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성공기>의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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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중 한장면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중 한장면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입지전(立志傳)이란 숱하게 예시돼온 사람들의 삶의 행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 고생 끝에 성공한 사람들의 행로를 일컫는 말이다. SBS TV <명랑소녀 성공기>의 양순(장나라 분) 역시 그러한 입지전의 캐릭터를 담고 있다.

<명랑소녀 성공기>는 그 인기의 여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지난 3월 13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20.7%(AC닐슨 기준)로 출발하더니 24.8%, 28.6%, 32.6%의 급상승세를 보이더니 4월 중순쯤에 이르러 37.3%로 전 시청률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방영 2주 만에 같은 시간대의 KBS 2TV ‘명성황후’와 MBC TV ‘선물’을 제치고 '절대강자'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인터넷 VOD(다시 보기) 서비스 수익도 4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우선 장나라의 탁월한 연기력을 들고 싶다. 시골 할머니에게서 배웠다던 그 사투리의 천연덕스러운 재연이며, 기태(장혁 분)의 그 가식적이며, 거만한 눈빛에 대응되는 진실하고 따뜻한 눈빛은 장나라만의 특기다. 필자도 실은 그러한 장나라의 연기를 보면서 이 프로그램에 매력을 쌓기 시작했다. 물론 조연들의 연기, 비겁하고 잔인한 성공도취주의자 준태(류수영 분), 말 그대로 '싸가지'없는 성격에, 허영과 사치 공주병의 극치를 이루는 나희(한은정 분) 등의 연기도 일품이다.

줄거리 설정 장치도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 중에 하나다. 우선 시골소녀와 재벌2세의 환경이 대비되면서, 재벌2세의 몰락, 몰락 후 그를 챙기는 시골소녀의 상황의 반전 등이 드라마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뜻있는 이들이 뭉쳐 희망으로의 반전을 다시 꾀하는 부분은 드라마의 극적인 장치기도 하다.

<명랑소녀 성공기>에는 물론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많다. 과거 경영진으로, 제거 대상 1호였던 기태가 미련을 두고 있는 단종 대상 상품이 있는 공장에 재기용된 부분이 그렇다. 또 양순 등 경영진이 고까워할 사람들이 정사원으로 채용, 경영진 직속 부서로 발령난 부분은 직장생활해 본 사람들이 보기엔 참으로 파격적인 정황이다. 그리고 일개 팀장에 불과한 기태가 이사회에 치고 들어가 현 경영진을 음해하는 과정, 그리고 '쿠데타'를 이끄는 세력들이 사태 하루 전에 섬으로 놀러 갔다오는 '여유'도 경영진과 이사회의 유착관계가 심화된 우리네 기업정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이해된다.

실상 이 프로그램은 신세대들이 공략대상이었다는 점을 든다면, 이같은 플롯상의 허술함은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그래서 교훈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점이다. 온갖 가식과 위선, 거짓으로 경영권을 찬탈한 새 경영진 준태에 대응해, 양순이를 주축으로 한 구 경영진이 성실과 정도로 맞섰다는 점이다. 진실은 도전은 받을 수 있어도, 종국의 승리마저 빼앗기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이 드라마의 또하나의 강점은 이러한 교훈이 교조적 강조점으로 부각된 것이 아니라 줄거리 상에 용해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를 통해 '진실은 승리한다'라는 명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소구계층은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기 싫어하는 세대이다. 그들에게 교훈보다는, 양순이의 귀여운 촌티, 패션, 장혁의 도시적 매력 등 차별화된 트랜드로 '현혹'해 하고 싶은 이야기, 남기고 싶은 교훈을 전수한 점은 이 드라마의 묘한 메시지 전달 장치라 보고 싶다.

교조적 가르침 보다는 창의적 여백을 남기는 것. 이것은 결국 <명랑소녀 성공기>가 기독교 문화에 남겨놓은 과제는 아닐까.

김용민 PD(기독교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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