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판별 핵심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최덕성 박사,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서 제안

▲최덕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덕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5일 부산 고신대 손양원홀에서 개최된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한상화 박사) 제32차 정기논문발표회에서는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의 기조강연 '이단 판별의 주체적 기준'이 최근 예장 통합의 이단 사면 논란 등 이단 관련 여러 교계 이슈와 맞물려 관심을 끌었다.

최덕성 박사는 "예장 통합 총회장은 2016년 성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그 동안 이단자로 정죄됐던 4명에 대한 사면 또는 해벌을 선언했다 여론에 밀려 이를 취소했다"며 "신앙고백교회사관은 교회의 역사를 힘이나 기득권이나 다수의 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진리성의 관점으로 파악하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이름에 대한 망령된 행위이자 신성모독이고, 명백한 계명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최 박사는 "뿐만 아니라 많은 신학자들이 한국교회 내 이른바 '이단감별사'들의 이단 만들기 활동을 환영할 수 없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근년의 한국교회 이단정죄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누가 무슨 권위로 특정 개인이나 운동, 그룹의 정통성과 이단성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 △교회가 이단판별의 주체라면, 어느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권위를 부여받아 성경적 진리를 설정하고 정통과 이단을 구별할 수 있는가? △교회가 공적으로 결정한 이단정죄는 절대적 권위를 가지는가? △교회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는가? 등을 반문했다.

그는 "과거 로마가톨릭교회는 사도권을 계승한 로마의 감독 곧 교황이 지배하는 교회와 교황과 친교를 가지는 감독들만이 정통과 이단을 판별·정죄하는 권한을 가졌다고 봤고, 오늘날 이들의 이단판별 실무는 중세 종교재판소의 연장인 바티칸 신앙교리성이 맡고 있다"며 "교회라는 외형적 조직을 이단 판별의 절대적 주체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매우 곤혹스런 결론에 이르렀는데, 중세기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서로를 이단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단이 이단을 이단이라고 정죄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에 반해 프로테스탄트교회들은 성경과 성경적 진리를 이단 판별의 기준으로 삼기에, 로마가톨릭교회의 사도직 계승교리를 비롯해 마리아론(마리아 승천론, 대속역할론, 원죄 없음교리 등), 성인·조상 숭배, 면죄부, 고백성사, 교황 우위성과 무류교리, 화체설과 회생교리 등 성만찬 예식의 미신적 이해, 사제의 사죄 선언권리, 가경 등을 모두 비성경적으로 본다"며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에 비추어 볼 때 성경적이지 않고 건전·타당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덕성 박사는 "최근 한기총이 이단으로 분류돼 온 장로교계 두 그룹에 대한 이단 재검증을 하여 '이단이라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하자, 한교연이 '이단 규정과 해제는 교회 곧 각 교단의 고유한 권한이지 교회연합기관의 과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나섰는데, 이 말은 외형적 교회 조직을 이단 검증의 절대적 주체라고 보는 관점"이라며 "이단판별과 정죄를 각 교회와 교단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은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지게 되고, 로마가톨릭교회의 관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프로테스탄트 각 교회와 교단과 교파는 성경을 존중하지만 교리와 신학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각 교단의 신학과 교리를 기준으로 이단을 규정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단이 이단에 대하여 이단 정죄를 하는 모순에 빠진다. 교단 간의 경쟁이 심한 현실에서 '내 교회'의 유력 신도 한 사람이 힘 없는 '네 교회'로 가면 당장 '네 교회'에 대한 이단시비가 일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교회(대회·노회·총회·공의회 포함)가 과오를 범할 가능성이 있고 또 범해왔음을 지적하고, 교회 조직체의 결정이 절대적 권위를 갖지 못하고 신앙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보조수단이라고 한다(제31조 4항)"며 "'위대한 이단자들'의 발자취는 교회 조직체가 오류와 실수와 범죄를 저질러 왔음을 확인시켜 준다. 교회는 상을 줘야 할 자에게 벌을 줬고, 정통 신앙인을 화형에 처했으며, 목사직을 면직·정직시켜 복음전도와 하나님나라 사역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이단 판별의 주체는 교회-신앙고백 공동체이나, 이단 판별은 성경과 성경적 진리성에 충실한 경우에만 효력을 지닌다"며 "형제의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 무지, 한두 가지만을 강조하는 축소주의 또는 환원주의 경향에서 비롯된 오류 등의 결함을 침소봉대하여 정죄, 배척, 왕따의 근거로 삼음은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신앙고백과 정치원리에 위배된다. 신중하지 않은 이단정죄는 신앙고백 공동체의 갈등을 조장하고 파당을 부추긴다"고 덧붙였다.

▲학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학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단 판별의 기준'에 대해 최덕성 박사는 "예수의 사도들의 가르침의 핵심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진리이고 그 분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교리(요 14:6, 행 4:12)"라며 "이 진리에 따르면 하나님의 구원에 제한을 둘 수 없다는, 기독교 밖에도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이 있다고 주장하는 종교다원주의야말로 이단사상이자 적그리스도의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리와 이단 판별의 핵심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으로, 이 진리는 베드로의 고백(마 16:16), 마가의 핵심 메시지(막 1:1), 사도들의 복음 증거(행 5:42, 17:3, 18:5), 바울의 예수복음(딤전 2:4-6), 베드로의 구원의 복음(벧후 2:1)에 동일하게 나타난다"며 "이에 비해 성경을 앞세우는 이단 집단들의 우상성은 자파의 신념을 유일의 '성경적' 견해로 여기면서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혁신앙, 정통신학은 성경적 토대와 합리성 또는 건전 타당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성경에 대한 해석학적·신학적 특성을 깊이 고려한다"고 했다.

이단 판별과 관련해 교회가 오류를 범했을 경우에 대해선 "교회의 결정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김은 중세교회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고 성경과 성경적 진리성에 충실한 판단만이 권위와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러므로 신속히 재심제도를 거쳐 이단정죄를 해제하고 피해 당사자에게 용서를 구함이 옳고, 이는 지성과 양심에 부합하는 용기"라고 했다.

덧붙여 "프로테스탄트 교단마다 교리가 조금씩 다르지만, 성경이 제시하는 기본 진리에는 일치한다. 교회사는 이단심의 기구가 준거의 틀로 삼아야 할 몇 가지 최소 기준들을 알려준다"고 제시했다. 그 첫째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공교회, 성도의 교통, 죄 사함, 육체적 부활, 영생 등을 거론하는 사도신경이다. 그러나 사도신경은 교회연합과 일치의 조건으로 충분하지 않은데, 현대교회에 필요한 천국과 지옥, 이신칭의, 상벌, 성경에 관한 고백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니케아(325), 콘스탄티노플(381), 에베소(431), 칼케돈(451) 등 초기 에큐메니칼 공의회의 신조문들이다. 이 범주에는 초대교회 교부들의 가르침이 참고자료로 포함될 수 있다. 셋째로 기독교의 5대 근본 도리이다. 1930년 미국 현대주의-근본주의 논쟁에서 제시된 5대 교리로, 성경의 초자연성-무오성, 예수의 동정녀 탄생, 대속적 죽음, 예수가 수행한 기적의 역사성, 육체적 부활에 대한 믿음과 고백 등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 도르트총회 신경 종교개혁 이후 문서들에 대해서는 "개혁신학과 장로교 정신에 충실한 기독인들은 이 고백서들을 이단판별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싶어하고 저도 그렇지만, 개혁교회와 장로교권 안에서조차 신학적 다양성이 존재하고 일치된 의견이 없다"며 "예장 통합만 해도 바르트주의와 자유주의 에큐메니칼 신학에 충실한 독자적 신앙고백서를 곁들여 갖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단 판별의 주체로 "범 교단 차원의 권위 있는 이단연구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정통과 이단을 판별하는 '신학자회의(Theologians Council)'가 바로 그것. 그는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아니한 순수한 신학자들,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확실하게 믿고 고백하면서 사심 없이 공정하고 학문적으로 판별할 신학자들로 구성된 신학자회의는 한국교회의 갈등을 줄이고 권위와 위상 회복에 분명히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와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고, 사실 확인을 한 뒤에 신학적 깊이와 균형을 갖도록 하고 오류 또는 미숙한 점을 지적하여 고치도록 사랑으로 지도한다.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그 결과를 교단에 통보하고 공적인 언론매체를 거쳐 교계에 공개적으로 사실을 알린다"며 "신학적 깊이와 균형을 갖추지 못한 자들에게 사랑 안에서 교정을 요구하고, 그릇된 부분을 교정한 뒤에 한국교회의 대열에 다시 들어서도록 지도하고, 배우고 고치고 버리겠다고 약속하며 한국교회와 함께 가겠다고 하는 자들은 품는 것"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신학자회의 구성과 같은 한국교회의 범교단 차원의 공동 협력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프로테스탄트들의 시대적 과제일 뿐 아니라, 이단의 악영향을 막고 교회를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비책"이라며 "교회가 지금 진리를 방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돌진하고 있는데, 복음주의조직신학회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각 교단을 설득하여 신학자회의를 만들고 이단 문제에 적극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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