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과 ‘간증서’ 사이 ‘문고판’… 삶과 맞닿은 책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2016 기독 출판계 결산(下)] 출판사, 주제와 장르, 어린이·청소년

전편에 이어 올해 기독 출판계의 주요 현황을 출판사와 책의 주제 및 장르, 어린이·청소년과 문학 작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왼쪽부터) 올해 생명의말씀사, 규장, 두란노에서 각각 나온 도서.

▲(왼쪽부터) 올해 생명의말씀사, 규장, 두란노에서 각각 나온 도서.

◈출판사=베스트 50위까지를 집계한 기출협 순위에서는 대중성을 지향하는 소위 '빅3'가 여타 출판사들을 압도했다. 생명의말씀사가 1-2위와 10위를 차지하는 등 총 14종, 규장이 11종, 두란노가 10종으로 이들이 무려 전체의 70%(35종)를 점유했다.

생명의말씀사는 1위 이철환 작가를 비롯해 이상갑 목사(산본교회, 청년사역연구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다시 사명이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등 국내 저자 발굴에도 적극적이며, <5가지 사랑의 언어>나 <평생감사(전광)> 등 기존 스테디셀러도 굳건하다.

규장은 이찬수(2권)·유기성(2권)·이용규(1권) 트로이카가 베스트 30위권 내에서 건재를 알렸으며, 지용훈·고성준·조성환 목사 등 신진 국내 저자들의 책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두란노도 50위권 내에 팀 켈러(3권)·카일 아이들먼(1권)·데이비드 플랫(1권)·김양재(2권) 등 기존 저자들이 활약했고,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의 책도 3권을 냈다.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이원석)>, <직설(박영선·김관성)> 같은 기획도서도 눈길을 끌었다.

IVP는 '올해의 출판사'로 불릴 정도로 나오는 도서마다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았다. '올해의 책' <한나의 아이>와 김영봉 목사의 장례설교집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2권이 베스트 50위에 진입하며 '빅3'의 뒤를 이었다.

▲IVP의 도서들.

▲IVP의 도서들.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제임스 스미스)>, <손에 잡히는 바울(마이클 버드)>, <영성의 깊은 샘(제럴드 싯처)>,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의 음성(이상 달라스 윌라드)> 등 해외 신학·영성 도서들과 <오두막>, <윤영훈의 명곡묵상> 등 국내 신앙도서들이 조화를 이뤘다. 톰 라이트의 <우상의 시대 교회의 사명>, <시대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핫한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의 책도 <알라>와 <기억의 종말> 2권이 나왔다.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결혼을 배우다>와 스테디셀러 <주님은 나의 최고봉>을 30위 내에 올린 토기장이도 '올해의 출판사'라 불릴 만 했다. 새물결플러스도 '벽돌책' 신학서적을 월간 베스트 순위에 올리는 등 선전했다. 반신반의했던 <마가복음 뒷조사>와 <마태복음 뒷조사> 만화 세트도 '히트'했다. <세 번째 세계> 등 아카데미 결과물이 책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복있는사람에서는 메시지 완역본을 다양한 형태로 내놓았고, 마틴 로이드존스 평전과 히브리서(토마스 R. 슈라이너)·요한계시록(G. K. 비일) 주석, 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세트, 오스 기니스와 마이클 리브스의 저작, '오늘을 위한 퓨리턴' 시리즈 등이 나왔다. <바울의 기도>와 <오늘부터, 다시, 기도>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기도서였다. 기독교문서선교회(CLC)는 역작 <고대 근동 문학 선집> 등 고대 근동 시리즈와 앵커바이블 주석 시리즈를 계속 발간했다.

▲(왼쪽부터) 토기장이, CLC, 홍성사의 도서.

▲(왼쪽부터) 토기장이, CLC, 홍성사의 도서.

홍성사에서는 <영혼에 닿은 언어>와 <엄마는 오늘도 소금땅에 물 뿌리러 간다> 등 장애인 관련 도서들이 잇따라 나왔고, 두툼한 '올해의 책' <구약성서로 철학하기>와 포켓북 <김구원 교수의 구약 꿀팁>까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고따개비 마을의 비밀>과 <어린이 큰 그림 성경> 등 기독 출판계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어린이·청소년 도서들과 <솔로몬과 스바의 전설> 같은 소설류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김교신 관련 도서도 2권 출간했으며, 통일 관련 도서, <제인 오스틴 묵상>과 <레미제라블 묵상>은 참신했다.

◈주제와 장르='벽돌책'과 '간증서' 사이 접점을 찾은 '제3의 길'이 본격화됐다.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으면서 분량도 적절한 도서들이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간증서 위주이던 기독 출판계에서는 지난 몇 년간 주석과 성경배경서 등 학교에서 신학을 배우지 않은 그리스도인들도 성경을 혼자 읽을 수 있도록 돕는 두꺼운 도서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올해는 그 반작용인지 휴대 가능한 크기에 개론 또는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서들, 그리스도인들이 평소 궁금해 하거나 헷갈리는 부분들만을 콕 찝어 해설하는 도서들이 시도됐다. ‘기독 문고판’의 가능성을 엿본 한 해였다.

물론 '벽돌책'과 '간증서'들도 유익한 책들이고,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통의 ‘관주 톰슨성경’을 대신할 두툼한 ‘스터디 바이블’이 최근 잇따라 발간되고 있다. 부흥과개혁사의 ESV 스터디바이블(2014년)을 필두로 올해 NIV 스터디바이블이 출간됐고, 아바서원에서 <맥아더 성경 주석> 등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화되고 복잡해진 사회 속에서 그 두 종류로만 해결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들의 실제적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고, 그런 필요를 채워주는 책들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신학서적들이 '평신도를 위한 신학'으로 '체중조절'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다. 성경 연구서의 경우에도 기존에 잘 다루지 않던 레위기나 예언서, 히브리서 등에 대한 책들이 나왔다.

<잠언 바로 읽기(크레이그 바르톨로뮤)>부터 <성령세례(막스 터너)>까지 10권까지 나온 성서유니온선교회의 'SU 총서', 비아의 <스탠리 하우어워스>, <라인홀드 니버> 등 소책자 인물 시리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되는 좋은씨앗의 '단단한 기독교 시리즈', <죽은 후엔 어떻게 되나요?>, <용서가 정말 공짜인가요?> 등을 시작한 생명의말씀사 '질문하는 신앙' 시리즈 등이 그 예다. 이 외에도 두란노에서 <존 파이퍼의 병상의 은혜>, 홍성사의 <김구원 교수의 구약 꿀팁> 등이 ‘문고판’ 크기로 나왔다.

▲성서유니온, 좋은씨앗, 비아, 생명의말씀사의 관련 도서.

▲성서유니온, 좋은씨앗, 비아, 생명의말씀사의 관련 도서.

한 관계자는 "프란시스 쉐퍼와 찰스 콜슨, 찰스 스윈돌과 존 스토트 등이 출판계에서 계속 이목을 끈 이유는 기독교 복음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대안들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신학이론서들은 충분히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단순한 이야기들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1990-2000년대에 활발했던 기독교 세계관 관련 도서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세계관 관련서들 중에서도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들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올해 나온 <나도 모르는 나의 세계관(제임스 앤더슨)>은 마치 어린 시절 '탐정 게임북’ 같은 신선한 구성의 책이었다.

'만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어려운 신학적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식에 재미를 가미한 만화로 표현함으로써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올해의 책'인 <마가복음 뒷조사>를 비롯해 <신앙탐구노트 누리>, 부흥과개혁사의 만화 시리즈 등은 계속해서 사랑받고 있다. 물론 정통 만화인 <환승역(석용욱)>이나 김민석 작가의 <미루나무 그림 묵상> 등도 나오고 있다.

일반 단행본들 중에서도 최근 나온 문애란 대표(G&M 글로벌문화재단)의 <출근하는 그리스도인에게>처럼 직장인들을 비롯한 일반 그리스도인들을 겨냥한 도서들이 저변을 넓히고 있으며, 이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middot;이슬람&middot;칭의론 관련 도서들.

▲동성애·이슬람·칭의론 관련 도서들.

주제 면에서는 사회·종교적 이슈들을 다루는 책들이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동성애와 이슬람 관련 도서들이 있는데, 올해만 <미국이 운다 동성애(손혜숙)>, <동성애: 하나님의 기준에 서라(공저)>,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스탠리 그렌츠)>, <깨어진 형상(리앤 페인)>, <성경이 동성애에 답하다(케빈 드영)>, <세계관 전쟁(이태희)> 등이 있었다. 이슬람 관련 도서들도 <이슬람 기독교와 뿌리가 같은가(고광석)>, <왜 대부분의 테러범은 무슬림인가(이만석)>, <우리의 친구 무슬림(스티브 벨)>,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책담)>, <기독교와 이슬람 무엇이 다른가(유해석)>, <마지막 때와 이슬람(조엘 리차드슨)>, <성경이 꾸란에게 말하다(최종휴)> 등이 있었고, 미로슬라브 볼프의 <알라>는 '하나님=알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관련 도서들과 함께 최근 신학계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칭의론' 관련 도서들도 다수 등장했다. '바울신학의 새 관점'과 관련된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박영돈)>를 비롯해 <칭의란 무엇인가(최갑종)>, <칭의의 여러 얼굴(제임스 패커 외)>, <칭의, 균형 있게 이해하기(박재은)> 등이 발간됐다. 종교개혁 이슈는 바다출판사에서 얀 후스를 다룬 <종교개혁 이야기(사토 마사루)>처럼 일반 출판사에서도 관심이 있었으며, 마르틴 루터 관련 도서들도 여러 권 나왔다.

'창조·진화 논쟁' 관련 도서들도 많이 나왔다. IVP는 버나드 램의 <과학과 성경의 대화>를 '모던 클래식스'로 낸 데 이어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을 첫 호로 하는 무크지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을 창간했다. 이 외에 <과학은 신앙에 묻고 있다>, <창조 기사 논쟁>, <창조론자들>, <창조의 본성>, <창조과학백과>,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 <창조세계와 과학의 올바른 나침반> 등 찬반 양측에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주제의 경우 올해 이슈가 됐던 도서들과 함께,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만큼 사회참여 내지 정치 관련 도서들, 종교개혁 500주년 관련 도서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 독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얇고 가벼운 입문서·개론서들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middot;청소년 도서들.

▲어린이·청소년 도서들.

◈어린이·청소년, 문학=질적으로는 많이 향상되고 있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찬양과 함께하는 사운드북 <예수님과 함께 노래해요(이야기출판사)>가 최초 출간됐고, 겨자씨의 <우리 아이 인물 성경> 세트, 성서원의 , 예키즈의 스티커 성경과 암송 스티커북, <칙칙폭폭 교리기차> 세트, 주니어 아가페의 <컬러 스토리 바이블>, CUP의 '기독교 세계관' 세트, 언약의책의 '우리 아기 첫 복음동화', 생명의말씀사의 '예수님을 알고 싶어요' 시리즈와 ‘어린 자녀를 위한 주기도문·사도신경’, '한 점 한 점 성경 점잇기' 세트, <떠나요 성경 속 동물 여행>, 앞서 언급된 홍성사의 어린이 동화 설교 등 참신한 콘텐츠들이 줄을 이었다.

청소년 대상 도서는 상대적으로 질과 양 모두에서 좀 더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 세대의 독서 습관이 그대로 성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각 출판사는 '투자'라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생명의말씀사의 <1318 고민상담 A to Z>와 <너는 커서 어떤 나무가 될래?>, 홍성사의 <원 스텝 포워드>와 <수학으로 힐링하기>, 새물결플러스의 <청소년을 위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성서원의 <재밌는 성경> 세트, 세움북스의 <와이즈 워드(Wise Words)>, 토기장이의 <청소년 주님은 나의 최고봉>, 김영사의 <다니엘 리더스 스쿨의 기적> 등이 주요 도서였다.

▲올해 출간된 주요 소설 작품들.

▲올해 출간된 주요 소설 작품들.

문학 작품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기독교 역사가 깊어지는 만큼 좀 더 실험적인 소설 작품들도 등장하길 바래본다. 문학 작품은 일반 시장에서 소위 '스크린셀러'가 가능한데, 내년 개봉되는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를 통해 원작인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그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는 두 차례 고전과 리메이크판으로 개봉된 <벤허>를 계기로 일반 출판사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벤허> 완역판 등이 발간된 바 있다.

올해 주요 도서로는 권여원 작가의 <그레이 신드롬>, 이동원 작가의 <완벽한 인생>, 재발간된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홍성아 작가의 <눈의 회상>, 토스카 리의 <솔로몬과 스바의 전설>, 김요한 작가의 <요셉의 나귀>, 앤 라이스 작가의 <영 메시아>, 이종화 작가의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등이 주요 목록이다. 문학은 홍성사와 예영커뮤니케이션, 포이에마 등에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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