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용 목사의 ‘대화’, 소통이 화두인 이 시대에 필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탄신 100주년 맞아 전 3권 ‘여해 강원용 평전’ 발간

▲왼쪽부터 어경택 전 편집국장, 이경자 전 부총장, 박근원 박사, 김언호 대표, 강영숙 여해아카이브 대표, 박종화 목사.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어경택 전 편집국장, 이경자 전 부총장, 박근원 박사, 김언호 대표, 강영숙 여해아카이브 대표, 박종화 목사. ⓒ이대웅 기자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를 자임했던 여해 강원용 목사(姜元龍, 1917-2006) 탄신 100주년을 맞아 한길사와 (재)여해와함께가 '여해 강원용 평전(전 3권)'을 발간했다.

이번 평전은 강원용 목사의 활동을 각각 목회·사회·방송 분야로 나눠 3권에 담았다. 박근원 박사(한신대 명예교수)의 <여해 강원용 목사 평전>, 사회학자인 박명림·장훈각 교수(연세대)가 쓴 <강원용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 방송계에서 함께 활동한 이경자 경희대 전 부총장, 강대인 건국대 전 언론홍보대학원장, 정윤식 강원대 교수, 홍기선 고려대 명예교수가 함께 쓴 <강원용과 한국 방송> 등이다.

주최 측은 지난 9일 오후 강원용 탄신 100주년 기념 여해문화제 및 제1회 여해상 시상에 앞서 낮 한길사 다목적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이경자 전 부총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경동교회 성도인 어경택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종화 목사는 "동학 사상은 인간이 하늘이 되는 '인내천'을 이야기하지만, 기독교는 하늘이 땅이 되고 신이 인간이 되어 인간 속에 신이 살아 움직이는 '천내인', '성육신'을 이야기한다"며 "강 목사님은 이 핵심 중의 핵심, 하나님이 자신 안에서 인간이 되셨기에 자신은 그냥 인간이 아니라 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강원용 목사가 살아 있었다면 '촛불'과 '태극기' 중 어느 쪽을 들었을까' 하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박 목사는 "목사님은 신이 아니지만, 늘 수렴점을 찾으시는 분이셨다. 여해의 '중간 지대'는 가치중립이 아니라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물론 그 중심은 하나님이셨다. 해방 공간에서 좌우가 싸웠을 때도 좌우 중 어느 하나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합해서 하늘 뜻을 심어 통합으로 가자고 하셨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 모습. ⓒ이대웅 기자

▲기자간담회 모습. ⓒ이대웅 기자

박종화 목사는 "지금 강 목사님이 살아 계셨다면, '중간, 그것을 넘어서(between and beyond)'에 하나를 더하셨으리라 본다. 이는 '전진해서 앞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건강한 몸이 왼팔과 오른팔 모두 필요하듯, 진정한 촛불과 진정한 태극기 모두 통합해서 민주 사회로, 통일로 나아가자고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강 목사님의 중심은 하늘에 있었다. 정치의 위에 있는 하늘의 가치에 더 관심을 두셨다"고 덧붙였다.

만년의 여해와 자주 교류했다는 김언호 대표는 "소통이 화두인 이 시대에, 강원용 목사가 강조한 '대화'는 다시 업그레이드해서 재현돼야 할 운동이 아닌가 한다"며 "강 목사님은 선구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신 분"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강 목사님이 키워낸 후배들 중에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일꾼들이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서 많이 있다"며 "나라와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헌신할 젊은이, 일꾼들을 엄청나게 키워내셨다. 영혼의 지도자이기도 했지만, 현실의 지도자이셨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기독교를 깊이 알지 못하지만 기독교 관련 중요한 책들은 거의 다 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목회 분야 평전 저자이자 강원용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자란 신학자인 박근원 박사는 "강 목사님의 설교와 사상을 제가 미처 다 담아낼 수 없었지만, 신학자로서 그의 목회를 평가하자면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데 있어 100년 한국교회사 에 보기 드문 설교가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박사는 "하지만 강 목사님은 교회 목회만 하신 게 아니라 방송이나 사회적으로도 활동하셨고, 나아가 세계 교회와 세계인을 위해, 때로는 자연을 위해서도 복음을 증언하는 등 기독교를 초월해 세계 종교 차원에서 복음을 설파했다"며 "3년에 걸쳐 작업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후학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 정도"라고 했다.

이경자 전 부총장은 "방송에 관한 한 영원한 10대 소년이자 낭만주의·이상주의자이셨지만, 그 방법은 혁명의 전사 같이 전투적이기도 했다"며 "'중간, 그것을 넘어서'는 요즘 말로 하면 융합"이라고 했다.

어경택 전 편집국장은 "강 목사님은 보수나 진보 모두에게서 욕을 먹기도 했지만, 그의 길과 철학과 신앙은 뚜렷했다"며 "무엇보다 여해의 기본적인 힘은 신앙, 목사로서의 철학과 사상에 있었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3권의 평전. ⓒ이대웅 기자

▲이번에 나온 3권의 평전. ⓒ이대웅 기자

강원용 목사는 1917년 함경도 산골에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15세에 기독교인이 됐으며, 18세부터 북간도 용정 은진중학교에서 공부했다. 해방 후 청년 대표로 좌우합작 운동에 참가했고, 김재준 목사와 함께 경동교회를 설립했다. 그의 호 '여해'는 김재준 목사가 지어줬다고 한다. 김 목사와 함께 한국기독교장로회 창립에도 공헌했다.

미국 유니언신학교에서 라인홀드 니버와 폴 틸리히에게 신학을 배운 뒤 귀국해 세계 신학계의 흐름을 국내에 소개하고, WCC(세계교회협의회)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제3세계가 서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실천'을 위한 크리스챤아카데미를 1965년 설립한다.

이후 1970년대에는 '중간집단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갈등 조정과 통합을 통한 인간화 운동을 추진했다. 말년에는 '평화포럼'을 주도하며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다 2006년 8월 17일 숙환으로 소천받았다.

이날 여해문화제에서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이어령과 전 국무총리 이홍구의 인사, 평전 필자 소개, 여해상 시상식, 여해와 함께하는 향연 '내가 여해 강원용 목사님이 생각날 때' 등이 진행됐다. 사회·문화·종교 분야에서 여해가 이 땅에 구현하고자 했던 인간화와 평화의 가치를 위해 노력해 온 인물이나 기관에 수여하는 제1회 여해상에는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이사장 이부영)와 독일의 노베르트 한스 클라인 목사, 한송죽 전도사(경동교회) 등이 수상했다. 지난 4일에는 경동교회에서 특별행사 '여해와 함께하는 경동교회'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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