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땅에 농사짓는 김필주 박사

고준호 기자  jhgo@chtoday.co.kr   |  
				▲김필주 박사가 농장 학교에서 북한 어린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김필주 박사가 농장 학교에서 북한 어린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남북이 나뉘기 전 마지막 세대로서 북한선교와 통일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올해로 70세. 이미 몸은 쇠하였지만 마음만은 열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김필주 박사. 그녀는 지금 북녘 땅에 농사를 짓고 있다. 그것도 무려 3천 정보(약 9백만 평)에 이르는 땅에 1만 5천여 명의 북한 농민들과 함께 말이다.

그녀는 서울대 농과대학을 나온 후 196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미시시피주립대 석사(종자학)와 코넬대 박사(작물생리학)를 받고 20년 가까이 파이오니어 시드(Pioneer Seed) 사 등 미국 유수의 종자회사에서 근무 후 1992년부터 NGO 단체인 ‘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운동’을 세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식량증산과 종자 개발을 돕고 있다.

“1989년 3월 17일에 처음으로 북한으로 들어갔죠. 농사기술과 도구는 많이 낙후되어 있고 주민들의 삶이 참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로 북한을 언제까지나 지원해주는 것을 불가능할 것 같아서 독립적으로 식량부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1992년 미국 허가를 받은 정식NGO 단체를 세워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했지요.”

북한정부에 임대를 받은 땅은 황해도 지역의 3천 정보의 땅은 4개의 농장으로 나눠져 있다. 이 농장들은 평양에서 개성으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그곳에서 주민들은 농업기술을 배우며 주로 목화 농사를 짓고 있다. 1천 2백여 정보의 땅에 목화를 재배하고 나머지 땅에 쌀부터 시작해 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다.

이렇게 농사짓는 작물들에서 나온 수입들은 농장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노력공수’라는 제도로 자신이 열심히 일한만큼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주민들이 일한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 굉장히 열심히 일했습니다. 목화 재배가 첫 해에는 0.7톤이 나왔는데 그 다음해에 1.2톤, 2.3톤으로 계속 수입량도 같이 늘었구요.”

이곳이 농장이라고 해서 농사만 짓는 곳은 아니다. 주민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산다. 그래서 농장에는 주민들을 위한 문화회관과 학교, 병원, 유치원 등 다양한 시설들도 같이 들어서 있다. 그 중에 천덕리 농장은 남한에서 지어준 신식 건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의 도움이었다.

“홍 목사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 동생이 홍 목사님과 같이 C.C.C를 다녀서 알게 됐는데 처음에 무작정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죠. 그리고 천덕리 마을에 집도 지어주시고 병원, 학교 등 많이 지어주셨지요. 천덕리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녀는 홍정길 목사(남북나눔운동) 외에도 좋은교사운동(조병오 상임총무), 비전아카데미(안부섭 대표), 등과 함께 북한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같이하면 힘도 덜 들도 더 좋잖아요.”

이렇게 많은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대북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그녀 또한 뜨거운 신앙의 소유자였다. 일제시대 당시 부모님을 따라 모태신앙을 가지게 된 그녀는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지나며 더욱 성숙했다. 현재 북한에 들어가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선교의 마인드로 가득 찼다. 하지만 드러내지 못할 뿐이었다.

“사실 선교도 하고 싶은데 선교하면 쫓겨나니까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전하면 주민들은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바람을 이야기했다. “제 꿈은 북한 농장에 교회 하나씩만 짓는 것입니다. 지금은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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