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세월을 아끼라'(2): '세월을 아끼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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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5-18)

신앙과 지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분리되지 않는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신앙은,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잠언이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잠 1:7; 9:10). 신앙은 하나님과 더불어 이웃과의 바른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에서 우리들이 누릴 행복한 삶이다.

신앙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월을 아끼며 사는 삶이다. '세월을 아끼다'는 것은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소중하게 여겨 아끼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하찮게 취급하여 아까워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세월을 아끼는 삶'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세월'로 번역된 헬라어는 '카이로스'다. 곧 질적인 시간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이다. 그러므로 세월을 아낀다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아끼다'로 번역된 헬라어 '엑스아고라조'는 '속량하다' '구속하다'인데, 남에게 팔린 것을 도로 사 온다는 뜻이다.

하나님의 시간인 '카이로스'는 본래 우리의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창 1:27).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권을 대행하는, 하나님의 청지기들이다. 그런 인간은 하나님과 동행하며 그분과 끊임없는 교제를 유지하여야 한다. 최초의 인간이었던 우리의 조상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그런 삶을 살았었다. 그렇게 살았던 그때에는 하나님의 '카이로스'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크로노스'의 그릇 속에 '카이로스'가 온전히 충족된 삶이었다. 그런데 사탄의 유혹에 빠져 아담이 범죄함으로, 복된 '카이로스'가 모두 상실되고 말았다. 인간은 '크로노스'의 그릇만 들고 사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세월을 아끼라'는 명령과 함께 "때가 악하니라"가 뒤이어 언급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서 '때'로 번역된 헬라어는 '헤메라이'인데, '날'(day)를 의미하는 '헤메라'의 복수형이다. 그런 점에서 '때'는 어원적으로 '날들'(days) 곧 '크로노스'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악하다'는 것은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악의 본질은 사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때가 악하다'는 것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가 온통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탄은 우리의 '카이로스' 회복을 방해하려고 온갖 계략을 꾸미고 있다. 그것이 사탄의 우선적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들이 하나님의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원인도 사탄의 적극적인 방해 공작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고 감사한 것은, 사탄이 하나님의 시간 '카이로스'를 전혀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이로스'는 사탄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하나님의 절대 영역이다. 사탄은 단지 우리들이 그것을 다시 소유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을 뿐이다. '카이로스'의 회복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실 가장 큰 복이며 희망이다. 우리를 구속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카이로스'로, 지금 문 밖에 서서 우리들의 마음 문을 두드리고 계신다(계 3:20).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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