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산은 어디인가’ 성서·지리·고고학적 고찰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한국이스라엘연구소 세미나 개최

▲한국이스라엘연구소 제8차 학술세미나가 ‘시내산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김은애 기자
▲한국이스라엘연구소 제8차 학술세미나가 ‘시내산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김은애 기자

한국이스라엘연구소(소장 신성윤 박사)가 4일 오후 2시부터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시내산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제8차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성서지리학·성서학·고고학적 측면에서 시내산의 위치를 고찰했다. 국내에 2007년 김승학 씨의 「떨기나무」가 출간되면서, 진짜 성경의 시내산은 시나이반도에 위치한 시내산(제벨 무사)이 아니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는 주장이 논쟁으로 떠오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강후구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강후구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강후구 박사(히브리대 고고학, 서울장신대 교수)는 ‘시내산 위치에 대한 고고학적 고찰’을 발제했다. 그는 시내산 위치에 대한 여러 설 중 하나인, 김승학 씨의 ‘라오즈산이 시내산’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김승학 씨는 미디안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암각화를 사우디에 시내산이 위치하고 있다는 근거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박사는 “그 그림 가운데 메노라 모티브가 나오는 것을 출애굽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과 관련시키는 것은 고고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바위에 새겨진 메노라 장식은 후대의 것으로, 출애굽 당시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고고학적·역사문헌적인 자료를 통틀어 메노라 모티브는 구약성서시대에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

김 씨가 솔로몬의 홍해 도하 기념 기둥이라고 주장하는 건축물과 관련해서는 “로마 시대 또는 비잔틴 시대의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 그 기둥의 위쪽 부분은 그 위에 무언가를 떠받칠 모습을 지니고 있지, 기념비로 여겨질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고 강 박사는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그는 히브리대 고고학자인 바이스 교수의 주장을 언급하면서 “화강암으로 된 이 돌기둥은 주후 3-6세기경의 후기 로마시대-초기 비잔틴 시대의 것으로, 그 부근 지역에서 가져온, 출애굽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기둥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고 했다.

김승학 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시내산이 있다는 또 다른 증거들 중 하나로, 그 지역에서 발견됐다는 바위에 새겨진 타무딕 비문을 내세운다. 이에 대해 강 박사는 “타무딕 글자가 보편적으로 사용된 시기는 주전 4/3세기~주후 3/4세기이며, 이 언어는 28개 글자에 주로 바위나 야석 위에 새겨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따라서 타무딕 비문은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사용했던 글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후대의 비문이며, 이 비문을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증거라 주장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고 단정했다.

김승학 씨는 또 미디안 광야의 유물 가운데 토기를 증거로 제시하는데, 강 박사는 이에 대해 “중기 청동기 시대, 비잔틴 시대 또는 무슬림 시대의 특징적인 장식으로, 출애굽 시대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지금까지의 연구된 것을 바탕으로 본다면, 출애굽 당시 미디안에서는 오히려 채색된 토기가 사용됐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강 박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고고학적 증거는, 미디안 토기를 제공하고 있는 그 당시의 유적들이 제시될 수 있으나, 출애굽한 고대 이스라엘 백성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출애굽과 관련된 고고학적 연구를 위해 이후 더 발굴과 지표조사가 필요하며,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지연될 경우에는 성서적·생태적·지리적·역사적 증거물을 통한 간접적 연구를 할 수밖에 없다”며 발제를 마쳤다.

▲정연호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정연호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시내산 위치에 대한 지리학적 접근’에 대해 발표한 정연호 박사(히브리대 구약학, University of Holy Land 교수)는 “시내산의 위치에 대한 논란은 크게 시내산이 시내 반도에 있다는 주장과 아라비아 반도에 있다는 주장으로 나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서지리학적 측면에서 세 가지 관찰포인트를 살펴볼 것이며, 이를 통해 시내산의 위치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발제를 시작했다.

정 박사가 시내산 위치에 관해 성서지리학적 측면에서 다룬 세 가지 관찰 포인트는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넌 후의 지점인 수르 광야의 위치 △시내산을 떠난 이스라엘이 정착했던 가데스 바네아의 위치 △가데스 바네아를 떠난 이후의 여정 연구 등이다.

첫 관찰 포인트인 ‘수르 광야의 위치에 관한 연구’에서 정 박사는 “이는 시내산이 시내 광야에 있는지 미디안 광야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준점“이라며 “성서지리적 측면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건넌 홍해가 어디인지를 밝혀줄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출 15:22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넌 후에 들어간 곳이 수르 광야이기 때문.

정 박사는 라오스산이 시내산이라는 김승학 씨의 주장에 대해 “김승학 씨는 수르 광야가 성경의 미디안 광야, 오늘날의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를 민수기 25장 15절에서 찾고 있다”며 “하지만 민 25:15와 출 15:22의 수르가 전혀 다른 히브리어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자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수기의 수르는 ‘챠데’이지만, 출애굽기의 수르는 ‘쉰’으로 시작되는 단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수르’는 어원적으로 애굽이 시나이 반도를 거쳐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동부 델타 지역, 곧 시나이 반도 북서쪽에 지은 일련의 요새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요새이든 지역 이름이든 적어도 수르 광야는 애굽의 동부 델타 지역, 즉 시내 반도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관찰 포인트로 가데스 바네아의 위치를 다룬 정 박사는, 가나안의 경계와 관련된 성경 진술들을 들어 가데스 바네아의 위치를 페트라 혹은 메다인 살라로 보는 입장의 부당함을 논증했다. “성경적으로 트랜스 요르단이 가나안과 유다의 경계에 표함된 적이 없고, 그런 점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오기 이전의 역사적 문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다른 성경적 근거로 정 박사는 민수기 20장 16절에서 언급하고 있는 ‘에돔의 변방’을 다뤘다. 그는 에돔의 통치 영역 밖을 의미하는 ‘에돔의 변방’에 위치한 가데스 바네아가, 에돔의 수도 보스라 가까이에 있는 페트라는 결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관찰 포인트인 가데스 바네아 이후의 여정에서, 정 박사는 세일산과 관련된 본문들을 심도 있게 다뤘다. 이스라엘의 광야 여정과 관련돼 언급된 세일산은 에돔 지역이 아니라 아라바의 서쪽, 할락산의 남쪽 중부네게브 산지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그럴 경우 이스라엘이 세일 산지 주의를 맴돌았다는 신명기 2장 1절의 언급은 곧 가데스 바네아 주변의 신광야를 방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것은 곧 가데스 바네아가 페트라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성경적 증거”라고도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정 박사는 이스라엘이 시나이 반도에서 진행했던 고고학 발굴 결과를 소개했다. 1967년부터 1982년까지 15년간 시나이 반도의 출애굽 루트를 따라 진행된 15년간이 발굴은, 고고학자들의 손에 출애굽과 관련된 발굴물도 하나도 쥐어 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벤자민 마자르를 비롯한 많은 고고학자들과 성서학자들은 출애굽을 신화로 간주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이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막 유목민들의 삶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더구나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보낸 기간이 단 한 세대였음을 고려할 때, 흔적이 남지 않은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성서지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시내산은 아라비아 반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경의 증거는 출애굽과 관련돼 있는 중요한 장소들 - 홍해, 수르 광야, 가데스 바네아 - 등이 요단과 아라바 서편에 위치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일부 학자들이 자신들의 논리에 파묻혀 명백한 성서지리적인 증거를 놓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며 발표를 마쳤다.

▲정현호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정현호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김은애 기자

정현호 목사(히브리대 박사과정, 월드미션교회 기관담당)가 “시내산 위치에 대한 성서적 고찰”을 발제했다. 정 목사는 “본 소고의 목적은 고대 이스라엘 민족과 성경을 신앙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인 시내산의 위치를, 성경의 내용에서 알아보고자 함에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먼저 “많은 이들이 시내산의 다른 이름이 호렙산이라고 알고 있는데, 학자들은 ‘호렙’을 어떤 산의 이름이 아니라 시내산이 위치한 지역의 이름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시내산 위치의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물을 제거한 뒤 본격적인 견해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어 정 목사는 광야 여정과 관련된 구약 본문의 기록들을 살펴봄으로써 시내산의 위치를 분석했다. 그는 “성경에서 유일하게 시내산의 위치에 대한 거리상의 정보를 명확히 담고 있는 성경구절은 신명기 1장 2절(호렙산에서 세일산을 지나 가데스 바네아까지 열 하룻길이었더라)”이라며 이를 근거로 “시내산은 가데스 바네아에서 300~50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정 목사는 출 12:37~19:2, 민 33장에 기록된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여정을 살펴보며 △시내산은 현재 수에즈 운하로부터 150~200km 거리에 위치한다 △라암셋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건넌 홍해까지의 거리는, 후자에서 시내산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짧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전제 하에 시내산의 위치에 대한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소개했다. 아이스펠트와 올브라이트은 가데스 바네아에서 서쪽에서 약 35km 떨어져 있는 헬랄 봉우리가 시내산이라 주장했고, 아나티는 가데스에서 동남 방향으로 약 55km 떨어진 곳에 있는 카르콤 산이 시내산이라고 주장한다. 성서지리학자 하르엘은 시나이 반도 중부에 위치한 신-비슐 봉우리를 시내산으로 본다. 비크와 루카스는 아카바/에일랏에서 동쪽으로 약 15km 거리에 위치한 비길산이 시내산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정 목사는 “이상에서 소개된 시내산의 위치에 대한 주장들은 그것들에 대한 뒷받침으로 제시되는 고고학적 자료들에 대한 아마추어적인 해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성경의 내용에 근거해 정리한 조건들에 맞지 않기 때문에 수용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내산의 위치에 대한 성경의 기술들을 조합해 보건대, 현 시나이 반도의 남부에 위치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곳은 기독교의 전승에 따라 시내산으로 여겨온 제벨 무사가 있는 곳”이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임미영 박사(바르일란대 고고학, 국제성서박물관 학예연구실장)가 ‘시내산 위치에 대한 고고학적인 고찰’을 주제로 발제했다. 2부에서는 최명덕 목사(조치원성결교회, 전 이스라엘연구소장/학회장) 사회로 윤석호 선교사(인도 Jesys Bible College 학장), 이일호 박사(웨일즈대, 한국성서고고학회 회장), 장재일 목사(BOB 아카데미 대표), 주철현 목사(호신대 갈릴리성서지리문화연구원 연구실장) 등이 나서 패널 토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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