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 100주년 기념 제16회 언더우드 선교상 시상식 열려
"언더우드 1세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여기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꿈보다 훨씬 많이 이뤄졌습니다. 이 일은 혼자 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언더우드 1세는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등의 여러 교회와 선교부를 모아 학교를 만들 준비를 했습니다. (중략) 언더우드 1세의 (연세대) 설립 정신은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그는 예수를 소개하러, 전도하러 한국에 왔는데, 그것은 우리 정신의 기초입니다. 또 같이 일해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이 설립정신을 지키기 위해 교목실뿐 아니라 총장, 직원 등 모두가 다 합해 기독교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12일 오후 3시 반경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 언더우드가 4세 원한석 연세대 법인이사는 이날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원두우, 1859~1916)의 서거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에 있는 3명을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방한한 총 28명의 언더우드 후손을 소개하며 연신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어제는 나이 많은 순서에서 적은 순서로 소개했으니 오늘은 거꾸로 소개하겠다"고 시작했으나 "죄송합니다. 순서를 바꾸니 헷갈립니다" "머리 안 좋아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는 연세대 설립정신을 언급하며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날 연세대 언더우드기념사업회가 마련한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 기념 및 제16회 언더우드 선교상 시상식'에 참석한 손자 원득한 박사, 증손자 원한광 박사 등 언더우드가 3세부터 6세까지의 후손은 교수, 목회자, 간호사, 컴퓨터전문가 등 다양했다. 40여 년을 한국에서 살다 은퇴한 후 미국에 '이민' 간 3세들도 있었으나 한국을 처음 방문하거나 55년 만에 온 5, 6세도 많았다. 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한국식으로 인사했다.
이 자리에는 언더우드 후손 외에도 한국 최초의 고아원과 고아학교인 언더우드학당을 전신으로 하는 경신고 학생 200여 명을 비롯해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한 21개 교회, 2개 기관, 2개 학교 관계자들도 참여해 함께 기념했다.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은 기념 강연에서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교회에 남긴 정신적 유산 중 '교회 연합정신과 일치운동, 곧 에큐메니칼 정신'을 꼽았으며, 남다른 전도와 선교에 대한 열정 및 활동들도 강조했다.
1916년 10월 12일 언더우드가 서거한 지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해외 오지에서 15년 이상 헌신한 선교사들에게 주는 제16회 언더우드 선교상 시상식에서는 소외된 지역인 불어권 아프리카 선교사로 32년간 모범적인 선교 활동을 펼쳐 온 윤원로 카메룬 선교사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15년간 헌신적으로 활동한 조영춘 선교사가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선교사는 카메룬, 차드,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등 4개국에 200여 개의 교회를 개척하고 7개국 순회 목회자세미나 운영, 카메룬복음신학대학(1997), 열방중고등학교(2009), 열방유치원(2015) 및 열방초등학교(2017 예정) 설립 등 교육과 훈련을 통해 아프리카 현지인 지도자를 세우는 데 집중했다. 또 복음병원 설립(1998~2002), 비전의과대학 설립(2014), 국제옥수수재단 카메룬지부 건립(2013) 등 의료 지원 및 기근 해결 등에 기여해 왔다.
윤 선교사는 "선교초창기 여러 종류의 고난이 파도처럼 지속적으로 밀려올 때마다 주님의 부르심을 상기했다"며 "'주께서 나를 굶고 병들고 죽게 하려고 이 땅에 부르실 리가 없어. 주님의 부르심이 실패할 리는 없어'라며 주님의 부르심을 의지하여 살다 보니 30년이 훌쩍 지났다"면서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
조영춘 선교사는 동말레이시아 미전도종족 원주민 마을 150여 곳에 1만여 명을 전도하여 약 100여 곳에 5천여 명의 원주민에게 세례를 주었다. 15개 정글마을 예배당 건축, 평신도 지도자를 통한 복음 재생산 기반 마련 등으로 현재는 47개 원주민 마을 2,500여 명의 그리스도인을 돌보며 목회하고 있다.
조영춘 선교사는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결코 혼자서 사역할 수 없다"며 "주께서 저를 보내시는 곳곳마다 저와 후원교회 성도님들은 함께 말레이시아 밀림에 복음의 씨를 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의 세대가 지나고 다시 새로운 세대가 시작할 때 보르네오 출신의 원주민 선교사들이 한국교회 선교사들처럼 세계 곳곳으로 나가고, 보르네오 원주민 선교사가 이 선교상을 받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언더우드선교상과 함께 해외에서 5년 이상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를 선발해 선교비를 지원하는 '제7회 선교비 지원' 대상에는 이호영 우간다 선교사가 개인 부문에 선정됐다. 우간다 네비 지역에서 라디오방송국(Christ the King FM 98.3)을 운영하는 이호영 선교사는 올해 말까지 방송장비 확충을 통해 먼 지역 현지인들에게까지 선교 전파사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이날 한국기독교와 근대교육의 초석을 놓은 언더우드 선교사의 활동 영상 상영 후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한 언더우드 선교사 후손들은 각 1분 내외로 짤막하게 제작된 윤원로, 조영춘, 이호영 선교사의 사역 영상이 끝나자 28명 전원 기립박수를 보내며 21세기에 열악한 선교지에서 헌신하는 제 2, 제3의 언더우드 선교사들을 격려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연세대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발자취를 계승하여 오늘의 연세 교육 정신으로 승화하면서 언더우드 선교상을 통해 언더우드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선교사들을 찾아 격려하고 지구촌 벽지의 지역주민을 돕고자 하는 선교단체에 선교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 상을 통해 언더우드 선교사가 이 땅에서 보여주신 정신과 삶이 전 세계에 계승되고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인철 교목실장도 "언더우드 선교사를 추모하고 그가 갔던 길을 끊임없이 계승하고자 한다"며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과 삶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계승하는 결단의 장이 되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직후 백주년기념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 기념전시회'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고종황제가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하사한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과 언더우드 선교사가 설립했거나 직접 관계한 기관들의 옛 모습을 그린 펜화 40여 점, 초기 언더우드 타자기 20점, 언더우드 초상화 등을 공개했다. '바르지 않은 것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 사인참사검은 손자 원득한 박사가 11일 언더우드 서거 100주년 기념 만찬 때 연세대에 기증했다.
백주년기념관 앞 정원에서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미국에서 들여온 둥근잎느티나무 기념식수 행사가 열렸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둥근잎느티나무 묘목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송도 국제캠퍼스에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