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화폐 개혁으로 현지 선교사들 직격탄

이지희 기자   |  

“기독교에 비호의적인 총리… 자칫 세금폭탄 우려”

인도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과 위조지폐 근절을 목적으로 37년 만에 단행한 화폐 개혁 및 관련 조치들이 인도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 9년째 사역 중인 이승현 인도 선교사는 선교타임즈 1월호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해 온 인도 모디 총리의 이번 화폐 개혁과 일련의 조치로 인해 인도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이 예기치 않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특히 가족이 같이 있고 프로젝트 사역을 하는 경우 자칫 한국에서 오는 송금액이 고스란히 수입으로 잡혀서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는 등 부담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이 선교사는 "기독교에 호의적이지 않은 힌두교 근본주의자인 모디 총리 부임 이후 많은 기독교 단체가 해외에서 송금을 받을 수 있는 은행계좌가 폐쇄당하면서 단체든 개인이든 해외에서 송금받는 길은 제한적이고 매우 어렵게 됐다"며 "이제 인도에서 교회, 신학교, 병원, 고아원 건축 등 큰 프로젝트 사역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외부에서 지원받는 것은 어렵고, 선교사 신분이 노출될 수 있기에 상당히 위험해졌다"고 주장했다.

▲구호품을 받고 손을 흔드는 인도의 기독교인들.  ⓒ오픈도어선교회

▲구호품을 받고 손을 흔드는 인도의 기독교인들. ⓒ오픈도어선교회

인도는 2016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세계 부패 인식지수 76위로,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시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해 왔다. 모디 총리는 지난 11월 9일 자정부터 현 500루피, 1,000루피 지폐 사용을 금지하고 신권 500루피, 2,000루피 지폐를 새로 발행하는 화폐 개혁을 선언했으며, 일련의 조치로 2015년에는 국외소득 및 자산 투명화를, 올해는 국내 부패자금 추적과 20만 루피 이상 거래 시 PAN(Permanent Account Number) 의무 사용 등을 시행했다. 화폐개혁은 인도 독립 이후 1979년 당시 여당에 의해 1,000, 5,000, 10,000루피 지폐 통용을 금지한 이후 두 번째다.

이승현 선교사는 인도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한국 씨티은행 계좌에서 국제현금카드로 인도 루피를 인출하며 생활하던 선교사들이 인출 한도의 대폭 감소와 현지에서 씨티은행 ATM 작동 문제로 돈을 인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초기 3년간은 현지 은행으로 송금받다가 송금이 늦고 돈의 출처를 묻는 경우가 있어 한국계좌로 바꾸었다는 그는 "씨티은행에서 인출 후 일정 부분 다시 현지 은행에 입금해 집세, 자녀학비 등 지출이 큰 항목을 이체하거나 일부 물건 결제 시 현지 은행 현금카드로 결제하곤 했는데 지금은 현지 은행에 입금할 인도 루피를 인출할 수 없어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처럼 한국에서 현지 은행으로 송금 받을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들어오는 돈을 철저히 관리하려는 인도 정부가 송금액의 출처를 물어보고 확인할 것이 분명해 선뜻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선교사는 특히 선교사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 점을 우려했다. 2015년 블랙 머니(검은돈) 방지법이 도입, 지난 4월부터 외국인 포함 인도 내 모든 거주자가 '인도체류기간 180일 이상'이거나 '체류기간이 60일 이상이면서 4년간 체류 기간이 총 365일 이상'인 경우 개인 연말 정산 신고 시 모든 역외 자산과 소득을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미신고액의 30%를 세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그는 "인도 장기 선교사들은 거의 이 범주에 포함돼 세금을 내야 한다"며 "1년 2만5천 루피(한화 425만 원)까지 수입은 세금을 안 내도 되지만, 50만 루피(850만 원)의 수입이 있으면 2만5천 루피와 미신고액에 대한 5만 루피(한화 90만 원) 등 세율이 15%에 달한다"고 말했다. 수입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이승현 선교사는 "그나마 자체 사업장을 갖거나 비즈니스 선교사들은 이런 부담이 덜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는 소수이며 대다수 선교사가 현 상황을 걱정하며 앞으로 어떻게 선교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식년을 앞당겨 나가거나 아예 철수하여 비자문제가 크게 없는 인근 나라에 거주하며 인도에 왕래하며 사역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며 "서구의 많은 선교사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철수하여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인도에서 성경을 들고 있는 한 모자의 모습. ⓒ대한성서공회 제공

▲인도에서 성경을 들고 있는 한 모자의 모습. ⓒ대한성서공회 제공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재정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사역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목회자 훈련이나 교회 지도자 양성 등 훈련사역이 대안이 될 수 있고, 사람들이 모일 건물이 필요하면 현지 교단이나 선교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재정을 한국 등 외부에서 받기보다 '역발상'으로 인도 내부에서의 지원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현 선교사는 "이제 사람이나 재정 등 인도 내의 자원을 이용해 선교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선교사들이 인도 내 현지 교단이나 선교단체와 협력관계를 가지면서 새로운 자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 선교에 대해서는 "외국인 선교사로서 활동이 힘든 인도에서 좋은 대안이긴 하지만, 실제 좋은 비즈니스 선교 모델이 많지 않아 해당 분야에 실력과 영성을 갖은 사역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화폐 개혁조치로 선교사들도 자신의 재정을 점검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인도 상황 속에서 선교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고, 이럴 때일수록 물량공세와 재정에 의한 선교는 지양하고 믿음으로 선교하는 지혜와 담대함이 인도 선교사에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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