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싶은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공간장애’ 겪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인터뷰] ‘진짜 크리스천’이 된 배우 최강희를 만나다(下)

▲예배 도중 기도하고 있는 최강희 씨. ⓒ교회 제공

▲예배 도중 기도하고 있는 최강희 씨. ⓒ교회 제공

최강희 씨는 지난해 한 간증 프로그램에서 하나님을 만난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별로 증명하고 싶지 않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예전엔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평가가 중요치 않아졌다고 고백한다. "하나님께서 다 아시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런다 해서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니 멋있어야 할 것 같았고, "선행천사"라고 하니 온전치 못한 모습으로 나서는 게 싫어졌다. 사람들도 실제 만나보니 기존의 '밝고 엉뚱한 이미지'가 아니니까 "4차원 아니네? 왜 이렇게 어두워?"라고 했다. 결국 우울증이 찾아와 1년간 힘든 시절을 겪었지만 하나님을 만나고 이겨냈다. 다음은 최강희 씨의 두 번째 이야기.

-연예인 분들의 간증에는 '인기가 많고 돈이 많아도 공허하다'는 말씀이 꼭 들어가는데요. 평신도들 입장에서는 경험해 보질 못해서 어떤 세계인지 잘 감이 오질 않기도 합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공허함은 돈이 있고 없고, 인기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인기가 있고 돈이 있으면 채워질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 거에요. 물론 둘 다 없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지만,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거에요. 오히려 '내가 원하는 나'와 '현재의 나'의 간격이 더 커져요.

일반인 분들도 '보이고 싶은 나'와의 간격이 커지면 사람을 피하게 되고 공황장애가 오잖아요? 저희 목사님 말로는 '공간장애'에요. 내가 되고 싶은 나와의 차이가 가랑이 찢어지듯 넓어질수록 심해지겠죠. 또는 내가 해내고 싶은 뭔가가 있는데, 아무리 탈탈 털어도 안될 때가 있지요. 내게는 에너지가 없잖아요.

저는 멋있다는 말을 되게 좋아했어요. 예쁘다, 귀엽다 이런 말보다 좋았어요. 멋있고 싶었나 봐요. 멋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요. 그러니 들키고 싶지 않아졌고, 들키지 않으려 숨다 보니 사람들은 잘 모르고 '특이하다, 신비스럽다'고 했어요. 언젠가 보니 '멋있다'는 말의 어원이 '무엇이 있다'는 것이더라고요.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그래서 허세라는 게 생기는 거고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요즘 많이 하는데, 그래도 공허하죠. 진짜 내가 아니니까. 옛날 싸이월드, 지금 인스타그램의 나와 진짜 내가 다르니까요. 더 매력 있어 보일 순 있겠지만, 결국 외로워요. 현대인들은 지금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많아지면서, 공허함이 더 심해지는 듯 해요.

저는 자유롭고 싶었고, 그래서 자유로워 보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막상 자유롭게 행동할수록 책임져야 할 일들만 늘어났어요. 자유롭게 제약 없이 술 담배를 하고 놀면, 수습할 일들만 많아졌어요. 찝찝하고 허무하고 눈물나고 외로웠어요. 그런데 하나님을 만났어요.

▲우간다 후원 어린이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최강희 씨. ⓒ월드비전 제공

▲우간다 후원 어린이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최강희 씨. ⓒ월드비전 제공

복음은 회개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회개할 것이 없다고 해도 계속 회개했어요. 우연히 회개가 되었어요. 하나님께서 주신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은혜로 '나는 죄인입니다' 하고 울고 나서, 누군가의 중보 덕분이었겠지만 하나님 거저 주신 은혜로 제 마음에 자유가 생겼어요. 죄를 인정하고 나니, 저 자신을 인정하고 나니 자유가 찾아왔어요. 인정하기 싫었던, '내가 얘가 아니었으면 좋겠던' 모습들을 인정하니 자유가 찾아왔어요. 뭔가 있어 보이고 싶었던 그것이 예수님이라는 걸 알았어요.

예수님이 찾아오시니까, 제가 촌스러워서 싫어 보였던 신앙생활을 인정하고 나니까, 예수님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까 진짜 평안이 시작됐어요. 탈탈 털어도 내 안에 에너지가 있고(웃음), 내가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따라잡아야 할 '나'가 없어졌어요. 되고 싶은 나와 현재의 나가 일치해요. 그러니 소망이 생겼어요. 이렇게 되어보자, 기도해 보자. 개미처럼 해 보고, 안 되면 또 기도해 보고 하니 너무 좋아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바로 이거에요. 그래서 예수님을 믿으시면 좋겠어요. 믿음은 들음에서 나니까, 한 번만 예배의 자리에 와 보셨으면 좋겠고.... 자만심 때문에, 지금의 윤택한 삶 때문에, 부유한 삶 때문에 만나지 못한 예수님을, 초라한 말구유에 오신 그곳으로 한 번만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난 예수님 없어도 괜찮아 너네는 구려, 답답해, 진지해' 하지만 이런 세상에 한 번만 와 보시면 좋겠어요.

믿는 사람들 보시면 평안이 있잖아요. 한 번만 와 보시면, 정말 그러면서도 공허했던 내 삶의 한 부분을 보면서 펑펑 눈물 흘리실 수 있을 거에요. '나 사실 두려워, 실컷 놀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아', 이런 분들은 사실 정말 착한 분들이에요. 선함이 필요하고, 어둠이 좋다고 말하지만 빛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최강희 씨는 과거 '선행천사'로 불린 것에 대해서도 한 간증 프로그램에서 "그땐 그냥 (선행을) 한 것이고, 지금의 선행은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셔서 한 것"이라며 "예전에는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나까짓 게...' 하는 생각을 심하게 했고, 자해도 했었어요. 헌혈도 취미로, 골수기증도 그런 식이었지요. '선행천사'라고 부를수록 힘들었어요. 천사가 편의점에서 봉지에 술 담아 사 와서 혼자 마시나요(웃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연말 월드비전 관련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는 최강희 씨. ⓒ월드비전 제공

▲지난 연말 월드비전 관련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는 최강희 씨. ⓒ월드비전 제공

-그래도 평탄하게, 기복 없이, 별다른 극적 경험도 없이 신앙생활하시는 분들은 가끔씩 그런 극적 체험을 하셔서 뜨거운(?) 분들이 부럽기도 한데요.

"그런 분들이야말로 잘 살고 계신 것 아닌가요. 죄가 많을수록 은혜가 많은 법인데(웃음). 그 분들도 뜨거우실 거라 생각해요. 솔직히 믿음은 측정할 수 없는 거잖아요. '뒤집어진 타입'은 다시 뒤집어질 수도 있고요. 내공 있게 쭉 가는 타입들처럼 견고함도 있어야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죠.

평탄한 신앙이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차라리 죄가 많은 편이 나은 것 같아요. 미지근한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 같은 경우가 낫지 않을까요?

그런 신앙생활에 답답함을 느끼신다면, 다행인 거죠. 저도 옛날에는 예배를 억지로 다녔어요. 그러니 태도가 좋지 않았어요. 늦게 들어가서 축도 전에 나와버렸죠. 하지만, 그러면 진짜 예배를 드린 게 아니죠. 그래서, 저는 예배만 제대로 드려도 그런 분들은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믿어요. 신앙이 뜨거워지고 싶다면서 예배를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약간 앞뒤가 맞지 않겠죠. 그런 경우엔 주변 사람들이 중보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예배를 사랑한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 예배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건 정말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는 게 안전할 거에요."

-좀 지났지만 새해인데, 소망이 있으시다면.

"작년 소망도 이뤄졌었어요. 작년엔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웃는 자와 함께 웃는 것'이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다른 사람들과 공감을 잘 못하는 게 가슴 아팠는데, 이제는 공감할 수 있어요. 사람들 마음이. 그게 이뤄졌어요.

올해는 깃발을 든 군대처럼 당당해지고 싶어요. 아침빛 같이 뚜렷하고 달빛 같이 아름답고 따사롭고, 깃발을 든 군대처럼, 당당한 여자처럼(아 6:10). 앞의 것들은 제게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당당함이 부족해요. 깃발을 든 군대 같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마음에 군대의 영성이 있다면.

-저도 당당함이 부족해서 늘 걱정입니다.

"제 소망을 위해 기도할 때, 기자님을 위해서도 기도해 드릴께요."

▲배우 김민서 씨(오른쪽)와 함께한 최강희 씨. ‘패치코리아’ 운동에 대해선 “상처를 들추지 말고 덮어주자, 일단 넘어가자는 것”이라며 “명절날 사랑하는 가족들끼리 모였지만 서로 상처 들추는데, 일단 덮어주자. 상처를 끄집어내서 치료하기보다 사랑이 먼저”라고 말했다. ⓒ교회 제공

▲배우 김민서 씨(오른쪽)와 함께한 최강희 씨. ‘패치코리아’ 운동에 대해선 “상처를 들추지 말고 덮어주자, 일단 넘어가자는 것”이라며 “명절날 사랑하는 가족들끼리 모였지만 서로 상처 들추는데, 일단 덮어주자. 상처를 끄집어내서 치료하기보다 사랑이 먼저”라고 말했다. ⓒ교회 제공

-또 다른 기도제목이 있으신가요.

"지금 들어가려는 드라마가 있는데, 아직 확정되진 않았어요. 상대 배우 캐스팅이 잘 되면 좋겠어요. 올해는 드라마와 영화를 한 편씩 하고 싶어요(인터뷰 후 최강희 씨의 소속사 계약과 드라마 캐스팅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편집자 주).

그리고 제가 우간다에 마음을 품어서 월드비전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데, 김혜자 선생님께서 영상편지를 써 주셨어요.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훌륭한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정신이 번쩍 났어요. '강희 씨가 먼저 훌륭한 배우가 돼야, 사람들이 뭐 하는지 관심을 가져요.' 착한 사람, 이게 아니라 '축하해요, 제가 너무 좋아해요' 하시면서 그러셨어요.

그래서 먼저 훌륭한 배우가 된 다음에 쓰임받고 싶어요. 구제 사역이나 전도만 목적이 아니라..., 그걸 깨달았어요. 전도하려고 잘 해주면, 상대도 사람인지라 다 알아요. 기도하면서 아무 욕심 없이 잘 해주고, 하나님께서 구제를 기뻐하시니까 함께하고 싶어요. 김혜자 선생님 영상편지 받고 진짜 놀랐어요. 너무 따뜻한 눈빛으로 말씀하시는데, 정신이 번쩍 났어요.

물질로도 후원해야 하지만, 기도로 후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간다 아이 2명과 하나님 만나기 전에 결연했었는데, 스크루지처럼 돈만 따박따박 보내고 편지도 사진도 안 읽어봤어요. 얼마 전에 진짜로 우간다에 마음을 품게 됐는데, 알고 보니 그때 결연한 아이가 우간다였어요. 죄책감이 들고, 진짜 미안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렸듯, 제가 좋아하는 말씀에서도 어차피 '흑암'으로부터 시작돼요. 어두움 가운데 빛이 비췄지요. 그렇게 빛은 언제나 비칠 수 있는 거고, 어두울수록 더 간절하고 빛나지요. 빛 가운데 있으시다면, 더 평온하고 따스한 예수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손이 여러분 위에 있으시길 기도할께요. 마음이 어두우신 분이 있다면, 언제나 문은 열리고 빛은 들어오는 거니까 많은 문들이 열리고 정말 찬란하고 환한 빛이 그 마음을 비추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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