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서 기조강연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32차 정기논문발표회가 5일 부산 고신대 손양원홀에서 개최됐다.
기조강연에서는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가 '종교개혁적 칭의론에 대한 역동적 이해'에 대해 발표했다. 김 박사는 이날 지난 5월 본지에 기고했던 같은 제목의 기고문을 토대로 발표했다.
김영한 박사는 칭의론과 소위 '바울신학의 새 관점'을 논하면서 "우리가 여기서 아무리 학문을 열심히 토론해도 삶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헛것 아닌가"라며 "종교개혁적 칭의론은 모든 신자가 하나님의 심판 앞에 서야 한다는 종말론적 신앙으로, 종교개혁자들도 한 번 구원 받으면 무슨 짓을 해도 구원받는다고 말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제 스승인 루터교 신학자 알브레히트 페터스는 <칭의론>에서 '종교개혁적 착상에서 결정적인 것은 모든 사람들이 창조자와 심판자 하나님 앞에 최종적으로 드러나게 됨에 대한 칭의의 엄격한 종말론적 정향이 은폐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며 "칼빈도 '칭의란 우리의 행위가 아닌 죄의 용서와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로서 이루어진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종교개혁적 전통에 의하면 칭의가 먼저 있고 그 열매로 성화가 수반되는 것이지, (새관점 학파 주장대로) 칭의와 성화가 무조건 변증법적으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다"며 "칭의는 김세윤이 피력하는 바와 같이 '종말론적 유보'라기보다는 '종말론적 완성'을 요구한다. 칭의는 궁극적으로 종말론적인 동시에 현재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세윤의 '유보적 칭의론'의 장점에 대해 △칭의가 가진 영적 하나님의 통치 차원을 드러냈다 △정통 교리가 가진 구원론적 안일성을 잘 지적하고 있다 △유보적 칭의론은 종말론적 지평을 노정시킨다는 점 등을, 최덕성의 '전통적 관점'의 장점에 대해 △종교개혁적 정통주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 △유보적 칭의론이 가진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등을 각각 꼽았다.
김영한 박사는 "종교개혁 전통은 믿음에 의한 칭의를 강조함에도 최종 심판대 앞, 하나님 앞에서 행위에 따른 심판과 보상을 말하고 있고, 칭의를 라이트나 김세윤처럼 현재와 미래의 두 단계로 분리시키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주장이 함축하는 동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선한 열매 없는 칭의는 허위(虛僞)의 칭의임을 기억하고, 코람 데오(Coram Deo)의 신앙으로 안일한 예정 신앙과 성화 없는 칭의 신앙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세 차례의 발제가 이어졌다. 첫 발제는 정홍렬 박사(아신대)를 좌장으로 정동곤 박사(안양대)가 '학제간 통찰신학: 경계와 경계의 사라짐'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신학적 문제는 그것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반 학문에도 영향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그 경계를 넘나드는 현상을 많이 담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일반 학문에서도 많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믿음(fides)이 먼저인가, 아니면 이성(ratio)이 문제인가'라는 문제도 믿음과 이성의 경계를 구분짓는 데서 비롯된 문제이나, 믿음과 이성은 엄격히 구분되는 경계(die Grenze)가 있지만 그 구분이 모호해지거나 없어지는 '경계의 허물어짐(das Verschwiden der Grenzen)'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반계시와 특별계시, 그리고 성경에 있어 구약과 신약은 그 내용에 있어 분명한 구분(경계)이 있지만 동시에 그 구분이 애매하거나 모호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칼빈은 이 난해한 경계의 문제를 신론적 통합(unitas)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칼빈은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를 인간론(anthropologia)적 관점이 아닌 신론(theologia)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신학과 일반 학문의 통합을 시도한다. 정 박사는 "이러한 사고 체계는 개혁주의의 독특한 관점인데, 신론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자연인에게는 주어질 수 없고 구원받은 성도에게 주어지는 안목"이라며 "칼빈은 일반계시의 불충분성을 주장했으나, 동시에 일반 학문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경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일반 학문을 존중하며 자신의 신학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정동곤 박사는 "신학적 언어와 과학적 언어도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하나, 신학과 과학의 사무적 영역(magisteria, 절대 불가침의 영역)이 다름에도 서로 고립돼 소통이 없다거나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잘못"이라며 "모든 신학적 주제가 일반 학문과 공유된 지식과 공통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 중에서도 창조와 인간론은 특히 신학과 일반학문이 더 많은 것을 공유한다"고 했다.
정 박사는 "신학과 학문의 통찰적 사고는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로, 신학과 학문의 대화는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며 "신학과 일반학문의 관계성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점만 강조하여 '경계'만을 논하고 이야기한다면 대화가 중단될 것이고, 반대로 '경계의 허물어짐'만 이야기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정리했다.
덧붙여 "일반 학문을 수용하고 진지한 대화를 시도하는 '통찰 신학'은 경계와 경계의 허물어짐을 분명히 할 때 그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예수님 말씀을 인용해 설명하자면, 신학 속에 일반 학문이 있고 일반 학문 속에 신학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여기에 경계와 경계의 허물어짐이 있다"고 했다. 논평은 이신열 교수(고신대)가 맡았다.
우병훈 박사(고신대)는 '청교도 성령론의 특징: 십스, 굿윈, 오웬, 에드워즈를 중심으로'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청교도 신학의 장점이 가장 빛나는 교리가 성령론이나, 이상하게도 청교도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서는 매우 희박한 편"이라는 말로 취지를 소개했다.
리처드 십스와 토마스 굿윈, 존 오웬, 조나단 에드워즈 등 대표적 청교도 4인의 성령론 작품을 소개한 우 박사는 청교도 성령론의 특징으로 △성령의 신성 증명 △기독론과 밀접한 관련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칼케톤 신조에 표명됐던 '두 본성 기독론(two-nature Christology)'이 가지는 단점을 성령이 그리스도의 지상 사역 가운데 그의 인격과 사역을 유지하도록 활동했다는 청교도 고유의 '영 기독론(Spirit-Christology)'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고 했다.
청교도 성령론이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에 대해선 "오순절 교단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은사주의적 경향을 띠는 가운데, 청교도가 성령을 하나님으로 고백한 것은 성령의 주권을 강조한 것"이라며 "성령을 주목하고 찾는 것은 좋지만 그 목적이 건강과 부귀를 추구하는 기복신앙에 있다면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교회 성도들은 성령을 은사와 먼저 연관시키지만, 성경의 용법을 따랐던 청교도들은 성령을 그리스도와 먼저 연관시켰다"며 "청교도의 성령론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실천적으로 성령을 간구하고 찾도록 한다"고 했다. 논평은 유정선 박사(한국성서대)가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용규 박사(함께하는교회)는 '판넨베르크의 그리스도의 선재성(preexistence)과 삼위일체론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판넨베르크가 지향하는 종말론적 선재성은 엄격한 의미에서 교부들과 칼빈, 개혁신학이 주장하는 선재성에 기초한 위로부터의 기독론과 다르다"며 "그러면서도 실제적으로 일반적 의미에서의 위격적 선재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그의 기독론에는 위로부터의 기독론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좌장에는 이동영 박사(성경신대), 논평에 유창형 박사(칼빈대)가 각각 나섰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는 발표회 후 정기총회를 개최, 현 회장 한상화 박사가 이임하고 신임 회장에 김윤태 교수(백석대)를, 총무에 이경직 교수(백석대)를 각각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