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대원 주최 특별강연서 한계 짚고 방향성 제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주최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해외 석학 초청 특별강연'이 지난 1일 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특별강연에는 최근 방한한 세계적인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91)이 강사로 나서 '미완의 종교개혁(부제: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큐메니컬한 대답)'이라는 주제로 16세기 종교개혁의 여러 한계를 짚고 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몰트만 박사는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의 한계에 대해 "종교개혁운동은 서구의 라틴교회에서만 일어났을 뿐"이라며 "동방의 정교회들에게는 종교개혁운동의 이념이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종교개혁운동이 '신성로마제국'의 환경과 조건 아래에서만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교개혁운동가들은 이 기독교권(Corpus Christiantum)에만 머물렀다고 그는 설명했다.
몰트만 박사는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은 미래적인 기독교가 아니라 기존의 기독교와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믿음의 개혁운동이었지 희망의 선교를 개혁하자는 운동이 아니었다. 일종의 재(Re)형성(Formation)이었던 셈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세상으로 보냄받는 교회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몰트만 박사는 또 종교개혁의 핵심 주제인 칭의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개혁신학의 중심에는 칭의론이 있는데 거기에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다. '믿음 안에서 오직 하나님의 은총을 통한 죄의 용서'를 말하는 칭의론은 가해자(죄인)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다. 가해자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경우 어떻게 그들이 부끄러움과 비참한 데서 벗어날 수 있을지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몰트만 박사에 따르면 하나님의 정의는 단순히 옳고 그름을 확정하는 정의가 아니며 죄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권리를 제공하는 정의이다.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의인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가해자는 자기가 회개하는 죄를 용서받음으로써 의롭게 되는데 이를 위해 '입으로 고백하기'(confession oris), '진심으로 엎드리기'(contrition cordis), '행위로 충족시키기'(satisfaction operum)의 단계를 거친다.
피해자의 의인론 역시 '입으로 말하기'(confession oris)로 시작된다. 불의와 폭력의 피해자는 자신이 겪는 고통에서 헤어나올 뿐만 아니라 자신을 영적으로 비하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그녀가 당한 능욕에 더해 부끄러움까지 생긴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받아주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기연민과 자기증오로부터 사랑받는 인생을 긍정하는 정도로까지 돌아서고, 보복이 아니라 용서를 행함으로 바울의 말처럼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롬 12:17) 선으로 악을 이기는(롬 12:21) 데까지 나아간다.
이어 몰트만 박사는 분열된 교회의 연합을 위한 대안으로 '성만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루터교회, 개혁교회, 연합교회, 보헤미안 형제교회, 발덴져교회와 복고 천주교회(Altkatholiken)는 1973년 로이엔베르크 합의문에 서명했고 복음주의교회와 앵글리칸 교회들도 마이센에서 이것을 긍정했다"면서 "독일에서도 교인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성만찬을 중심으로 교회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은 본래 가톨릭교회 개혁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일종의 가톨릭적인 보편적 개혁 운동이었으므로 개신교회와 가톨릭교회의 분열이 지속되는 한 종교개혁은 완성되지 못한 것과 다름 없다”며 “이 미완의 종교개혁을 완성할 수 있는 길은 모든 교회들이 함께 참여하는 성만찬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하나의 교회를 세우는 종교개혁운동은 무엇보다도 먼저 축복의 식탁인 성만찬 공동체 속에서 완성된다. 나는 축복의 만찬 운동이 개 교회에서 개 교회로 퍼져나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루터교 전통에서는 부활절이 아니라 성금요일이 최고의 기념일이 되었는데, 이에 대해 몰트만 박사는 "루터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빛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보지 못했다"면서 "기독교적인 희망은 십자가에 달리셨던 그리스도가 다시 살아나신 것으로 시작된다. 종말은 하나님의 세계가 새롭게 시작되는 출발이다. 믿음은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약속과 '생생한 희망을 향한 새로운 탄생'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몰트만 박사는 루터가 '광신자'라고도 불렀던 '재세례파'에 주목하며 "내 생각에 그들은 유일하게 '오직 믿음으로만' 종교개혁운동을 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특별강연 논찬은 전 한신대 석좌교수인 도올 김용옥 박사가, 통역은 연세대 명예교수인 김균진 박사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