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에,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습니까?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리뷰]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
강영우 | 두란노 | 14,000원 | 300쪽

‘일반인은 노력과 열정이 없으면 평범한 삶을 살 가능성이 많지만, 장애인은 더 많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소신으로 하나님만 바라보신 강영우 박사님이 지난 2월 23일 췌장암으로 인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멘토를 주제로 설교하고 있어, 강영우 박사님과 가족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고작인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분과 가족들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열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고, 65세 이상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고, 고령화 사회로 변하는 이 시대에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아무 생각 없이 방심하다가 어려움을 겪기 보다는, 롤 모델(Role Model)을 통해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강영우 박사의 인생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간략하게만 정리해보겠습니다. 1944년 양평에서 출생한 강영우 박사는 중학교 시절 축구 골키퍼를 하다가 실명합니다. 그 후 모친과 누나를 잃으면서 맹인 고아가 되었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해서 아내와 함께 미국 피츠버그대학으로 유학을 갑니다. 그리고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1976년 한국 최초의 시각 장애인 박사가 되었고,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미군 대장(별4개)에 해당하는 지위]를 지냈고, UN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 겸 루스벨트 재단 고문으로 7억 명에 가까운 세계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2006년 미국 루스벨트 재단 선정 127인의 공로자에 선정되었고, 2008년 국제로터리 인권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이런 화려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가 일반인들의 관심사이고 도전을 주는 핵심 내용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화려한 세상 경력을 자랑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단지 하나님 앞에서 감사하며 산 한 명의 신실한 사람만 보였을 뿐입니다. 강영우 박사님은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이 결코 고통의 시간들이 아니었으며,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췌장암으로 한 달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가족들에게 남긴 글을 보면 정말 그 진심이 충분히 느껴집니다. “진석아, 아버지는 고사리 손을 있는 힘껏 모으고 아버지의 눈을 고쳐 달라고 기도하던 너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꼭 안과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눈을 고쳐 주겠다고, 그 작은 가슴을 있는 힘껏 부풀리며 큰소리로 약속하던 너의 모습을 말이다.” 2011년 <워싱턴 포스트>지가 선정한 슈퍼 닥터가 되었고, 안과협회 최연소 회장이 된 장남 강진석의 꿈이 자신의 실명 때문이었음을 감사하는 아버지의 믿음의 편지가 정말 큰 도전을 줍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인가 봅니다. 현재 백악관 선임 법률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둘째 아들 강진영은 아버지를 기억하며 이런 고백을 합니다. “아버지는 저의 넘치는 봉사 활동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일단 제가 최고로 좋은 법대에 들어가서,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놓고 봉사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늘 순종적인 아들이었음에도, 그것 하나는 동의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인생인데, 봉사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 늘 고집을 부렸습니다. 이제는 저의 봉사가 한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아십니다. 저는 아버지를 통해 세상의 문제는 무명의 성인들에 치유되고, 우리 모두는 각자 나름대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상에 평화와 평등이 임하게 하옵소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로부터 시작되게 하옵소서.”

이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 대한민국 성도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아니, 목사로서 두 딸을 양육하는 저는 과연 어떤 가르침을 그들에게 주고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러움뿐입니다. 세상 사람들과 별로 차별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강 박사님의 아내 이름을 ‘석은옥’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본명이 ‘석경숙’이었더군요. 그런데 강 박사님이 프러포즈를 하면서 ‘석은옥’으로 바꿨답니다. 아내와 30년을 이름의 의미대로 살겠다고 마음을 다진 겁니다. 유학을 할 때 장애로 인해 힘든 자갈밭을 걸어가는 시간이 있겠지만, 그 10년을 ‘석(石)’의 시대로 믿고 인내하겠다는 것, 공부를 마치고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 아이들을 키우고 열심히 살아가는 10년을 ‘은(銀)’의 시대, 그리고 나머지 10년은 아내와 함께 봉사와 나눔의 삶으로 ‘옥(玉)’의 시대를 살겠다고 한 겁니다. 참 멋지지 않습니까?

더 멋진 것은 30년을 꿈꾸었는데 40년을 살았다며, 10년은 덤이라 고백합니다. 그래서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판정 받았을 때, 치료를 위해 힘쓰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덤”의 시간이 좀 줄어들었다고 하나님께 앙탈 부릴 것도 아니고, 덤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겠다고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었으니, 마지막도 나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강 박사님의 말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생일 케이크의 초를 끄면서, 나는 소원을 빌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것보다, 내가 간구했던 것보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나에게 몇 백 배의 것을 주셨는데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시력을 잃고 재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알았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암과 싸워 이겨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고 싶으셨다면, 아마도 난 암을 조금 더 일찍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나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셨다. 내가 원하는곳에, 나의 재산을 정리해 기부할 기회를 주셨다.”

재산 상속에 대한 욕심은 커녕 자신들이 2만 5천 달러씩을 보태 한 가족이 기부할 수 있는 최대 한도인 25만 달러를 만들어준 두 아들을 발견하며 하나님 품에 안긴 강영우 박사님!

시각 장애인의 삶이 쉬웠을까요? 고통과 좌절과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분 안에 성령께서 주인이 되셨기 때문에, 이런 향기 나는 인생이 가능했고, 자녀와 자손들에게 영적 영향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를 통해 자녀는 무엇을 배울까요? 지금 어렵다고 해서 맘대로 살지 마십시오. 하나님 떠나서 세상 속에 묻히면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이고 자녀의 모든 것입니다. ‘장애를 축복으로 만든 강영우 박사님처럼, 지금의 연단을 행복으로 바꾸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훈 목사(하늘뜻섬김교회 담임) www.servingo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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