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한국교회에 메시지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출판사 이 시리즈 ①] 성서유니온선교회 ‘SU 신학총서’

▲SU 신학총서. ⓒ이대웅 기자

▲SU 신학총서. ⓒ이대웅 기자

여러 기독 출판사에서 펴내는 ‘번뜩이는’ 시리즈물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출판사와 기독 출판계를 돌아보고 전망하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SU 신학총서는, 한국교회에 명료하고 간결한 연구서를 공급함으로써, 기독교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건강한 신학적 기초 위에 삶과 사역을 펼쳐 나가도록 돕고자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해당 분야에 정통한 저자들이 정리해 주는 핵심 내용은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볼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또한 성경의 원리에 기초해 실천적 측면까지 아우르기에, 당면한 이슈들에 대해 가장 먼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성경과 복음을 알게 하기 위해' 설립된 성서유니온선교회 출판부의 SU 신학총서는, '신학의 대중화, 신학의 한국화'를 모토로 11권(2017년 1월 현재)까지 발간된 문고판 크기의 '신학 입문서'이다.

SU 신학총서는 영국 성공회 기반인 그로브 북스(Grove Books)의 문고판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다. 이 시리즈는 성서(Biblical)와 교육(Educational), 윤리(Ethical)와 복음주의(Evangelism), 리더십(Leadership)과 목회(Pastoral), 갱신(Renewal)과 영성(Spiritual), 예배(Worship)와 청소년(Youth) 등 다양한 주제들의 '입문서'를 내고 있다.

그로브 북스의 이 시리즈는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기존 연구를 요약하거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내용들로, 다양한 주제들을 망라하며 30년 간 지속돼 왔다. 그러다 보니 저자들은 출판사와의 인연 등을 통해 재능기부로 원고를 건넨다고 한다. 모든 성도들이 관심 있는 주제들을 쉽게 읽고 빨리 정리할 수 있는 컨셉으로, 지금도 이 시리즈는 3개월에 한 번씩은 두세 주제에서 새 책이 나오고 있다.

총서 발간을 맡고 있는 성서유니온선교회 단행본팀 천서진 간사는 SU 신학총서의 기획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 주제에 대해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전망할 수 있는, 그리고 좀 더 공부하고 싶어지는 입문서 같은 책들을 지향한다"며 "두꺼운 신학서적들은 부담스럽고, 특히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은 분량 때문에라도 회피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1차적으로는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천 간사는 "신학생들의 경우에도 어떤 주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얇지만 읽고 나면 '어떤 주제들이 있구나' 정도를 알 수 있는 책들"이라며 "목회자들도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그들도 읽을 수 있는 입문서이다. 이걸 읽으면 끝난다는 게 아니라, 그 주제에 발을 담궈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U 신학총서의 뿌리인 ‘그로브북스’ 문고판 시리즈 안내 페이지. ⓒ그로브북스 홈페이지 캡처

▲SU 신학총서의 뿌리인 ‘그로브북스’ 문고판 시리즈 안내 페이지. ⓒ그로브북스 홈페이지 캡처

◈<잠언 바로 읽기>부터 <요한복음의 예수>까지

SU 신학총서 1권은 크레이그 바르톨로뮤(Craig Bartholomew) 교수의 <잠언 바로 읽기>다. 이 책은 '하루 한 장 읽기'로 대표되는 기존의 '교훈' 중심의 단편적 잠언 읽기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면서, 잠언을 하나의 통일된 작품으로 보는 '전체로서의 잠언 읽기'를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잠언의 전체 구조를 간략하게 보여주고, 결론 부분인 31장 10-31절의 '여성'을 분석하며, 우리 시대의 잠언 신학과 설교를 위한 제언을 곁들였다.

시리즈의 성격과 미래를 가늠할 첫 권의 주제 선정에 대해 천서진 간사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당시 매일성경(성서유니온선교회 성경묵상집) 본문이 잠언이기도 했고, 저자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교수도 잘 모르는 분들이 있으니 신선한 느낌도 주고 싶어 선택하게 됐다"며 "내용 자체도 목회자나 평신도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여서 기본 컨셉과 맞았고, 저자가 박사논문을 전도서로 했을 만큼 전문가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후 월터 모벌리의 <발람, 참예언자인가(2권)>, 리처드 보컴의 <목격자의 증언, 복음서(3권)>와 <성경은 남성적인가?(6권)> 톰 라이트의 <새 하늘과 새 땅(4권)>, 하워드 마샬의 <역사적 예수(5권)>, 스티븐 라이트의 <복음서, 복음으로 읽기(7권)>, 존 프록토의 <누가복음의 예수(8권)>와 <요한복음의 예수(11권)>, 필립 젠슨의 <레위기 읽기(9권)>, 막스 터너의 <성령세례(10권)> 등이 나왔다. 1권을 제외하면 저자는 영국인들이다.

1권이 2015년 5월, 11권이 2016년 12월에 나왔으니 1년 8개월 정도가 흘렀는데, 낱권으로 모두 구매한 사람들도 나타나는 등 반응은 제법 있다. 성경에 관심이 깊은 출판사이다 보니 '성서' 부문 총서를 주로 내고 있지만, 윤리나 목회, 영성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그리고 윤리 부문은 더더욱 국내 학자들이 쓴 글이 필요할 터.

천서진 간사는 "그래도 책 크기가 작다 보니 서점에서 서가에 꽂히면 아예 눈에 띄지 않는 단점이 있어, 10권을 묶어 세트도 만들게 됐다"며 "반응이 좋지만, 아직 생소하게 여기는 독자들도 있고 '신학 총서'라는 타이틀 때문에 선입견을 갖는 분들도 있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트에는 곧 나올 김근주 박사(느헤미야)의 책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가 함께 제공됐다.

▲SU 신학총서. ⓒ이대웅 기자

▲SU 신학총서. ⓒ이대웅 기자

◈신학의 대중화, 신학의 한국화

SU 신학총서의 모토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신학의 한국화'이다. 아직은 발간되지 않았지만, 국내 학자들의 작품들도 발간할 계획이다. 천 간사는 "3-4백 쪽 분량의 단행본을 쓰는 일은 부담되니, 특정 이슈에 대해 짧게 쓴 글이나 특정 주제의 강의안 등을 담아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시리즈를 위해 의뢰하기보다, 학자들이 쉽게 자신의 글을 발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 해외에서 막 공부하고 오신 분들의 글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인사이트를 얻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번역 신학서적'들에 대한 다소 아쉬운 반응들도 이러한 계획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서진 간사는 "번역서들의 내용이 좋지만, 읽고 나면 '...그래서?' 하는 생각이 든다는 분들이 있더라"며 "같은 공간과 시대를 살고 있는 학자들이 써 주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최근 시국과 관련해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내용의 로마서 13장 말씀이 이슈가 됐는데, 이런 부분들을 짚어주는 자료들을 제공하고 싶다는 것. 단, 아직은 인력이 부족해 발빠른 대응을 하진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 번역서의 경우 번역자 선정에 있어 해당 분야의 전공자들을 주로 선별하고 있다. 그는 "아주 아카데믹한 책은 아니지만 의외로 어렵게 느끼는 기존 전문 번역가들도 있더라"며 "그래서 국내에서 성서학을 공부했더라도 전공자들을 주 대상으로 삼았고, 글이 되는 분들이라면 번역의 첫 테이프를 끊을 수 있는 장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때는 SNS '번역가들 모임'인 '번역이네 집'에 '번역자 공개모집'을 구상하기도 했단다.

SU 신학총서의 1차 목표는 '100권'까지 펴내는 것이다. 그래야 시리즈 같은 느낌이 나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이 중 30% 정도는 한국 저자들로 채우고 싶은 바람도 있다. 천 간사는 "그로브 북스에 있는 좋은 도서들만 소개하기도 바쁘지만, 그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 가서 잠시 담당자를 만나고 왔는데, 30년간 나온 그 많은 주제의 책들을 다 알고 소개하더라"며 "그렇다고 그 시리즈를 통해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고 근근이 현상유지만 가능한 수준인데도 소명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해내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저도 은퇴 후에 그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lsquo;어떻게 읽을 것인가&rsquo; 시리즈 대표작 4권. ⓒ성서유니온 제공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리즈 대표작 4권. ⓒ성서유니온 제공

◈‘어떻게 읽을 것인가’ 등 여타 시리즈

성서유니온선교회에서는 SU 신학총서 외에도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리즈가 유명하다. 고든 피와 더글라스 스튜어트의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책별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비롯, 비교적 최근 나온 마이클 윌리엄스의 <예수 렌즈로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구약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등이 '판타스틱 4'를 이루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저자들이 집필중인 성경 권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사사기(전성민), 소예언서 1, 2(김근주), 누가복음(신현우), 고린도전후서(조병수), 갈라디아서(권연경), 에베소서(길성남), 빌립보서(김도현), 히브리서(양용의) 등까지 나왔다.

주석으로는 목회자와 신학생은 물론 성경을 진지하게 읽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UBC(Understanding the Bible Commentary) 시리즈를 출간 중이다. 여타 주석이 해석에 대한 논쟁과 이슈를 다루는 데 반해, 대상으로 평신도까지 아우르는 만큼 본문 해석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쉬운 주석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본문의 재진술'을 벗어나 단락별로 성경을 풀어주면서 중요한 어휘나 어구에 주의를 기울여 설명한다.

제임스 브루크너의 <출애굽기>, 윌리엄 벨링거의 <레위기 민수기>, 롤런드 머피와 엘리자베스 휴와일러의 <잠언 전도서 아가> 등이 이미 출간됐으며,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신명기>, 이안 프로반의 <열왕기상하>, 트렘퍼 롱맨의 <예레미야> 등이 준비 중이다.

최근 램지 마이클스의 <요한복음>이 나왔는데, 저자는 요한신학 전문가 레온 모리스를 대체해 '복음주의 주석' 하면 떠오르는 NICNT 시리즈 <요한복음>을 맡은 바 있다. 저자는 사복음서 중 가장 마지막에 쓰였으며 가장 영적인 요한복음의 다양한 표적과 상징을 이해하기 쉽게 분석하고 설명해 준다.

▲UBC 주석 시리즈. 왼쪽부터 출간 순으로 &lt;잠언 전도서 아가&gt;, &lt;레위기 민수기&gt;, &lt;요한복음&gt;.

▲UBC 주석 시리즈. 왼쪽부터 출간 순으로 <잠언 전도서 아가>, <레위기 민수기>, <요한복음>.

◈성서유니온의 비전

천서진 간사는 "저희 출판사만의 정체성이 있는데, 이는 곧 한계가 될 수도 있다"며 "그간 텍스트 자체에 집중해 왔다면, 성경과 우리의 삶, 이슈 등에 대한 도서를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본문이 무슨 뜻인지만 파헤치기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성경 텍스트와 세계관이 접목된 도서들로 지경을 조금씩 넓혀가려 한다"며 "물론 '성경 텍스트'라는 근본에서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천 간사는 교회에서도 소규모로 책 읽기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는 지식을 쌓기보다 책을 읽어낼 수 있도록 훈련하기 위함이다. 그는 "교회에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리즈 중 한 권을 5개월간 함께 읽었는데, 이런 책을 목회자나 신학생들만 읽을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됐다"며 "사역뿐 아니라 문서운동 측면에서 교회와 연계해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편집자는 책으로 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좋은 책이 있어도, '왜 우리가 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한 번쯤은 하려고 한다"며 "좋은 책이라서 내는 출판사를 넘어, 책으로 한국교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UBC 주석 시리즈를 펴내는 가장 큰 이유도, 목회자뿐 아니라 누구나 성경 본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천 간사는 "설교에서 자의적 해석이 횡행하는 등 설교단 자체가 신학이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러 아카데믹한 주석보다 UBC를 선택한 것"이라며 "저희가 펴내는 매일성경을 매일 묵상하는 독자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간사는 "신학의 대중화를 말씀드렸듯, 주석이 목회자들이나 설교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늘 이야기한다"며 "UBC가 그런 면에서 컨셉이 맞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종류의 책들을 좀 더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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