기 때문이다. 바울은 기독교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절대적 위치에 있고, 바울서신(진정성 있는 서신 7개)이라는 개인 저술도 있기 때문에 합리적 접근도 가능하다는 것은 연구자들이 갖는 확신이다.

본 저술은 바울이 생애에 대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저자가 결정하지 않고 연구 상황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유력한 학자들의 연구물을 집대성하여 핵심을 제시하기 때문에, 매우 유익하다.

저술의 객관성은 추천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고, 독서를 하면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노력도 잘 보인다. 그리고 더 많은 연구로 가는 서지 목록을 제시하기 때문에 전문 연구로 연결된다. 서지 목록은 전문적인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정보이다.

호렐은 바울에게 일어난 '다메섹 체험'에 대한 이해가 첨예하게 구분되는 것을 제시했다. 개종(conversion) 사건인가, 소명(calling) 사건인가? 이는 바울을 이해하는 첫째 단계이다. 그리고 바울이 예루살렘에 올라간 횟수는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바울의 초기문서는 데살로니가전서인가, 갈라디아서인가? 이런 변수를 판단하면 바울을 이해하는 방향성을 두드러지게 변화한다. 호렐은 두 견해를 모두 제시하면서 독자가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판단이나 연구 방향 결정은 독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  

호렐은 바울의 사상의 핵심 주제에 대해 각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들을 제시한다. 본 저술의 특징이다. 책을 읽는 독자로서 어떤 면에서는 '시원한 답'을 얻고 싶은 마음에 상당히 답답한 면도 있다.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고 제시하기 때문에, 정작 바울의 핵심 주제에 대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답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의견을 제시하면서 저자의 견해에 더 합리적인 것을 선택하게 하려는 의도는 있다.

<바울 연구 입문>에서 주된 논점은 '새관점'이다. 유대인에 대한 관점은 홀로코스트 이후에 전환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191쪽). 요세푸스에 의한 바리새인, 사두개인, 에세네파, 열심당원 등의 유대교 사회에 대한 이해에 대해 새관점은 유대교를 언약적-신율주의로 전환시켰다. 유대교 이해에 대변혁을 제시한 것이다.

호렐은 새관점과 김세윤의 격돌에 대해 꾸준히 제시한다. 김세윤 교수가 세계적으로 바울 신학계에서 한 축을 담당한 위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새관점 학파로 인한 거대 변혁을 막을 수 없다. 학문은 옳고 그름보다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느냐가 시대를 주도한다. 지금 신약학계, 신학계는 새관점 학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호렐도 그 거대 물결에 편승한 연구자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바울 신학에는 더 다양한 분야가 있다. 호렐은 사회비평학적 관점, 페미니스트적 관점 등 바울 신학 안에서 여러 관점으로 신학을 정립하려는 시도들도 제시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바울서신의 진정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바울서신 13권 중 진정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7권에서 빠진 6권, 즉 에베소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후서, 디모데전·후서, 디도서 등이 왜 바울서신으로 인정되지 않는가에 대해 적은 것이다. 호렐은 중간자적으로 객관적인 서술을 한다고 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스스로도 바울서신의 진정성을 7권만 인정하는 듯 했다. 다만 6권의 위경(僞經)성에 대한 견해를 심하게 논박하지는 않고, 인정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바울 신학은 더 꾸준히 연구가 확장되고 의견이 개진될 것이라고 했다. 학문의 개방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새관점 학파의 이론이 현재 대세이지만, 다른 관점이 대두할 가능성도 열어 놓는다. 그리고 더 많은 관점에서 바울 신학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저술을 읽으며, 독자로서 한국 신약학계에 질문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것은 신약학 연구자들 자신이 생각하는 바울서신의 진정한 권수를 밝혀 준다면, 신학 이해에 좀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바울서신'을 '7권으로 보는 연구자'들이 '바울서신에서 복음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할 때, '그 바울서신'은 '7권'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고경태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주님의교회 담임, 크리스찬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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