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쉐마’ 신앙교육(1): ‘쉐마’란 무엇인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101)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하신 여호와이시니” (신 6:4)

이스라엘의 신앙교육은 ‘쉐마’교육으로 대표된다. 그렇다면 ‘쉐마’교육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쉐마’는 ‘듣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동사 ‘샤마아’의 명령형으로, 우리말로는 ‘들으라’라고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쉐마’는 ‘이스라엘아 들으라’(히브리어로는 ‘쉐마 이스라엘’)로 시작되는, 신명기 6장 4~9절의 문절 제목이다. 유대인들은 문절 혹은 책의 제목을 정할 때 첫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관습이 있다. 예를 들어, 구약성경 창세기의 히브리어 제목은 ‘베레쉬트’인데, 이것은 창세기 1장 1절의 첫 단어인 ‘태초에’다. 그러므로 ‘쉐마’는 신명기 6장 4~9절을 지칭하며, 그 내용은 가정에서 자녀들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규명해 준다.

유대인들의 전통에 의하여 하루에 두 번씩 암송하도록 되어있는 ‘쉐마’는, 이스라엘의 의식구조와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신앙고백문이다. ‘쉐마’를 정기적으로 암송하는 관습이 구약시대부터 정착되어 있었다.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이 말씀을 강론하라”(신 6:6-7)를 본문 낭독의 명령으로 이해하였고, 신명기 6장 7절에서 언급되고 있는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이든지”를 문자적으로 받아들여, 아침과 저녁에 한 차례씩 ‘쉐마’를 암송하는 제도로 삼았다.

바벨론 탈무드에 의하면, 유대인 남자 아이가 태어나 말을 시작할 때에, 부모들은 가장 먼저 ‘쉐마’의 첫 절인 신명기 6장 4절을 가르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주후 2세기 랍비였던 아키바가, 로마군에 의하여 처형당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쉐마’를 암송하였다. 그런 전례를 따라, 다른 순교자들도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쉐마’를 암송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죽음 직전의 모든 유대인들이, 자신의 마지막 신앙고백으로 ‘쉐마’를 암송하는 관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결국 ‘쉐마’는 유대인들은 태어나 제일 먼저 배우는 신앙고백이면서,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암송하는 신앙고백인 셈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만큼이나 긴 전통을 지닌 ‘쉐마’는, 구약시대 이스라엘이 지킨 신앙의 기본 핵심이다. 전체가 5,845절로 이루어진 모세오경 중에서 ‘쉐마’의 첫 절인 신명기 6장 4절이 구약 전체의 요지(keynote)이며, 신명기서 전체가 쉐마의 핵심인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라는 명령의 해석서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쉐마’는 이스라엘 신앙의 요체이며, 다른 모든 것은 이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신명기 6장 4절의 중요성 때문에, 히브리어 마소라 성경은 이 절의 첫 단어와 마지막 단어의 끝 알파벳을 다른 글자보다 크게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관습은 이 절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면서, 이 절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읽어야 함을 지적해 주었다. 그리고 큰 글자로 쓰인 두 알파벳을 합치면 히브리어 ‘에드’가 되는데, 이는 ‘증인’이라는 뜻이다. 곧 ‘쉐마’를 암송함으로, 하나님의 유일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증거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도 모든 계명 중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묻는 서기관에게, ‘쉐마’의 첫 부분을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답변을 대신하셨다(막 12:28-34; 마 22:34-40). 비록 크고 첫째 되는 계명 속에 ‘이웃 사랑’의 중요성을 추가하긴 했지만, 예수의 답변은 당시 유대인들이 지켜오고 있던 ‘쉐마’의 중요성을 그대로 인정하심을 보여준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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