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은혜로만’, 종교개혁 사상 규정짓는 근본 원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4차 종로포럼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 개최

▲발제자와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발제자와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4차 종로포럼(대표 박만수 목사)이 7월 7일 오후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충하 목사(한동협 국내본부장)를 좌장으로 김재성 박사(국제신대)가 '종교개혁의 은혜 교리/ 구원의 확신과 소명의 회복', 이승구 박사(합동신대)가 '종교개혁에 비추어 본 한국교회 예배 개혁의 과제'를 각각 발표했다.

포럼에 앞서 박만수 목사(성은교회)는 "종교개혁이 500년을 맞았지만, 오늘날 세계 교회는 다시금 타락하고 변질되고 있다"며 "가톨릭의 사제 일치를 받아들이고 가톨릭과 하나되는 운동에 WCC가 앞장서고 있다. 종교개혁 발상지인 유럽 교회는 가장 먼저 쓰러졌다.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특히 바른 신학과 신앙이 무너지면서 교회가 세속주의에 물들고 향락과 쾌락에 빠져 동성애가 범람하고 있다"며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동성결혼을 허락했고 오세아니아주가 뒤따랐으며 북미주도 다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성애를 하면 당사자 개인은 큰 고통을 받고 수명이 최소 20년 이상 단축된다. 가정이 파괴되고,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준다"며 "이러한 시대에 교회는 깨어 기도하고 말씀으로 돌아가며 성결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재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재성 박사는 "종교개혁의 신앙유산과 교훈들 중에서 총체적으로 핵심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가르침들을 재발견하고 재구성했다는 점"이라며 "오직 은혜로만(sola gratia)을 주장하는 교리는 하나님의 계시와 구원의 역사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교황권의 혼돈과 권위의 위기, 전쟁과 죽음의 공포, 전염병과 지옥의 두려움 등 중세의 총체적 위기 시대에 종교개혁자들이 내놓은 해답은 은혜의 경륜이었다"며 "그리스도 안에서 믿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값없이 주시는 구원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은혜는 죄인을 향하신 하나님의 호의, 자애로우심"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중세 로마가톨릭교회에서는 실제적 은총과 습관적 은총, 비창조된 은총과 창조된 은총, 7가지 성례 등 은혜의 개념에 대해 상당히 많은 규정들을 설정해 놓았다"며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에게 있어 하나님의 은혜란 교리적 구호가 아니었다. 그저 모호한 말로서 체계화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 신자들의 삶 속에서 체험되는 생명의 증거들이었다"고 전했다.

김재성 박사는 "은혜의 교리는 그저 오랫동안 잊혀졌던 주제들 중 하나를 재발굴했다거나 왜곡된 교리를 재해석한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교개혁의 신학사상을 전체적으로 규정짓는 근본적 원리"라며 "루터가 자신의 내면적인 죄와 싸우면서 객관적인 구원의 증거들에 대해 고뇌할 때, 하나님의 은혜가 죄의 권세를 부수고 정죄를 깨끗이 없애버림으로써 죄인에게 마음의 평온을 내려주시는 것을 확실히 터득했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는 루터가 강조했던 십자가 신학(theology of cross)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기독교 신자라면 당연히 믿어야 할 기본적 내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루터는 이를 주장하다 교황청과 황제로부터 동시에 이단으로 정죄당했다"며 "중세시대 구원론에서는 사람이 구원을 받기 위해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를 다루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승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어 이승구 박사는 "우리 모두는 이 땅의 예배가 개혁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함에도, 한편으로는 이머징 예배(emerging worship)를 포함한 여러 대안 예배에 대해서도 개방적이고, 한편으로는 루터파적 모델을 활용한 성찬예배나 WCC 한 위원회가 제안한 BEM 제안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이것을 따라갈 때 한국교회 예배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할 때 심각한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예배란 엄격히 말해 구속함을 받은 하나님 백성들이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이루신 구속에 감사해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에 의존해 삼위일체 하나님께 하나님으로 바로 알고서 그 영혼을 숙여 경배하는 것"이라며 "개혁교회 예배는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것 외에 그 어떤 것도 덧붙여선 안 된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모든 교회는 그들의 정황과 지혜에 따라 적절한 순서를 마련해 예배할 자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개혁자들의 예배 개혁은 예배가 '제사(sacrefice)'가 아님을 분명히 하는 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제사장임을 강조했다"며 "개혁파 교회나 장로교회는 이를 계승하여 하나님 예배에 적합한 회중 찬송을 회복시키자고 강조해 왔다. 특히 시편 찬송은 성경에 대한 강해(설교)와 함께 종교개혁의 특성이라고도 불린다"고 전했다.

이승구 박사는 "온 교회가 같이 드린다는 공동체 예배, 공예배 의식의 함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예배와 공기도시에는 방언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구약과 신약의 말씀을 연속적으로 읽고 듣는 순서가 회복돼야 한다"며 "찬송은 곡조와 가사가 예배에 적합한 것을 선곡하고, 작곡하여 찬송하는 일도 필요하다. 대표 찬송 후 박수를 치는 일은 함께 찬송한다는 의식이 결여된 것이고, 이를 통해 사람을 높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박사는 "예배당 안에 십자가가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선배들이 말씀에 대해 회개하면서 폐지한 것들이 슬그머니 들어오도록 해선 안 된다"며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님 등이 예배를 위해 독특한 복장을 하거나 가운을 입는 것도 심각하게 재고돼야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평상복을 입고 예배를 인도해 온 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예배 순서 중 성됴의 교제를 넣는 일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배와 삶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예배한 자들은 예배한 자답게 살아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예배와 삶이 모두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고, 둘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둘이 분리되면 제의도 무의미해진다"며 "우리는 그리스도를 찬양만 하지 말고, 그를 뒤따라가는 삶도 살아야 한다. 삶과 분리된 제의를 꾸짖으시는 여호와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의 호령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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