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등 제3세계 성경해석, 서구에 본격 소개된 지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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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신간] 마이클 고먼의 'Reading Paul'과 'Apostle of the Crucified Lord'도

신학원서 전문서점 라비블의 신간 도서들을 소개합니다. 해당 도서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라비블 구입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편집자 주

1. Die Bibel nach Martin Luthers Ubersetzung - Lutherbibel revidiert 2017: Standardausgabe. Mit Apokryphen Standard edition

출판사: Deutsche Bibel Gesellschaft (DBG)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2017년을 기해 독일 개신교(루터교파)가 사용하는 루터역 신구약 성경의 최신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루터의 독일어 신구약 성경은 스위스 개혁교회가 사용하는 독일어판 츠빙글리 성경 또는 취리히 성경 출판(1531년)보다 3년 후인 1534년에 처음 나왔으나, 루터의 명성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루터의 독일어역 성경전서는 그 동안 여러 번 개정작업을 거쳤고, 지난 마지막 개정판은 1984년에 나왔다. 스위스 개혁교회는 한국 장로교회의 역사적 기원인데, 취리히 성경을 2007년 개정 출간한 바 있다(현재 2012년 개정 제4판이 나왔다). 내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또 다시 루터 성경이 외경과 함께 전면 개정되어 출판되었다.

2. Voices from the Margin

저자: Sugirtharajah, R.S.
출판사: Orbis Books

미국 오르비스 출판사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들, 제3세계에서 성경해석>이란 제목의 이 책은 지난 1991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소위 제3세계, 또는 지구의 남반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소외와 고난의 상황에서 그들이 이해하고 말하고 싶은 성경에 대한 목소리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제3세계의 성경해석과 적용에 대한 관심이 영어권에서 본격적으로 출판된지 올해가 25년째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표지에 '25주년 기념출판'이란 표시를 하고 있다.

이 책의 편집자인 수기르타라자(R. S. Sugirtharajah)는 영국 버밍엄대학교 성서해석학 명예교수로서, 그 동안 주로 아시아와 제3세계의 성경해석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종류의 책을 출판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지난 25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 그리고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성경해석 관련 글들을 모아 38편의 글을 싣고 있으며, 책 말미에는 편집자가 쓴 지난 25년간 제3세계에서 성경해석학의 역사에 대한 글이 있다.

특히 서구의 식민지 시대 이후 제3세계에서 성경에 대한 이해와 적용에 대한 글들이 주목된다. '현대 중국이 성경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중국에 반환된 후 홍콩의 성경해석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안병무의 '마가복음에 나타난 예수와 민중'이란 글이 있고, 일본은 제3세계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나 히사오 카야마의 '일본 문화의 맥락에서 본 고넬료 이야기'가 실려 있다. 물론 미국의 아프리카 계 흑인들의 인권 운동과 연계하여 출애굽 본문에 대한 해석과 적용 해석 사례도 소개된다.

안병무의 소위 민중신학 성서해석이 얼마나 한국교회의 공감을 얻고, 앞으로 계속 한국의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오늘도 우리의 관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Reading Paul

저자: Gorman, Michael J.
출판사: Cascade Books

바울 개론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보통의 개론서는 딱딱한 사실들만 지루하게 열거해서,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초행자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사실 따라가기 버거운 분량 때문에 끝까지 못 읽는 경우도 많지요.

하지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바울 읽기'입니다. 바울에 대한 여러가지 견해를 나열하는 것도 아니고, 바울 서신을 주제로 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만 나열하는 것이 아닌, 바울을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책으로 치부할 순 없습니다.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와 <신학적 방법을 적용한 새로운 바울연구개론>의 저자로 유명한 바울 신학자 마이클 고먼이 깊이 있는 성경 연구와 현대 바울 신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녹여내 만든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은 실제적입니다. 흔히 성경읽기에는 'what it meant'와 'what it means'의 긴장이 존재한다고 하지요. 학술적인 성경 읽기는 주로 what it meant에 무게를 싣습니다. 어쩌면 학자들이 쓴 책을 사기 두려워지는 이유가, 그들의 책을 읽으면 꼭 'So what?'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고먼은 바울의 삶과 저작을 '하나님을 위해서(for) 우리를 향하여(to)'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때, 바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전제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각각의 바울 서신에 대한 '사실 관계'를 건조하게 설명하기보다, 바울서신 저변에 자리한 테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설명해줍니다.

그 테마들로는 '은혜와 사도됨', '복음 전파',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 '종말론', '하나님의 복음', '십자가 죽음', '부활', '칭의', '성령을 통한 성장',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 '드러날 영광' 등이 있으며, 각 테마는 역사적·문학적·신학적 담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한 테마의 마지막 부분에는 생각할 거리로 질문들을 던져줍니다. 그래서 앞서 읽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성경을 찾아 자신만의 바울 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자도 밝히는 부분이지만, 이 책은 '관심 있는 평신도'와 '시작하는 신학도'를 위해 쓰여졌습니다 (그래서 책이 얇고 본문 구문이 쉽습니다). 읽어보니 저자의 의도는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동시에 바울에 대해 아는 지식은 많지만 정리가 되지 않고, 또한 바울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희미하게만 보이는 분에게도 아주 유익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4. Inductive Bible Study: Observation, Interpretation, and Application Through the Lenses of History, Literature, and Theology

저자: Fuhr, Al | Kostenberger, Andreas J.
출판사: B&H Publishing Group

21세기 한국의 목회자들은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다 만들어진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비판이라기보다 자기 연민에 가깝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스턴트를 자꾸 먹으니 소화 기능이 망가지는 것 같아, 요즘 자주 속이 막힙니다. 더부룩한 위장을 안고 의자에 앉아 이 책을 폈는데... 이만한 소화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자들은 바쁘다 보니 남들이 해석해 놓은 책을 가지고 그걸 그대로 성도에게 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라비블 독자님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요.) 어쨌든 제대로 요리해서 자기 회중에게 맞는 말씀을 전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면, 성경을 어떻게 읽는지 알아야겠지요.

이 책은 단순히 '어떻게 성경을 연구할 것인가'에서 멈추지 않으며, 그렇다고 '오늘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처럼 피상적인 고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바이블 스터디(Bible study) 방법을 알려줍니다. 저자들에게 '바이블 스터디'란 성경이 역사적이고 문학적이며 신학적이라는 해석학적 전제에서 출발하여, 귀납적으로 탑을 쌓듯 해석을 향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까요? 첫 장에서 저자들은 고대 문서를 읽는 현대 독자들이 귀납적 성경공부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해석학적 틀과 단계적 성경공부 방식을 제시합니다.

둘째 장에서 저자들은 Observation, 즉 관찰을 다룹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들은 어떻게 하면 쓰여진 글들 뒤 숨겨진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지, 또한 특정 본문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 구체적 방법으로 번역본 비교하기, 적극적 청자로서 질문하기, 분별하며 읽기, 장르 구별하기 등을 제시합니다.

셋째 장에서 저자들은 해석(interpretation)을 다룹니다. 여기서 역사적·문학적·신학적 맥락에서 데이터 분석하기, 본문 간 상관관계 파악하기, 문학적 단위 내에서 단어와 어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보기 등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마지막 장은 '적용'을 다룹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오늘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저자들은 우선적으로 고대 문서들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해석학적 논의를 통해 검증합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실제적으로 성경 말씀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개인적으로 쾨스턴버거의 저작들을 좋아합니다. 역사적·문학적·신학적 논의들을 골고루 심도있게 다루는 그분의 글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알려주는 책이었다고 느낍니다. 정말 실존적으로 의미 있는 성경공부를 하고 싶은데 어렵고 두꺼운 책은 힘겨웠던 분들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성경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동시에 해석학이나 철학에 대한 지식은 많지만, 그 지평과 현실의 지평이 연결되지 않는 분들께도 큰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5. Apostle of the Crucified Lord, 2d Ed.: A Theological Introduction to Paul and His Letters

저자: Gorman, Michael J.
출판사: Eerdmans Publishing Co, WM. B.

마이클 고먼의 역작, Apostle of the Crucified Lord가 12년 만에 2판으로 등장했습니다.

마이클 고먼은 이 책의 1판으로 바울 신학 학계에 큰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이 책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책 자체의 내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저자는 우선 바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바울이 살았던 세계에 대한 정보,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 바울의 이력, 바울 서신들, 바울이 제시한 복음, 바울의 영성, 그리고 바울의 신학을 자세하고 광범위하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난 뒤, 13편의 바울 서신을 심도 있게 다뤄줍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른 바울 개론서들과 어떻게 다른지 감이 안 잡히실 것 같으니, 이 책의 특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2판의 서문을 쓴 John Barclay의 말을 빌리자면, 고먼은 신선한 강조점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자극하였습니다. 특별히 고먼은 바울 서신에서 등장하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개념과 교부 신학자들 사이에서 제시된 '신격화(deification)'의 신학을 연결합니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부활한 그리스도와 함께 인생을 살아갈지 설명합니다.

동시에 고먼은 일부 극단적 개신교인들이 과하게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대신 빌립보서 2장에 등장하는 진정한 십자가 신학이 구성하는, 고난, 섬김, 사랑이 주인공인 그리스도인의 삶과 기독교 공동체에 대해 얘기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먼은 바울의 메시지가 지니는 사회-정치적 의의를 강조합니다.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운 'benevolently subversive', 자애롭게 전복시키는 공동체를 고먼은 묘사하여, 현대인들이 대면하는 정의, 화해, 평화의 문제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이 책의 형식이 갖는 특징도 있습니다. 저자는 각 장마다 독자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들을 넣고, 한 문장으로 그 장을 요약해줍니다. 게다가 풍부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참고도서 목록을 넣어 독자가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그렇다면 1판과 2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1판과 2판 사이의 12년 동안 바울 신학 학계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2판에서는 1판의 핵심 장점들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바울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perspectives)'을 반영합니다. 관점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울 학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해석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까지 보여줍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신학적인 부분이 보강된 부분이 있다면, 저자는 십자가로 인해 형성되는 존재(cruciformity)가 어떻게 하나님의 선교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1판에서는 성자 하나님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2판에서는 성부 하나님과 성령 하나님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신격화를 통해 그분의 선교에 참여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지요.

바울 개론서는 많습니다. 많은 바울 학자들이 자신만의 렌즈로 바울 신학을 이해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그 중에는 좋은 책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습득하시면서 동시에 그 깊은 의미에 대해 파악하고 싶으신 분. 그리고 일부 교리만 설교적으로 강조하는 바울 신학을 초월하여 실존적인 삶으로 연결되는 바울을 만나고 싶으신 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글: 김중은 교수(1-2번째 도서) / 하늘샘(3-5번째 도서)
문의: www.labible.co.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abible199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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