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의 자살과 구원, 그리고 결혼과 이혼에 대해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이상원·황성철 박사, 예장 합동 개혁신학대회서 고찰

예장 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 신학부(부장 전희문 목사)가 주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개혁신학대회가 27일 서울 동광교회(담임 김희태 목사)에서 열렸다.

이날 총 4번의 강연이 진행된 가운데, 특히 이상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조직신학)의 '교회 안 자살자에 대한 개혁신학적 관점', 황성철 박사(전 총신대 신대원 교수)의 '개혁주의 입장에서 본 결혼과 이혼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눈길을 끌었다.

"자살, 성령의 구원사역 취소시키지 못해"

먼저 이상원 교수는 "동료 신자들로부터 명실 공히 참된 신자로 인정을 받아 온 성도가 자살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목회자들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 교계 일부에서 '아무리 신앙고백을 하고 세례를 받은 성도라도 자살을 하면 그것들이 다 취소되고 지옥으로 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는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주장이다. 자살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교회사에 나타난 정통 기독교 및 개혁교회의 관점과도 배치된다. 특히 개혁주의 구원론의 틀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원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상원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는 "성경이 가르치는 몇 가지 중요한 명제들은 자살이 죄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도 "가룟 유다의 경우를 제외하면 (성경 속) 자살자들의 사후 진로에 대해 (성경은)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살자들이 하나님의 구원받은 백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가룟 유다의 경우에도 그의 사후 진로가 그의 자살행위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개혁주의 전통에 속한 신학자들은 자살이라는 행위를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악으로 일관성 있게 비판하면서도 자살이 정신이 병들거나 약화된 상황에서 결행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살자들을 긍휼의 마음으로 대할 것을 강조했다. 동시에 참된 신자가 범하는 자살이라는 행위를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구원의 근거로 제시하는 데 대해 일관성 있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신자의 구원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구원 서정의 단계들인 중생, 칭의, 양자됨, 견인 등의 핵심은,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구원의 사역은 믿음을 통로로 성령의 주도하에 단회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이뤄지는 바, 신자가 행한 어떤 도덕적인 죄악도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취소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자가 행한 자살이라는 도덕적인 죄악은 중생, 칭의, 양자됨, 견인을 주도하시는 성령의 구원사역을 취소시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참된 신자가 행하는 자살이 궁극적인 구원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원리는 교회의 공적인 설교와 가르침의 자리에서는 말하기를 자제하고, 개인적인 신앙상담의 자리에서 활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목양의 방식"이라며 "(오히려) 공적인 설교와 가르침에서는 자살이 하나님이나 사람들의 관계에서 성도가 행해서는 안 되는 윤리적인 죄임을 일관성 있게 지적하고 자살 충동에 빠지지 않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이혼과 재혼의 조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황성철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황성철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또 이날 '결혼과 이혼'에 대해 발표한 황성철 교수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맺는 신성한 언약"이라며 "결혼으로 둘은 '한 몸'이 되어 육체적·정서적·영적으로 서로 깊은 친밀감 속에서 연합하고 이는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하나님이 제정하신 거룩한 결합"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이혼은 하나님이 만드신 제도가 아니"라며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혼이 죄는 아니다. 어떤 이혼은 합당하다(렙 3:8, 마 1:19). 엄격하게 정해진 규율 안에서 이뤄지는 이혼을 하나님은 허락하셨다"고 했다.

때문에 재혼 역시 "합당하게 이혼한 모든 사람에게 가능하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혼으로 놓임을 받아 자유롭기 되었으면 재혼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것은 고린도전서 7장 27~28절 말씀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황 교수는 "이혼하려는 남편과 아내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알아서 개척하라'가 아니라 '그냥 지내든지 아니면 남편(아내)과 화합하라, 남편은 아내를 버리지 말라'(고전 7:11)는 것"이라며 "지금 요청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이혼과 재혼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주님의 말씀에 대해 철저한 순종을 배우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황 교수는 "교회에는 이미 가정이 해체되었거나 이혼한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교회는 그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기 이전에 치유와 회복의 관점에서 돌보아야 한다. 교회는 의인이 아닌 죄인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교회는 교인 모두를 품는 큰 가정이 되어 해체된 가정들의 회복을 돕는 따뜻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목회적 지침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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