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해석할 것인가? 해석당할 것인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해석은 주관적 행위 같지만… 엄정한 객관성 기치로 삼아”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 속된 영화 거룩한 영화
이영진 | 홍성사 | 276쪽 | 15,000원

"해석은 주관적 행위 같지만, 실상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과 더불어 근본적인 개념들을 수반함으로써 엄정한 객관성을 기치로 삼는다. 해석 행위는 언제나 해석의 대상인 사물의 본성을 밝혀 내려는 관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일종의 폭로 행위로 임한다."

어쩌면 모든 것은 해석에 달려 있다. 추상 같은 법 조문조차, 어떤 것이든 '다수설'과 '소수설'로 갈린다. 하나님 말씀인 성경조차 학자들의 주석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현실. 진리라는 '산'은 담백해 보이나, 그곳까지 다다르는 길은 너무 험난한 것일까.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는 '영화'라는 융합물로 집약돼 나타나는 이 시대 문화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의 개념들을 어떻게 기호화할 수 있고, 어떻게 다시 풀어서 읽어낼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성경이라는 기호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문자로 된 성경에서 포착되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 가운데 성서 자체에 오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 믿음 전선에 이상이 없는 한, 우리는 그 '차이'와 '영감' 사이에 이미 모종의 해석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차이와 영감의) 틈을 해석이 메우고, 축자영감이라는 고결한 원리는 전혀 다른 견지에서의 믿음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책은 영화에 '기호'로 담긴 진리, 즉 영화 속 (때로는 저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숨겨진 세계관들을 밝혀낸 저자의 본지 칼럼 '기호와 해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에 살(煞)을 날린 영화, 곡성'이라는 칼럼은 기독교를 넘어 일반인들도 볼 만큼 큰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다. '곡성' 칼럼이 화제를 모았을 당시 본지와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도 부록으로 담겼다.

책에서는 <곡성> 외에도 <검은 사제들>, <아가씨>, <인천상륙작전>, <부산행> 등 한국 영화와 <레버넌트>, <갓 오브 이집트>, <슈퍼맨 대 배트맨: 정의의 시작>, <아노말리사>,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나우 유 씨 미 2>, <벤허> 등 외국 영화들을 망라하고 있다. 본지에 소개되지 않았던 영화들도 추가로 들어있다. 영화 주인공들 삽화도 저자가 직접 스케치했다.

책의 핵심은 "프롤로그: 영화 '읽는' 법"에 담겨 있다. 이어지는 다양한 영화의 기호와 그에 대한 해석은 '적용' 또는 '예시'에 해당한다. 저자가 말하는 '해석'이란 무엇일까. "해석 대상이 지닌 진정한 배후로 파고들어, 원저자가 말하지 않았고 또 미처 말할 수도 없었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해석 지점까지 파고 들어간다. 이제는 인간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가 말을 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텍스트, 즉 기호는 그것을 문자적으로 개념화하기에만 힘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만 들을 수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지닌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해석 대상의 본연의 순수성을 보존할 뿐 아니라, 그래야만 '그 해석 대상 자체가 스스로 말할 수 있다'는 해석의 본질적 원리로 이어진다."

▲저자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저자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영화를 '읽는' 것에 대해서도 "영상이란 읽기에 가능한 텍스트로 변환시켰을 때 비로소 궁극적 해석의 본질에 다다르는 것으로, 이를 다시 푸는 방법은 복수의 체계 중 하나, 특 텍스트처럼 '읽는' 방법 외엔 없다"며 "따라서 영상 해석이란 단지 '영화 해석'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문자와 언어를 아우르는 해석의 총체로서, 영화를 한 편의 텍스트로 읽는가 하면 문자를 한 편의 영상으로 읽어내는 '전역적(全域的)' 해석의 기술을 이르는 개념"이라고 설파한다.

우리가 이를 열심히 '읽어내야(해석)' 하는 이유는, "읽기를 선점하지 않으면 우리가 읽힘을 당하고 마는 세태가 이 영악한 세대의 문화 속성이기 때문"이다. 영화뿐 아니라 이 시대의 각종 문화에 대해 창조적·성경적 관점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금처럼 세속적 세계관에 의해 지배당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다소 어렵다거나 너무 깊이 들어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말한다. "난해하다면, '관심'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곡성>의 리뷰가 그리 만만한 내용이 아닌데도 많은 분들께 읽혔다면, 그것은 우리가(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그만큼 영적인 까닭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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