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고 해서 자녀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된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17)

*이 글은 가정 문제와 상담에 몸담아 온 전요섭 목사(성결대 상담심리학, 기독교 상담학 전공주임교수), 황미선 사모(한양대학교병원 원목) 부부의 책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가정문제해법」에 실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부부는 한국가정상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행복한 우리집」에 수년 동안 가정 관련 글을 연재했고, 이를 모아 책으로 펴냈습니다.

“어휴~ 내가 이놈 자식 때문에 못살아! 못살아!”
“잘못했어요. 엄마”
“이놈 새끼야! 잘못했다고 말한 하면 다야? 휴~ 내가 저런 걸 낳고 아들 낳았다고 미역국을 먹었어!”
“엄마, 다신 안 그럴게요. 정말이에요. 만일 제가 한 번만 더 그러면 그 땐…….”
“말은 잘해요. 아이구, 꼭 지 아빠 닮아 가지고.”
“엄마! 그만해!”
“너 이놈 새끼야! 그 버릇 못 고치면 도적놈이 돼. 그러면 교도소 가서 콩밥 먹고 살아야돼. 이놈아! 호적에 빨간 줄 그처져서 취직도 못할래?”

미국의 가족관계협회에서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자녀에게 칭찬, 격려, 긍정적인 말을 했을 때와 야단, 책망, 부정적인 말을 했을 때를 기록하도록 하고 통계를 낸 결과, 가정에서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칭찬, 격려, 긍정적인 말보다는 야단, 책망,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10배나 더 많았다고 한다. 어떤 공동체에서나 잘못을 행한 사람에게 책망이 없을 수 없지만 어린 자녀에 대한 책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해야 하며 또한 위험하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천주교회에서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다. 신부가 미사를 집전할 때에는 어린아이들이 옆에서 시중을 드는 일이 있는데, 이 때 시중 드는 아이 하나가 그만 실수로 넘어져 영성체를 행하는 포도주잔을 엎질러 포도주가 땅에 떨어졌다. 이것이 신성모독에 해당되는 잘못이라고 판단한 신부는 당황하고 분노해 그 어린아이의 뺨을 때렸다. 그러면서 “다시는 제단 앞에 나타나지마!”라고 크게 나무랐다. 아마도 어린아이는 울면서 돌아갔을 것이다. 바로 그 어린아이가 커서 공산국가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 된 티토였다. 그런데 이와 비교될 만한 일이 어느 큰 도시의 천주교회에서도 일어났다. 신부는 어쩔 줄 모르고 두려워 떠는 아이를 따뜻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너는 커서 훌륭한 신부가 되겠구나!” 바로 그 어린아이가 커서 이름난 대주교이자 작가이며 교육가가 된 풀턴 쉰(Fulton J. Sheen)이다.

어린 시절의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녀가 잘못을 했을 때 그 정도에 따라 책망과 훈육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말로 책망하는 가벼운 방법을 채택한다. 그리고 잘못의 경중에 따라 체벌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녀가 잘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책망만 해선 안 된다. 책망과 칭찬은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두 바퀴임을 기억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은 책망을 통해 억제하고, 잘한 행동은 칭찬을 통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교육심리학에서는 강화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자녀가 잘 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칭찬에 인색하다. 또한 잘못한 일에는 매우 예리하고, 가혹하게 꾸짖으며 때리기 십상이다.

스위스의 의사이며 심리학자인 폴 트루니어(Paul Tournier)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책망받는 일’과 ‘충고받는 일’이라고 했다. 누구든지 잘못을 지적받고 충고받는 것은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 할지라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어떤 공동체에서나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부정적인 말로 단정하거나 야단치면 그 사람은 그 때부터 부정적인 말에 걸맞는 사람이 되는데, 이것을 심리학에선 ‘낙인효과’(Stigma Effect)라고 한다. 부모가 자신이 낳은 자녀라 하여 함부로 말하고, 때리고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할 권리는 없다. 부모는 자녀에게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야단쳐서 사람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하지 않을 말, 절대로 짓지 않을 표정,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을 너무나 자주 할 때가 많다. 이런 가정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지받고, 이해받고, 용서받고, 환영받는 정도가 바로 행복의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가 행복을 맛보려 자라게 되고, 나중에 가정을 이루게 되면 그렇게 행동할 훌륭한 잠재적 부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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