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성경 읽기, 성경 읽기가 바꾼 역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독교 고전 다시 읽기 4] 노예제를 무너뜨린 「톰 아저씨의 오두막」

톰 아저씨의 오두막
해리엇 비처 스토 | 문학동네 | 전 2권

시대를 바꾼 성경 읽기

역사의 변화에 천착(穿鑿)해 보면, 시대의 전환기에는 관점의 변화가 도드라진다. B.C.에서 A.D.로 넘어가는 시기는 세속적 이해와 구조적 타락으로 힘을 잃어버린 유대 종교 지도자들의 성경 읽기 대신, 새로운 대안과 해석을 통해 신약을 가져왔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유대인들의 부대를 버리고, 새 부대에 새 술, 즉 새로운 관점의 성경 읽기를 담았다. 시대를 담지 못하는 성경 읽기는 결국 종말을 고하게 되고, 시대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성경 읽기를 통해 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성경 해석의 전환은 다시 종교개혁 시대가 오자 혁명적으로 일어났다. 루터는 성경을 통해, 은닉된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하나님의 의’를 발견한다. 성속의 구분을 타파하고 세상 속의 빛과 소금으로 살기 위해 수도원에서 내려와 결혼한다. 성경 읽기의 변화는 곧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시대 변화에 걸맞는 성경 읽기의 결과다. 1619년 처음으로 아프리카 노예가 북아메리카에 발을 디딘다. 1776년 독립전쟁이 일어나 미국은 영국의 반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로서의 기틀을 다진다. 당시 미국은 북부와 남부의 생활 방식이 달랐다. 북부는 노동자의 노동을 기반으로 한 기계 산업이 발달한 반면, 남부 지역은 면화 산업으로 인해 집약적 노동력이 필요했다. 미국 초기의 이민 역사를 살펴보면 인종에 대한 차별이 미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남부 지역이 목화 산업을 위주로 한 농업 체제로 변하게 되면서 노동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노예의 필요성을 부추기게 되고, 더 많은 재산 증식을 위해 더 많은 흑인들을 요구한다.

농장주들은 노예를 구하기 위해 노예 상인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노예를 사들였다. 노예 상인들은 노예들의 값이 올라가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아프리카로 향했다. 돈을 들여 사병을 훈련시키고, 총과 칼로 위협하여 아프리카 흑인들을 붙잡아 신대륙으로 끌고 왔다. 저항하는 흑인들은 살인을 서슴지 않았고, 대서양을 건너던 중 수많은 흑인들이 죽어 바다에 던져졌다. 노예 상인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흑인들을 짐처럼 차곡차곡 쌓았고, 손과 발에 쇠고랑을 채워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출항하여 북아메리카까지 살아 도착한 노예의 수는 고작 50% 정도였다고 한다. 절반 이상이 죽은 것이다. 그럼에도 두 배 가까운 이윤을 남기는 장사였기 때문에, 돈의 노예가 된 농장주와 노예상인들은 손을 잡고 흑인들을 착취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노예제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도망친 노예와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 자신도 북부와 남부의 경계 지역에 살면서 흑인들의 삶을 목도한다. 가정부로 들어온 흑인과 접촉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을 체득하게 되고, 흑인에 대한 생각이 점차 굳어진다. 결국 작가는 흑인을 비인격적으로 다루는 남부의 농장주들을 고발하고, 묵인하는 북부의 백인들에게 흑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정치적으로도 북부와 남부는 상당한 긴장관계였다.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결국 남북전쟁의 발화점이 되어 미국 역사의 전환기를 불렀다.

소설의 배경은 남부 백인 농장주의 노예로 살아가는 톰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켄터키 주의 농장주인 셸비는 친절하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다. 부인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어느 날, 노예 상인 헤일 리가 찾아온다. 셸리는 톰을 팔기 싫었지만,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했다. 결국 톰은 올리언스로 팔려가게 된다. 올리언스는 흑인들에게 한 번 가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지옥과 같은 곳이다. 노예는 노동을 위한 수단이며, 생산력 자체였다. 노예 가격을 높이기 위해 웃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힘을 보여주기 위해 뜀뛰기와 물건을 집어드는 모습을 보이게 했다.

▲책 속 삽화.
▲책 속 삽화.

상품이 된 노예는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고, 갓 태어난 자식들도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다. 저자인 해리엇 비처 스토는 목사의 딸이다. 그는 남부에서 흑인를 비인격적으로 다루며, 농장주들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흑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은 흑인의 비참함이 구조적으로 개혁되지 않으면 흑인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간파한다. 톰은 신앙심이 깊고 착한 노예이지만, 주인이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팔려가게 된다. 만약 노예를 사고 팔 수 있는 구조가 없었다면, 톰의 불행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하는 것이다.

톰의 새 주인이 된 세인트클리어는 회의주의자다. 그는 자신의 사촌누이인 오클리어와의 신앙적인 대화와 흑인 노예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소설 전반에 걸쳐 이야기한다. 그는 신앙심 깊은 백인들이 흑인을 노예로 부리면서 자신들은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비판한다.

“그 제도(노예제)에 의해 돈을 벌어들이는 농장주들, 농장주의 비위를 맞추는 성직자들, 그 제도로 지배하고 싶어하는 정치가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교묘한 재주를 발휘하여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언어와 윤리를 뒤틀고 구부립니다. 그들은 자연과 성경과 그 밖의 것들을 자기들 목적에 맞게 왜곡합니다. 그러나 그들 자신도 세상 사람들도 그런 궤변을 조금도 믿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악마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흑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신앙심 깊은 보수주의자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부패한 심성 속에 숨겨진 욕망의 실체를 보여준다. 돈을 벌기 위해 노예제를 요구하는 농장주와 노예 상인들, 그들을 옹호해야 밥을 먹을 수 있기에 성경을 왜곡시켜 해석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남부 성직자들은 노아의 후손인 함의 아들 가나안이 ‘종’이 되는 저주를 인용하면서 가나안의 후손들은 흑인이며, 그들은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이들이기 때문에 셈의 후손인 백인들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 신학의 주류를 이끌어 왔고, 한때 한국 보수주의 기독교 안에서도 지지를 받은 바 있는 해석이다.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흑인들은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악하고, 부도덕하기 때문에 매와 채찍이 아니면 다룰 수 없다고 남부 사람들은 굳게 믿었다. 남부 사람들의 생각은 톰의 안주인 마리의 입을 통해 증언된다. 마리는 흑인들은 무지하고 천성적으로 타락했다고 믿는다.

“난 세인트클레어와 결혼하면서 자신과 함께 하인들도 데리고 왔어요. 그런만큼 하인들을 내 방식으로 관리할 법적 권리를 갖고 있어요. … 우리 집 하인들이 얼마나 버릇 없고 우둔하고 부주의하고 황당하고 아이 같고 감사할 줄 모르는 한심한 자들인지 형님은 모르실 거에요. … 그들은 타락한 종족이에요.”

미국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전환기였다. 북부는 공업 중심의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남부는 면화 재배를 통해 부를 축적해 나갔다. 남부는 노예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았으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를 방관하거나 침묵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흑인들의 비참한 모습이 알려지게 되고, 유럽으로부터 불어온 자유와 민주화의 열풍은 미국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링컨은 노예제도로 인한 미국의 분열 조짐을 발견하고, 북부 사람들이 보기에 인권이 유린당하는 흑인들의 모습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감지한다. 해리엇 스토 비처는 노예 문제가 마음씨 착한 백인 주인이 한 사람 더 늘어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구조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미국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할 것이며, 자유를 상징하는 미국은 반쪽 다리를 잃게 되는 장애의 모습이 될 것을 내다보았다. 가정을 파괴하는 구조적 노예제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2장 마지막 부분에 담겨 있다.

“아주 인도적인 한 법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을 최악으로 학대하는 방법은 그를 목매달아 죽이는 것이다.’ 아니다. 그보다 더 나쁘게 인간을 학대하는 방식이 있다. 그것은 노예제도이다.”

이 책은 이 외에도 불의에 대한 저항 정신, 돈의 노예가 된 성경 해석, 각 인물들을 통해 드러나는 세계관의 충돌 등을 섬세하게 그린다. 노예의 비참함을 다룬 논문들은 지식을 전달할 뿐이었지만, 그들의 삶을 이야기로 엮은 이 책은 미국의 사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현재의 미국을 이해하는 탁월한 책이다.

이 책은 시대가 모호하고 어지러울 때 어떻게 성격을 읽어야 하고,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책은 흑인 노예 ‘톰’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결국 미국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성경해석학’인 셈이다. 새로운 시대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성경 해석학은 시대를 감당하는 기독교인의 의무일 것이다.

/정현욱 목사(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로고스서원 연구원, 부산극동방송 ‘책과 음악의 행복한 만남(매주 목)’ 진행, 부산반석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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