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재해나 사회 범죄, 사회적 불행은 결국 ‘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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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죄에 대한 인식’ 필요한 시대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Jr. | 오현미 역 | 복있는사람 | 349쪽 | 14,000원

죄는 하나님의 목적을 왜곡하고 이 세상을 파괴하며 모든 관계를 허문다. 성경을 포함한 모든 종교에서도 죄는 악한 것이고 버려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처럼 죄에 대한 인식이 흐릿하고 죄를 합리화하는 시대에, 죄의 영향력은 더 막강하고 집요하다. 성경에서는 우리에게 죄와 싸우되 피 흘리기까지 싸우라고 하는데, 우리는 죄를 대적하기보다 죄를 먹고 마시고 취하여 즐거워하고 있다.

성도는 죄를 멀리하고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막고 말씀을 듣지 못하게 하며, 모든 관심과 이익을 자기에게 집중시킨다. 그리하여 죄는 성도의 마음을 부패시키고 더럽게 만들어 성도를 타락하게 만든다. 은혜도 목적이 있지만, 죄도 분명한 목적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고 본성을 따르게 만든다. 믿음이 있으면 죄를 죽이는 삶을 사는데 죄가 사람을 속여서 죄를 키우는 삶을 산다.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로 절대적 죄의 세력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반군 세력이 그의 마음을 점령하려 한다. 그래서 그는 날마다 이 죄 죽임의 교리를 실천해야 심령이 새롭게 될 수 있고,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다. 이 죄에 대한 인식과 원리와 그들의 전략을 알아야 한다. 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교활하고 강력하여 하나님의 샬롬을 파괴한다.

이 책의 저자는 칼빈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총장으로도 섬긴 코넬리우스 플랜팅가다. 그는 이 책에서 전통적인 죄에 대한 정의와 해설을 할 뿐 아니라, 그 죄가 어떻게 문화를 장악하고 예술에 기식하며 역사와 철학을 속여 왔는지 심도있게 분석한다. 또한 죄가 단순히 인간의 내면에서 어떻게 역사하고 인간의 내면을 병들게하여 파괴하는지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과 사회와 인류에 이르는 그 방법과 전개를 훌륭하게 펼쳐낸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1장 '샬롬이 파괴되다'에서는 죄는 만사의 당위적 존재양식을 거부하는 유책성 있는 샬롬의 훼방이라 정의하고, 선하고 조화로운 것을 파괴하는 죄의 역동성을 다룬다. 또한 2장 '영적 청결과 부패'에서는 부패는 영적 AIDS로서 신비하고 조직적이며 전염성 있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우리의 영적 면역체계를 공격하여 마침내 무너뜨리는 죄의 군단이다. 이에 대항해 청결은 영혼의 온전함이며, 어떤 사람의 동기와 목적과 성품이 하나님의 계획에 들어맞는 것을 의미한다.

3장 '전도 오염 붕괴'에서는 전도는 하나님과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계획으로 향해야 될 충성과 에너지와 욕구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도성을 짓는 데 써야 할 건축 자재를 우리의 성을 세우는데 쓰는 것을 말한다. 오염은 건강한 실체에 이물질이 들어와 더러워지고 약화되는 것이며, 붕괴는 인격적·사회적 온전함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고 어떤 실체를 온전하게 하는 힘과 목적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4장 '부패의 진전'에서 죄는 사물을 더럽히고 손상시키며 더 많은 죄를 낳는 생식 능력이다. 또한 죄는 여러 권세와 다양한 시대 정신에도 파고들고, 인간의 의도와 기억과 생각과 말과 행동에도 침입하여 무기가 된다. 5장 '기식자'에서 죄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고 실체를 망치는 것이며, 유기체에 붙어사는 거머리이다. 그리고 죄는 바이러스처럼 숙주의 생명력과 역동성에 달라붙어 결실을 맺는다.

6장 '가장 무도회'에서 죄는 위조지폐에서부터 사기꾼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위장을 하고 나타나 선의 신뢰성을 빨아들이고 광명한 천사로 나타나 사람들을 유혹한다. 7장 '죄와 어리석음'에서는 모든 어리석음이 다 죄는 아니지만 모든 죄는 다 어리석음인데, 죄는 건강에 좋지 않은 레시피이며 자동차에 넣으면 안 되는 연료요 택해서는 안 될 잘못된 길이다. 그리고 어리석음에 나타나는 유행은 그 시대의 죄악의 특성을 반영한다.

8장 '중독의 비극'에서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에 복합적이고 점진적이며 해로울 정도로 열렬하게 집착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강박적으로 기분전환을 추구하는 것이다. 9장 '공격'에서는 거짓과 시기와 분노와 같은 죄가 어떻게 인간을 무너뜨리고 인생을 황폐하게 하는지 잘 다룬다. 10장 '도망치기'에서는 역사적 실례를 들며 죄가 회피하는 8가지(순응, 공모, 의미축소 등)의 방법을 설명한다.

이렇듯 책은 죄에 대하여 교리적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 교리적인 죄가 어떻게 문화와 역사 속에서 실행되는지 실례를 들며 파고드는 해설서이다. 저자는 마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조카에게 인간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악마처럼, 죄의 본질과 성격과 권능을 잘 안다. 또한 죄가 인간과 집단과 사회와 역사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어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강력한지 소개한다.

필자는 이 책을 보며 존 오웬의 '죄 죽임의 교리'와 그것을 한국적으로 설교한 김남준 목사의 '죄와 은혜의 지배'와는 다른 특징을 보았다. 그 책들이 죄의 특징과 인간의 내면에서 역사되는 것을 잘 조명하였다면, 이 책은 그 전통적인 개념을 가지고 이 시대에서 다양하게 역사하는 끈질기고 집요하며 침투하는 죄를 조명한다. 또한 문화와 문학과 역사와 영화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에 깊이 관계된 죄의 영향력을 본다.

책의 핵심과 주장을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는데, 하나는 죄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 시대에 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사람들이 죄는 단지 하나님을 향한 반항이고 우리에게 불편한 결과를 주는 것이라 여긴다. 마치 인체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불쾌감을 주는 비위생적인 물건처럼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죄는 큰 세력이고 대군으로서, 본질상 하나님을 향한 대적이고 반감이며, 맹렬하고 대담하여 광기로 역사하는 것을 보여준다.

실로 죄는 하나님께 속한 모든 것을 대적하고 파괴한다. 그리고 창조의 계획과 타락한 인간과 피조세계를 회복시키는 하나님의 비전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역사하는 실재이다. 그래서 이 죄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특별히 이 죄는 신자를 죄와 친화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소극적으로는 죄에 대한 민감함과 저항력을 제거하고, 적극적으로는 담대하게 죄를 실행하게 한다. 그래서 이 죄가 스스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샬롬을 붕괴시킨다.

두 번째는 죄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해준다. 우리는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자연적 재해나 사회적 범죄와 사회적 불행을 보면 쉽게 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그것은 치유 불가능한 것이니 우연적인 것이라 넘겨 버린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향해 무분별하고 어리석고 죄를 사랑한 인간의 대가라 하고, 우리가 충분히 막을 수 있고 개선할 수 있으며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죄는 인생을 좁게 만들고 지독한 자기 중심성을 지닌다. 그래서 내 주변에서 우리의 죄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들을 무관심하게 만든다. 하나님의 뜻과 창조의 질서와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회적 조화에 마음을 두기보다, 오락과 나와 상관도 없는 연예인의 결혼과 이혼 같은 일에 몰두하게 하고, 때로는 무위하여 스스로 파멸하게 만든다. 그래서 죄는 우리에게 있는 책임감을 빼앗아 가고, 즉흥적이고 쾌락적이고 감각적인 것을 향하게 한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주변은 죄로 인해 질식당해가고 있다.

특별히 책은 우리가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죄들을 밝혀주는데,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의 명예를 높이고 하나님이 이름으로 이웃에게 상처를 주며 국가의 이름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회속에 여러 파괴적인 일들을 조명한다. 말은 하나님의 샬롬이지만, 나타나는 결과는 하나님의 엔샬롬이다. 말은 정의로운 사회와 신실한 국가를 외치지만, 자신의 울타리를 높이 쌓아 '성 안의 평화'만 있지 분열과 갈등이 생긴다.

세 번째는 책을 읽어보면 죄에 대하여 정의하고 비유하는 저자의 표현이 다채롭고, 분석 또한 탁월하다는 것이다. 죄를 정의하며 저자는 죄는 옷에 얼룩을 묻히는 것이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며, 죄는 발을 저는 것이고 길을 벗어나 헤메는 것이라고 하는 등 각 상황에 맞게 적절한 비유로 정의한다. 또한 죄에 대한 탁월한 분석을 하여 죄가 어떻게 상대를 박탈하고 파멸하는지 그 과정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죄가 어떻게 가면을 쓰고 선처럼 보일 수 있는지, 악이 우세하기 위해 선으로 달라붙고 위장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교만과 시기가 어떻게 큰 죄가 되고 다른 사람을 망치는 것인지 성경과 다양한 예를 들며 정확한 분석을 해낸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다루는 저자의 분석에 감탄하였다. 독자들이 이 책을 본다면 이 시기라는 것이 단순한 탐심이 아니라 열정적인 시비꾼이며 게걸스러운 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결론으로 사람들마다 죄에 대하여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성경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사회적 관점과 역사적 시선으로도 죄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적인 가치관과 무엇과의 관계성에 기초하여서도 풀어낼 수 있다. 필자가 이 책을 덮으며 죄를 정의한다면, '살피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살피지 않고 교회와 이웃과 사회와 자연을 돌보지 않는 것이다.

특별히 잠언에서는 생명의 근원이 나오는 곳이 마음이니 이곳을 지키라고 하는데, 이 말은 느슨하게 지키라는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지키라는 것이다. 이 지역은 중립 지역이 아니고, 은혜도 역사하고 죄도 역사하며, 감화도 일어나고 탐욕도 일어나니, 치열한 전쟁터이다. 그러니 성을 지키는 군사처럼 그리스도인은 영적인 청각과 시각을 유지하여 온 힘을 다하여 하나님의 성을 지혜롭게 지켜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 타락하지 않고 행동도 파괴적이지 않으며 모든 일에 내면적 동기가 더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 태어나는 것과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원리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성령님의 강권적인 역사와 그 역사를 받아들이는 믿음의 순응이라면, 후자는 날마다 죄와 싸우고 세상의 조류를 역행하며 하나님을 향하는 믿음의 경주를 쉬지 않고 달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죄에 대한 인식과 그 기식과 번식과 파괴력이 흐릿한 시대에 이것을 통해 죄를 미워하고 슬퍼하며 두려워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간교하고 험악한 세력을 향해 복음의 능력과 지혜로 승리하는 삶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열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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