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의 '치유상담'] 칼 융의 분석심리학과 상담치료(7)
제7장 내향적 사고의 구조와 기능(3)
정신에서 사고는 판단기능을 하므로 일차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했다. 사고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나 생활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의 발견, 모든 사물과 사건에 대한 이해와 평가 등에 일차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시각에서 정신에서 사고의 기능은 모든 움직임에 동원되는 문제 해결에 사고력이 중요시되는 이유이다. 물론 이런 사고력에는 창의적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력이 대별되고 있다. 앞장의 외향적 사고형에 이어서 내향적 사고형에 대하여 고찰하기로 하자.
1. 내향적 사고형
내향적 사고형(內向的 思考型, der introvertierte Denktypus)은 주관적으로 사고하는 유형이다. 주관적이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사고하는 태도이다. 내향적 사고형의 사고하는 태도는 외향적 사고와 동일하지만, 객관적 사실보다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념이나 관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객관적인 사실보다도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 기준이 되므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향적 사고형도 훈련에 의해 객관적 사실을 충분히 기술하고 그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외부 여건이나 사실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행동한다. 이들은 객관을 넘어서 항상 주관의 우위성을 유지하는 편이기에 이들의 판단은 냉철하면서도 완고해 보이기에 때로는 제멋대로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특성에 따라 내향적 사고형은 백과사전적으로 나열하는 지식보다는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에 따른 깊은 지식을 추구해 나간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하나하나의 관념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하여 지식의 심화(深化, vertiefung)에 이바지 한다.
1) 내향적 사고의 특징
내향적 사고형은 외향적 사고형처럼 이념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이 들의 이념은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에서가 아니라 주관적 토대에서 나온다. 그들도 외향적인 사람처럼 자신의 이념을 따라가지만, 방향은 정반대여서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깊이를 추구하고 넓이는 추구하지 않는데, 이들의 근본성향은 외향형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다. 이런 경우에 내향형에게 사고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는 내향적 사고형이 자신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가벼운 경우에는 자신이 쓸모없다고 의식하고, 더 심한 경우에는 자신이 방해가 되어 곧장 거부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관계, 무관심이나 거부는 모든 내향형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는 내향적 사고형의 판단은 차갑고 완고하고 임의적이고 냉혹하다고 여겨지는데, 대상이 중심이기보다 자신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심한 정도에서는 내향적 사고형은 판단에서 대상에 대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고, 대상을 무시하여 언제나 자신의 우월성이 느껴진다. 이들은 때로 예절이 바르고 친절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일종의 불안이라는 묘한 여운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대상은 일종의 무장해제된 것처럼 가만히 있어야만 자신이 마음이 편해지는 태도를 취한다.
내향적 사고형이 즐겨서 관여하는 분야는 철학이다. 헤겔이나 다윈이 외향적 사고형이라면 칸트, 키에르케고르, 그리고 니체는 전형적인 내향적 사고형이다. 내향적 사고형은 자기 자신의 존재의 현실을 이해하려고 하는 철학자나 실존심리학자가 그 전형이기 때문이다. 이 유형은 때로 탐구의 결과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나머지 현실과 거의 관계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에 마치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것처럼 내면으로 깊이 향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그들의 무의식 속에 억압된 감정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에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로 쌀쌀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유형은 대체로 자기와 같은 소수의 열성적인 신봉자를 가질 수 있지만, 자기의 사고를 남이 인정해주지 않는 것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 때문에 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고집이 세며 인정이 없고 교만하며, 심지어는 짓궂고 냉담하기까지 하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이런 내형적 사고의 태도가 점차 강화되면, 억압된 감정 기능의 약화로 인해 야기되는 내적으로만 향하는 우울한 경향도 보일 수 있다.
일반인들 가운데서도 내향적 사고유형에 속한 사람들은 자기의 이념을 추구하는데 끈질기고 집요하거나 남의 영향을 받기 싫어하며 타인의 성향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흔히 편협한 인상을 주기 쉽기에 주로 주관적인 기능이 많은 사람으로 문학가적인 기질이나 철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내향적 사고형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정리하므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2. 내향적 사고형의 긍정적인 측면
내향적 사고형의 긍정적 측면은 외향적 사고형의 대립적 요소일 수 있다. 외향과 내향이라는 객관과 주관의 차이, 넓이와 깊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고하는 것에 기준을 두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태도와 방법이 다른 것으로 그 차이를 긍정적인 측면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사고의 주관성
내향적 사고형은 사고의 주체가 자신이 되므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하여 분명하다. 이는 그들의 주관성이 분명하여 자신의 입장이 견고함을 의미한다. 이들의 주관성은 물론 보편적이지 않다는 핀잔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태도의 명확성을 갖는 장점을 갖는다. 이는 그들이 무미건조한 생각을 넘어 사고의 독특성내지는 특수성을 갖는 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도덕을 부정하고 삶을 긍정하라"고 주장하면서 "철학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덕가들을 교수형에 처하는 수밖에 없다. 이들이 행복과 덕에 관해서 지껄이고 있는 한, 이들은 노파들에게 철학을 하라고 설득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데서 우리는 그 일단을 볼 수 있다. 니체의 생각은 삶을 긍정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삶을 억압하는 도덕의 굴레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니체의 생각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갖고 있는데, 사고의 주관성은 이처럼 독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술한 대로 내향적 사고형은 자기만의 독특한 사고의 특이성을 드러낸다. 이런 사고 태도는 외향적 사고형과는 대립적인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다. 외향적 사고형은 여러 경험 자료를 종합해 일반적인 견해에 도달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산출해 낸다고 했는데, 이는 그의 사고가 합성적(synthetish) 혹은 객어적(客語的, paedikativ)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향적 사고형은 생명력 없는 합성적인 작업보다는 자기만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내는 특징을 갖는다. 아마도 그들은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싫어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을 산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Soeren Kierkegaard)가 주체적 진리를 발견하면서 보편적 진리에 맞섰던 말에 그 일단이 드러난다. "나에게 원래부터 모자라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행위를 앞서가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가 무엇을 인식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해야만 할 것에 관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사명을 이해하는 것과, 신이 진정으로 내가 행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 말은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요, 나에게 있어 진리란. 네가 그것을 살고 죽을, 그런 이념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키에르케고르가 이론이나 단순한 앎이 아니라 행동과 삶, 냉담하고 중립적인 객관성이 아니라 인격이 끼어들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인들 가운데서도 대개 자기중심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내향적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덮어 놓고 남의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주변의 여러 말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생각을 중심으로 행동하려 한다.
2) 지식의 독특성과 해석능력
내향적 사고형은 지식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갖고 있어 독특성을 가진다. 이 유형은 그 지식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를 즐겨하고 해석하는데 남다른 관점을 갖는다는 점에서다. 그들은 여러 사람의 보편성에 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주관성을 기반으로 하여 지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추구한다. 이들은 백화점의 상품진열처럼 널려진 지식을 자기의 방식으로 다시금 재편성한다. 이때 그들의 사고는 평범한 지식, 천편일률적인 지루함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자기만의 독특한 해석력을 발휘한다.
키에르케고르가 참다운 진리를 말할 때, 진리를 자신이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실존의 개념에서 이해되는 것으로 주관적이고 구체적인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객관적인 진리를 아는 것, 철학사에 통달하는 것, 그리고 국가론을 논하는 것 등은 그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었다. 자신이 그 안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냥 내버려두어도 좋은 것이다. 진리가 냉정하고 적나라하게 그저 객관적으로 자기 앞에 놓여 있는 것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내향적 사고형은 자기의 이념을 추구하는데 끈질기고 집요하여 남의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키에르케고르가 헤겔의 객관성에는 실존이 없다면서 실존의 개념을 부각시키는 것도 이런 일환이었다. 그는 실존의 주관성과 구체성을 들어 헤겔의 단순한 개념적 사고와 보편성, 그리고 객관성에 등을 돌리게 된 데서 그 일단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향적 사고형은 유익한 백과사전을 만들거나 교과서를 만들기보다는 자기만의 사상이나 수필을 산출해 낼 수 있다. 그들의 사고는 이성의 질서를 따르기는 하나 주체를 강조하는 사람이기에 마음의 주관적 상황에 의해 흡수된다. 그 때문에 누가 어떤 문제에 대하여 객관적인 태도나 의견을 묻는다면 당황해하거나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주변의 여건이나 객관적인 사실이나 동기 같은 것은 완전히 의식 밖에 있기 때문이다.
3) 사고의 깊이를 추구
내향적 사고형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되, 깊이를 중요시한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양을 생각하느냐보다는 얼마나 깊이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는 사고의 양(量)보다는 질(質)을 중요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사고의 태도에서 주관적 요구에 어울리는 사고를 하고 그 사고의 질서가 넓이보다는 깊이를 추구하는 특성 때문이다. 그들은 무엇을 하든 가급적이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또 그것을 위해 행동하려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 모든 것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생각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생각의 대상에 있어서도 주관적 사실이라는 깊이라는 특성의 원칙에 부합되어야 한다. 그래서 내향적 사고형의 사람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무릇 ...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어떻거나 간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하는 식이다. 이는 자기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어느 것에든 자기의 입장을 표명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내향적 사고형의 사람은 좋은 의미의 독특한 사상가, 사회생활의 의미 있는 행동, 삶의 철학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주관적인 지식의 깊이라는 점에서는 순수한 학자일 수 있지만, 반드시 잘 가르치는 좋은 교사는 아닐 수도 있다. 자기 나름으로는 깊이 생각하는데 익숙하면서도 학생의 심리를 잘 모르기도 하고, 자기가 아는 것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데도 서투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들은 주관적인 평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객관적인 사실의 전달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기만의 독특한 사상이나 지식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내향적 사고형이 반드시 그렇다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내향적 사고형이라도 외향적 사고형 이상으로 어떤 것을 설명하는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특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향적 사고형에는 철학자 중에 주체성을 중요시하는 실존철학자들이 단연 그 선봉에 서고, 문학가 중에는 주체적인 입장에서 문학을 추구하려는 실존주의적인 작가들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내향적 사고형의 사고는 이념의 발전과 관련하여 긍정적이며 합성적이다. 그 이념들은 원초적 상(Urbilder)들의 영원한 타당성에 점점 더 접근해가지만, 객관적 경험과의 관련이 약해지면, 그 이념들은 신화적이 되거나 현시점에서는 허위가 된다. 이 사고가 그 시대 사람들에게도 가치가 있는 것은 그 당시 알려진 사실들과 눈에 보이고 이해할 수 있는 관계를 맺는 동안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고가 신화적이 되면 시대와 무관해지고 자기 자신 속으로 흘러들어가 버린다. 이 사고에 대립하는 비교적 의식되지 않는 기능들인 감정, 직관, 감각은 열등하며 원시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내향적 사고형을 지배하는 영향들은 그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3. 내향적 사고형의 부정적인 측면
내향적 사고형의 긍정적 측면이 외향적 사고와의 대리적인 요소임을 살펴보았다. 내향적 사고형의 부정적 측면도 동일한 원리에서 이해된다. 이는 외향적 사고형의 장점이 내향적 사고형에는 단점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외향적 사고형에서는 잘 할 수 있고, 잘 되는 측면이 내향적 사고형에서는 잘 안 되는 부분이거나 아쉬운 부분이 된다. 내향적 사고형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객관적인 사실에 소홀
내향적 사고형에게는 주관적인 사고의 원칙이 중심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내향적 사고형은 주변에서 인정하는 객관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인정하지 않거나 그런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인데, 이는 마치 객관성이 없는 고집불통의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내향적 사고형이 보편성보다는 주관성을 추구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사고의 질서를 따르는 것을 중요시한 나머지 사고의 객관성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말은 문자 그대로 주관적인 것이 되고, 타인의 말은 거의 무시되는 편이다. 그들이 하는 말에는 그 가운데 깊은 뜻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말은 타인을 이해시킬만한 설득력이 없거나 자기의 이념을 타당성 있게 반영시킬 만한 자료를 갖지 못한다.
내향적 사고형은 지나치게 주관적 태도에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우리는 니체가 삶을 긍정하면서 도덕을 부정하려는 태도를 취할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존재하는 것은 공간과 시간 안에 있으며, 살과 피로 이룩된 이 세상뿐이다. 그리고 이 전체적인 실재는 비도덕적이다. 삶은 도덕에 반대되는 전제들에 바탕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도덕은 삶을 부정하는 것이지만 삶은 하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도덕은 허구(Fiktion)요, 참되지 않은 것이기에 비방을 받아야 할 바의 것이다." 이 말은 니체가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를 주창하면서 삶을 강조하고 도덕을 부정하려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런 니체의 주관적인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오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처럼 내향적 사고는 밖으로부터의 영향을 거절하고 안으로부터의 영향에 사로잡혀 주체적인 진실(subjektive Wahrheit)을 자기의 인격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마치 "내가 하는 말은 전혀 틀리지 않는다,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진리이다" 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쉽다. 그 반면에 그것은 객관적 표현력의 결여로 인해 이를 예민한 감정으로 대치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내향적 사고의 사람은 타인이 하는 말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마치 상처 입은 늑대같이 밖에서 오는 비판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몹시 감정을 상하는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심한 정도에 이르면 그들의 말은 타인의 비판을 용납하지 않게 되면서 점차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고립되기도 한다. 이는 그들이 고독하고 이해받지 못한 철학자 같은 존재가 되기 쉬운 이유이다.
2) 융통성의 결여
유연성 또는 융통성 결여도 내향적 사고형의 특징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사고와 주관성을 우위에 두다 보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것, 타인의 입장을 수용하는데 너그럽지 못하는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지나치게 내향적 사고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것으로 사고를 통한 판단은 경화되고 완고해진 결과로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속으로는 매우 순수하고 착한 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고집스럽고 도무지 자기 외에는 타인을 이해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통하는 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니체가 그저 도덕을 부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임을 이해해야 한다. 니체는 하나의 도덕, 즉 삶의 도덕을 정립하기 위해, 여태까지의 도덕, 즉 관념론적, 행복주의적, 기독교적, 시민적이라는 독일적인 도덕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상이요, 형식보다는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진정한 삶의 원리를 파악하여 설파하고자 했다. 그래서 니체는 오히려 허무한 삶을 자기존재의 긍정으로 힘을 가지고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게 될 때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을 희열과 정열로 충만한 삶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삶에 대하여 진정으로 고민하고 그 참된 원리를 파악하려 노력했던 그의 순수한 측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내향적 사고형은 반드시 자기의 의견이나 주장을 고집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타인의 생각을 별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그것이 이치에 합당하고 자기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판단되면, 이외로 그것을 깊이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쉽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기에 타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기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내향적 사고형은 전혀 의외의 결과를 산출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기의 이념을 추구하는데 끈질기고 집요하여 남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하면서도 명예욕이 많은 부인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이다. 남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내가 남편을 위대한 학자로 만들려는 것을 생각을 한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 그들은 아내의 명예욕에 편승하여 맹목적으로 주관적인 사고에만 치우치게 되면, 자기의 생각보다는 오히려 아내의 요구에만 따르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은 객관적인 세계의 세찬 반발을 받으면서도 남이 자신에 무어라 하든지 간에 상관하지 않고, 더욱 자기의 탑 속에 틀어박혀 남이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로 행동하기 쉽다.
3) 감각과 감정의 열등기능
내향적 사고형은 신념이 더 경직되고 완고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더 호감을 잃으며, 대신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더 의존하게 된다. 그들의 언어는 더 개인적이고 독선적이 되며, 그들의 사상은 깊지만 잘 표현되지 못한다. 그들의 부족함은 감정적이고 예민해지는 것으로 메워진다. 이로 인해 그들은 밖에서는 남의 영향을 받는 것을 거칠게 거절하지만, 안에서 무의식 쪽에서 오는 영향에는 사로잡히고, 그에 대응하여 남이 보기에는 전혀 불필요한 것들에 대해 반박하는 증거들을 모으는 편이다. 이는 그들이 사고의 우위성을 보이는 태도 때문에 현실적인 감각과 주관적 감정기능에는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이들에게는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지향하게 되므로 감각기능이 의식의 내향성을 대상하게 되어 현실적인 감각과 자신의 감정에 열등 기능을 나타낸다. 그것은 그들의 현실적인 감각과 자신의 감정에의 열등기능은 사고의 우위성을 보이는 태도에 따라 반작용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감각과 감정에 과대한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때 열등기능의 과대한 보상은 늘 강박적이고 완전무결을 지향하여 다소 경화된 느낌을 주는 형태를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사고의 주된 기능은 극히 자유로워서 오히려 열등기능의 과대한 보상의 경우보다 주된 기능을 적당히 활용하여 빈틈이 많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내향적 사고형은 주로 지적인 판단에 의해서 행동하기 때문에 감정이 억제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겉으로는 이지적이나 무의식의 깊은 곳에 강한 신의의 분명한 확신과 뜨거운 열정이 숨어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내향적 사고형의 감정기능은 외향적 사형의 감정이 내향적인 경향을 띠는데 반해서 외향을 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이들에게는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하고, 사랑과 미움이 뚜렷하기에 " 싫은 사람은 무조건 싫고, 좋은 사람은 무조건 좋다."고 하는 맹목적인 경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감정이 잘 분화되는 경우에는 다른 양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감정이 분화되는 경우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함께 볼 줄 알게 되지만, 감정기능이 분화되지 못하면 맹목적이고 전혀 계산이 들어있지 않은 경우의 순수한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그들이 사랑을 하게 되면 거의 비굴할 정도의 헌신적인 사랑을 하며, 그 감정은 무척이나 원시적일 수 있다. 이처럼 그들에게 열등한 감정기능은 "대체로 마치 암사자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노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는 정도에 적합할 것이다.
4. 요약
지금까지 우리는 정신의 4기능에서 사고의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사고는 사물을 식별하거나 판단하는 것 주된 기능이며, 인간의 정신에서는 첫째가 되는 기능이었다. 인간이 동물과는 달리 이성(理性)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서 사고의 기능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융은 정신의 기능에서 이런 사고의 기능에 주목하고 그것을 다시 생각하는 태도에 따라 외향적 사고형과 내향적 사고형으로 구분하였다.
외향적 사고형은 주변 여건을 고려하여 생각하는 태도 때문에 객관적인 사고를, 내향적 사고형은 주변의 여건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태도 때문에 주관성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외향적 사고형은 넓이를 추구하고, 내향적 사고형은 깊이를 추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사고의 태도는 다시 각기 장점과 단점을 갖는 것으로 고찰하였다. 이런 것은 모두 어떤 쪽이 우세하느냐의 문제를 논한 것이 아니라 그 경향성을 논한 것으로 보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