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교수의 회계세무 칼럼(16)] 비영리법인의 감사(監事)
우리나라 모든 단체들은 법인인지 또는 법인격이 없는 단체인지를 불문하고, 대부분 감사(監事)라는 기관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임의단체의 하나인 동창회에도 회장, 부회장 및 감사가 있다.
그런데, 감사의 구체적인 직무나 감사의 중요성에 관하여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는다. 오늘은 약간 어려울지 모르지만, 전문지식이 필요할 정도의 칼럼임에 관해 양해를 구하며 시작한다.
오늘도 민법의 규정부터 살펴본다. 민법상 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은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감독기관으로서 정관 또는 총회의 결의로 1인 또는 수인의 감사를 둘 수 있다. 즉, 민법상의 비영리법인(사단법인 또는 재단법인)의 감사는 필수기관이 아니라 임의기관이다.
이는 감사가 필요적 상설기관인 공익법인법상의 공익법인이나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민법상의 비영리법인 이사는 포괄적인 대표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독하는 기관인 감사를 임의기관으로 둔 이유는 민법상 법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나아가 비영리 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의 검사·감독을 통해 법인의 업무상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무관청의 검사, 감독이 정기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민법상의 비영리법인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정관상 감사를 두지 않는 비영리법인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비영리법인이나 공익법인의 감사는 법인등기부에 등기될까? 정답은 이사는 법인등기부에 등재되나, 감사는 등재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민법의 비영리법인뿐 아니라 공익법인법, 사립학교법, 사회복지사업법, 의료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의 감사는 등기부에 등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민법 제49조에서 감사는 등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때문이며, 이를 확인하는 법원의 해석이 있다(비영리법인인 재단법인의 등기사항은 민법 제49조에서 정하고 있는 바, 재단법인의 감사는 동조에서 등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등기할 수 없다. 2002.5.29. 등기 3402-298 질의회답).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감사는 임의기관이라 감사가 등기사항이 아니라고 해도 무방하겠지만, 감사를 필수기관으로 정하고 있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익법인법, 사립학교법, 사회복지사업법, 의료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의 감사까지 민법의 규정을 준용하여, 감사의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무는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참고로 상법상 주식회사의 감사는 필수기관이고, 상법상 등기사항(상법 제317조)으로 정하고 있어 당연히 등기된다.
비영리법인/공익법인의 감사(監事)에 관한 글이지만, 화제를 바꾸어 영리법인의 하나인 우리나라 주식회사 감사 제도의 유형과 기원을 살펴본다.
먼저, 회사법에서 주식회사의 감독기관을 나라별로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보면, 세 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즉, 먼저 독립된 기관으로서 감사(監事)를 제도화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독일법제와 영미법제의 유형으로 나뉘고, 그 뒤 주주총회를 정점으로 수직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지 아니면 삼권 분립형의 대등구조를 취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전자에는 독일법제와 영미법제의 유형이 속하고, 후자에는 아시아법제의 유형에 해당된다.
주식회사의 기관 구조에서 수직적인 구조라 함은 기관 구성의 선임권을 중심으로 독일법제와 영미법제에서 나타나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독일법제에서는 주주총회가 감사를 복수로 선임하여 감사회를 구성하고 다시 감사회가 이사를 선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에 비하여, 영미법제에서는 주주총회가 이사를 선임하고 선임된 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하여 그 내부에 각 위원회를 두는 한편, 위원회의 하나인 감사위원회가 감사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삼권분립형 구조라 함은 아시아 법제에서 나타나는 형식으로, 주주총회는 이사를 복수로 선임하여 이사회를 구성하게 하는 한편, 감사도 주주총회에서 별도로 선임하여 이사와 대등한 권한을 줌으로써 경영을 감시하게 하는 체제를 말한다.
특히 이 아시아 법제 유형의 중심을 구축하는 한·중·일 세 나라 중, 한국과 일본의 경우 근래 들어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영미법 유형과 융합된 구조로 변모하면서 각기 다른 형태로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아시아법제에 해당되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은 삼권분립 형태에 기반을 두고 설계돼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1998년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미국의 감사위원회제도를 받아들이면서 변화가 초래되었고, 일본 또한 선택적으로 위원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변화가 초래되었다.
여기서, 서구의 회사법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던 일본 상법상의 주식회사의 감사제도의 변천을 소개한다. 일본 상법상 주식회사의 감사제도는 1890년 헤르만·뢰슬러(Hermann Rӧsler)라는 독일인이 만든 '상법초안(商法草案)'을 기초로 만들어진 상법(商法)에 감사(일본어로는 감사역:監査役)라는 법정기관으로 설정되었다.
당시 감사의 권한은 이사의 직무집행에 관하여 회계감사권과 업무감사권을 가지는 것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 법에 의한 감사제도는 1950년의 상법개정이전까지 회의체기관인 이사회제도의 도입이 없었을 당시, 주식회사의 기관의 하나의 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감사의 권한은 막강한 것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즉, 헤르만·뢰슬러(Hermann Rӧsler)의 초안에는 주식회사의 최고의사 결정기관인 주주총회가 회사의 기관으로서 대표이사(頭取, Direkto) 및 이사(取締役, Aufsichtsrat)를 선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법안심의과정에서 대표이사(頭取, Direkto)는 이사(取締役)로, 이사(取締役, Aufsichtsrat)는 검사(檢査役)을 거쳐 감사(監査役)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 뒤, 1950년 상법개정을 통하여 감사의 권한은 회계감사권만을 가지는 것으로 축소되었다가, 이후 산요(山陽)특수강사건을 비롯한 각종 기업도산사태를 계기로 1974년 상법개정을 통하여 감사의 권한은 회계감사권은 물론이고 업무감사권을 가지는 기관으로 권한이 확대되었다. 이에 더하여 상법특례법을 제정하여, 주식회사를 자본과 부채총액을 기준으로 대·중·소로 분리하여 대(大)회사는 감사에 의한 감사 이외에도 회계감사인(회계법인) 에 의한 감사가 의무화되었다.
한편 2005년에 상법으로부터 회사법을 분리하여 회사법을 새롭게 별도로 제정하면서 주식회사의 지배구조의 다양화를 도입하였는데, 그 중심은 주식회사의 감사기능의 효율성증대에 있었다. 신 회사법에 따라 현행 일본의 회사법상 주식회사의 지배구조(기관구성)는 14가지의 유형으로 조합돼, 선택적이면서도 일부의 경우는 강제되는 형식으로 설계되어 그만큼 복잡·다양화하게 되었다.
1962년 제정된 우리나라 상법은 종래 의용상법과는 달리 3인 이상 이사를 두게 하고 이들로 구성된 회의체기관인 이사회를 설치함으로써 개별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1차적인 경영감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의 업무감독권이 감사의 업무감독권이 상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감사에게는 회계감사권만 인정했으며, 주주총회의 권한이 약화됨에 따라 필요해진 주주의 보호를 위해서 이사의 위법행위유지청구권, 대표소송권 및 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을 신설했다.
그 뒤,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가 한 업무에 대해 이사회가 감시·감독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며 주주 및 채권자의 이익보호를 위해서 감사의 권한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1984년 개정을 통해 감사에게 다시 업무감사권을 부여하고 그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등 감사의 권한을 강화했고, 실효성 있는 감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후 1995년 상법 개정을 통해 감사의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하고, 모기업 감사의 자회사 업무감사권까지 인정하는 등 감사의 지위를 강화했다. 1999년 개정법에서는 회사가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 감사에 갈음하는 감사위원회를 둘 수 있게 함으로써 종전 감사제도와 감사위원회제도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의 위원회의 한 종류로서 경영자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자 감사위원회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반드시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2012년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서는 감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의 효율적인 감사업무수행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여, 종래 감사위원회에만 인정하던 회사의 비용으로 전문가의 조력을 구할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을, 감사위원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감사에 대하여도 인정하도록 개정되었다.
상법상 감사제도 등을 비교해볼 때, 비영리법인/공익법인의 감사제도는 다음과 같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첫째, 대부분의 비영리법인이 주무관청의 제시한 표준 정관 및 지도에 따라 감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감사를 주식회사와 유사하게 필수기관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보여진다. 또한 모든 비영리법인에 감사를 필수기관으로 두는 것이 소규모 비영리법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면, 공익성이 강한 법인, 대규모 비영리법인은 필수기관으로 소규모 법인은 임의기관으로 하는 방안도 있다(상법상의 유한회사는 감사가 임의기관이다).
또한, 공익법인법, 사립학교법, 사회복지법인법 및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산재하고 있는 감사의 업무범위, 감사의 자격, 이사와 감사의 이해상충관계, 감사의 책임범위, 소규모 단체의 예외(예, 2009년 5월 28일 상법개정에서는, 자본금의 총액이 10억원 미만인 회사를 소규모회사로 분류하고, 그에 따른 특례조치를 두었는데, 그 중 하나로서, 이에 해당되는 회사는 감사를 선임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 법에 근거하여 감사를 두지 아니하는 회사는 기존의 감사에게 부여된 임무와 권한을 주주총회의 임무와 권한으로 하였다) 등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민법에 정하고, 다른 법에서 그 민법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둘째, 재단법인 형태에서는 이사회, 이사 및 감사를 선임하는 현행 규정을 전면 개편하여, 사단법인의 사원총회와 유사한 평의원회 (또는 임원 선임 및 해임위원회, 또는 임원추천위원회)를 재단법인에 설치하고, 그 평의원회는 이사들이 참석하지 못하게 하면서, 평의원회에서 재단법인의 이사 및 감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필자가 잠시 감사로 봉사했던 예장 통합측 연금재단에서, 이사회가 총회가 지명하여 선임한 감사를 부당하게 해임한 후 총회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복귀를 허용하지 않은 사례를 겪고, 감사해임 결의 취소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진행하여 이사들의 불법행위를 밝힌 바 있다. 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재단법인 이사회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고, 이사나 이사회를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하여, 이사가 이사를 선임하거나 이사회가 감사를 해임하는 조항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셋째, 상법과 비교하여 볼 때,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은 개방이사, 외부추천이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감사제도는 그대로 존속시키고 있는데, 이는 옥상옥(屋上屋)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식회사의 경우, 1999년 상법개정에서 상장회사는 자산규모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정하는 한편, 자산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기존의 감사에 대체하여 감사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는 개정이 이루어져,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회사는 감사를 두지 않도록 변경되었다.
주식회사의 사외이사 제도와 유사한 비영리법인의 제도로서 학교법인의 개방이사제도와 사회복지법인의 외부추천이사 이사제도가 있다. 그런데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서도 개방이사/외부추천이사와 감사중 하나만 두거나,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는 주식회사와 달리 이미 대부분의 이사가 비상근이사로 구성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외이사제도나 감사제도 모두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되도록 하면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제도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넷째, 내부감사, 주무관청의 감독, 회계감사 간의 조정 내지 조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비영리법인의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정관에 따른 감사(監事)의 감사(監査), 주무관청의 감독(또는 감사), 세무서의 세무조사, 및 회계감사(자산규모 100억원 이상의 비영리법인) 등 감사나 외부 보고제도가 너무 많다는 호소를 하기도 한다.
특히 주무관청(감독기관)에 제출하여야 하는 보고서의 내용과 세법 규정에 따라, 세무서에 제출하여야 하는 보고서의 내용이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서 형식이 달라, 그 보고서 작성 대응에 애로가 많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여러가지 감사나 외부보고 제도는 각각의 필요에 따라 제정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자칫 비영리법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자원의 낭비가 없도록 여러가지 감사나 감독 및 보고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보여진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