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 나얼을 만나다(上)
2001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벌써 일년'부터 '점점', '귀로', '바람기억'에 이어 2015년 '같은 시간 속의 너'까지. 가수 나얼 씨는 '환상적인 목소리'로 최고의 보컬리스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는 발표하는 앨범마다 신앙고백을 담고 있는 '크리스천 연예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기에, 그에 대해 궁금해하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나얼 씨를 최근 만나, 신앙을 비롯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올해는 앨범 소식도 들을 수 있나요.
"앨범이 나오면 좋고 꼭 앨범이 아니더라도 곡을 내야 하는데(웃음), 앨범 작업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무 곡이나 넣을 순 없고, 좋은 곡이 나와야 하니까요. 전공이 미술이다 보니, 전시는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여름에 할 예정입니다."
-데뷔 당시부터 신앙적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셨는데, 강렬한 회심의 계기 같은 게 있으셨나요.
"보통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면 '모태신앙'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시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모태신앙이 성경적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신앙을 가졌다 해서 자연스럽게 자녀도 구원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을 받는 것이지요.
3대째 기독교 집안이라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게 됐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는 제멋대로 살았어요. 그런데 한 번씩 계기가 오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처럼 술 먹고 이렇게 향락을 쫓아가며 살 것인가, 아니면 정말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면서 살 것인가, 둘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습니다.
저는 성격이 좀 극단적이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를 버려야 하거든요(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께서 제멋대로 살라고 저를 만드신 것 같진 않았어요. 이제 좀 똑바로 살아야겠단 생각에 술도 끊고 결단했지요. 한 15년 전 일입니다. 그 전에는 술도 엄청 마시고,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쓰레기처럼 살았어요(웃음)."
-술을 한 번에 끊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저 같은 성격은 됩니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연예인들의 신앙고백이 그리 놀랍지 않지만, 데뷔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으셨지요. 본인 입장에선 신앙적 행동이 당연할 수 있지만, 주위 반응이나 오해 또는 핍박에 어떻게 대처하셨는지요.
"기독교에 대한 핍박 등이 사실 어떻게 보면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오해라면 오해라 볼 수도 있지요. 사람들은 '종교'와 '복음'의 차이를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종교들이 있는데 너네만 맞다는 거냐? 왜 이렇게 배타적이냐?' 그러면서 싸우지 않습니까.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심지어 기독교인들조차 '기독교는 하나의 종교'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오해를 풀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에세이를 출판사에서 보내 주셨는데, 중간 부분에 '강남대로 종교인'이라는 챕터가 있었습니다. 내용이 뭐냐면, 길을 가고 있는데 '도를 아십니까?' 이런 사람들 많잖아요? 강남대로를 가고 있는데, '지금 제 말을 안 듣고 가시면 지옥에 갑니다'라고 이야기했다는 거예요. 아마도 말을 건 그 분은 크리스천이셨던 것 같아요. 보통 도를 묻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잖아요?
아무튼 듣는 사람 입장에선 황당하죠. 그래서 그랬대요. '그렇지 않아도 지옥 안 가려고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 내용이었는데, 이 글을 읽는데 깨달음 같은 게 팍 오더라고요. '사람들이 굉장히 속고 있구나'. 글 쓴 분은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이 종교인이라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 글쓴이가 종교인이에요. 왜 그런지 아세요?
종교는,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뭔가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복음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그저 믿는 거예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예수님이 누구신지 아는 것. 그래서 기독교는 종교가 될 수 없어요. 구원은 행위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모든 종교는 다 행위에서 나는 것이지요. 이 사람이 그랬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그게 종교라는 거예요.
모든 사람이 자기가 '종교'를 갖고 있다는 걸 몰라요. '막연히 착한 일을 하면 천국 가겠지' 생각해요. 다들 너무 속고 있어요. 그 책을 읽고, 큰 게 왔어요. 사실 그 출판사에 전화해서 이걸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저를 '미친 놈' 취급할까봐 차마 그러진 못했어요(웃음).
우리가 진리를 말하면, 당연히 핍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종교와 복음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발 기독교를 종교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핍박을 받은 적도 있으시지요.
"많았어요. 지금도 절 미워하는 사람들 많을 거예요.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동성애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굉장히 저를 싫어하고 편협한 사람으로 보고, 악플도 많이 받아봤어요. 예전 '싸이월드'할 때, 내용을 잘 모르고 동성애 영화를 봤다가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좀 어려서 막말을 남겼는데, 제가 그때 대응했던 방식이 성숙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아직도 저를 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팬들 반응 외에 방송 등에서 그런 제약은 없었는지요. 아,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 것도 신앙적 이유가 있으신지요.
"(방송 등에서) 그런 일은 없었어요. 방송을 안 나가서 그렇기도 하고요. 방송에 잘 나가지 않는 건 제가 주목받고 그런 것을 좀 싫어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입니다. 카메라 세례를 너무 싫어해요. 성격과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주목받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합니다."
-이제는 '그리스도인'임이 많이 알려져서 없을 수 있겠지만, 연예인이라서 오는 각종 유혹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유혹이 많지요. 실질적으로도 유혹이 많지만, 연예계라는 곳은 유혹당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환경이에요. 부와 인기를 얻으면 성경 말씀대로 살기가 굉장히 힘들고, 신앙이 없다면 그걸 포기하기가 힘듭니다. 신앙이 없다면, 계속 악화되겠지요.
지금은 제가 집사에요. 결혼을 안 해서 성경적으로는 아니고 하나님도 저를 집사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교회에서 집사 직분을 주셨어요. 유혹이 있을 때마다 '내가 집사인데 이러면 안 되지' 하는 게 절 지켜주더라고요.
성화의 과정이라고 하잖아요. 구원은 단번에 받는 것이고, 다음부턴 점점 자라는 것이거든요. 구원은 평생 동안 받는 게 아니지요. 단번에 구원을 받고 성화(聖化), 그리고 영화(榮化)까지. 베드로전서 2장 2절에 '너희가 그 젖으로 말미암아 성장하게 하려 함이라'고 돼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킹제임스 성경 버전에만. 다른 판들에는 '구원에 이르도록 자란다'고 돼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내가 구원을 받았나?' 헷갈리고 오해하는 것 같아요.
구원은 단번에 받고 나서, 자라는 것입니다. 순수한 말씀의 젖을 먹으면서 성화의 과정을 통해 점점 자라다 보니, 제가 진짜 자라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이런 유혹들을 물리치는 것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과정이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제일 좋은 건 말씀을 먹어야 해요. 먹으니까 자라더라고요. 저희 교회 동생들도 처음 교회에 왔을 때보다 10년이 지난 지금 저보다 더 훌륭하게 자라있는 걸 보니 진짜라는 게 너무 느껴져요. 자라면서 양심이 더 예민해지는 것 같습니다."
-연예인들은 부와 인기에도 '공허함'을 많이 토로하는데, 어떠신가요.
"연예인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허한 것 같아요.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게 절대 아니고, 부와 인기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걸 가진들 행복하지 않고, 전혀 채워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그렇게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이 아니면 절대 채울 수 없고, 채워지지도 않게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그게 진리잖아요. 본질적인 해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개가 주인을 알아보듯, 진리란 하나님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걸 알면 그 문제가 비로소 풀립니다. 그게 해결이 안 되면, 아무리 돈을 벌어봐야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큰 부와 명예를 가져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웃음), 지금도 전 굉장히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제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내가 이렇게까지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더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고, 너무 좋아요."
-일반 가요와 찬양을 쓰고 부르는 일에 있어 차이가 있으신지요.
"일단 창작하는 입장에선, 세상 노래든 찬양이든 건강한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찬양을 만들 때는 책임감이 더 커집니다. '제 작품이 하나님 보시기에 괜찮을까? 내용들은 성경적인가? 바른 교리가 담겨 있는가?' 이런 것들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어릴 때 만든 곡과 지금 만드는 곡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지금 깨닫기도 하니까, 찬양 같은 경우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일반 곡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간증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음악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성령님께서 함께하시기에, 알 수 없는 힘이 있나 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