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한 그곳의 낯선 풍경… ‘예수천국 불신지옥’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노방전도’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명동에서 만난 한 전도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그는 “가끔 ‘수고한다’며 음료수 등을 건네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명동에서 만난 한 전도자.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그는 “가끔 ‘수고한다’며 음료수 등을 건네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서울의 번화가인 명동.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이 거리에 매우 낯설고도 이질적인 풍경이 하나 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뜨거웠던 8월의 어느 날, 인파(人波) 사이를 가르는 한 중년 남성의 등에는 이렇게 쓰인 작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찬송이 흐르는 낡은 카세트플레이어를 목에 건채, 그는 지나는 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렇게 외친다. "예수 믿으세요!" 그저 이 한 마디만.

다가가 물었다. 어떤 교회를 다니며, 왜 이런 일을 하고, 얼마나 오래 했는지. 그는 명동 근처 작은 순복음교회를 다닌다고 했다. 여기서 매일 오전 예배를 드린 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이렇게 명동을 거닌다고. 그런지 6개월 정도 됐다고 했는데, 10년 혹은 그 이상 자기처럼 전도하는 이들이 3~4명은 더 있다고 했다.

"다 나그네 인생 아닙니까. 이 세상의 삶은 짧고 예수는 영원하니까.... 사실 여기(명동) 지나다니는 사람들, 알고 보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는 이들 아니에요? 얼마나 불쌍합니까?" 그가 이곳에서 나온 이유였다.

"더운데 힘들지는 않느냐" 했더니 "예수님도 고난을 당하셨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었다.  

다른 한편에서 작은 천막을 치고 마이크를 들어 성경을 읽고 있는 할머니도 만났다. 60대 중반이라고 했는데, 약 10년 동안 일주일에 3~4번, 하루 2시간씩 이곳에 나와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읽고 있다고 했다. 그저 전하는 것은 예수님과 성경뿐이라고. 자신이 가고 나면 다른 사람이 또 나와 그것을 전한다고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나 그랬단다.

왜 하느냐 했더니 "10여 년 전 지하철에서 본 한 전도자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이단으로 알던 곳의 소위 '교주'를 전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도전을 받았다고 했다. "이단도 저렇게 열심인데..." 그 때부터 '예수를 전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고.

재밌는 얘기도 들려줬다. 그가 있는 천막은 벌써 20년 가까이나 됐는데 얼마 전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했더니, 구청 직원과 경찰이 명동에 천막을 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 때문에 법원에까지 갔지만 결국 이겼다는 의미였다. "우리나라엔 종교의 자유, 선교의 자유가 있잖아요."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또 이곳에 자신들 말고도 전도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 중에는 이단들도 있는데, 자신들이 떠나면 그들이 더 활개칠 것 같다고도 했다.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인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그 중에는 평생 예수라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이들도 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와서 (예수에 대해) 물어본다"며 "또 가끔 울면서 찾아와 '정말 예수 믿으면 천국에 가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당연히 '그렇다'고 답해준다. 그리고 '하나님은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말도 덧붙인다"고 했다.

▲또 다른 전도자. 그는 ‘할렐루야’라 적힌 띠를 두르고 거리의 사람들에게 예수를 전했다.  ⓒ김진영 기자

▲또 다른 전도자. 그는 ‘할렐루야’라 적힌 띠를 두르고 거리의 사람들에게 예수를 전했다. ⓒ김진영 기자

정말 '구시대적'인가?

이미 많은 소통이 SNS와 같은 온라인으로 옮겨간 시대, 이런 전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흔히 '노방전도'(路傍傳道)나 '축호전도'(逐戶傳道)라 부르는 것들 말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전도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처럼 극히 단순하고 오해의 소지도 있는 메시지만을 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본적인 형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로 이단들이 한다며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도, '구령'(救靈)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구시대적'이라는 견해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는 "전도의 열기가 사라진 이 시대,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복음을 전하는 그 열정 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며 "그러나 그것도 결국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방식이라면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시대에 맞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재호 목사(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 이사장)도 "최근에는 관계전도가 더 각광받고 있다. 시대마다 그에 맞는 전도의 방식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도 과거 그랬지만 최근 해외에서도 복음을 전하는 효과적인 수단은, 노방전도와 같은 것들보다 학교 설립을 통한 교육 등"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구시대적'이라 부르는 이런 전도의 방법들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소위 '신시대적'이라는 방법을 써서 과연 한국교회가 얼마나 성장했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현실은 오히려 쇠퇴하고 있고, 그나마 성장했다는 교회들도 알고 보면 '수평이동'에 의한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직접 만나셨듯 오늘날 한국교회가 그렇게 한 영혼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먼저 삶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에도 이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복음을 전하는 행위, 그 자체가 곧 그리스도인들이 삶"이라고 맞선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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