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영진 장로, 20년 작업의 열매 책으로 펴내
성경을 이루는 신·구약 66권은 다양한 장르의 문학적 표현들로 구성돼 있다. 역대상·하나 열왕기상·하와 같은 '서사'가 있는가 하면 시편처럼 시와 노래로 된 책도 있고, 요한계시로으로 대표되는 '묵시'도 있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도 비유로 된 일종의 '그림 언어'다. 이렇게 성경 자체가 한 권의 문학책이다. 다른 어떤 종교보다 기독교에서 찬양과 찬송이 발달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의 1,189장 전체를 시(詩)로 지어 이를 가지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작업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 과감히 도전한 이가 있다. 바로 대학 재학 시절 「초원의 꿈을 그대들에게」라는 시집으로 등단해 이후 약 50년 동안 '기독 문학인'으로 살아온 김영진 장로(74)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기독 문학계에서 '김영진'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꽤 유명해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는 한국기독교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고,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출판사 '성서원'을 설립해 성경 보급에도 힘써 온 인물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썼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언론 등에 연재한 그야말로 '글쟁이'이다.
사시사철 불철주야의 20년
그런 그가 성경 66권, 1,189장을 시로 지어보겠다고 결심한 건 약 20년 전이다. 당시 그는 시편을 읽던 중 "시를 지어 즐거이 주를 노래하자"(시 95:2)라는 말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이것이다!" 불현듯 신구약 전체 말씀을 시로 쓰고 찬송으로 만들어보자는 영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날 이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원문의 의미나 내용을 그대로 살리고 승화시켜 그것을 시로 담아내는 방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하기만한, 까마득하고 먼 길이었다. 하지만 묵상과 기도 중에 작심하고, 사시사철 불철주야 써나갔다. 그렇게 20년이라는 세월을 흘러 마침내 성경 전장인 1,189장을 시로 써냈다. 나조차도 믿기지 않는다. 그 20년의 세월 동안 받았던 은혜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김영진 장로는 이제 이렇게 완성된 '성경시'를 한국교회에 널리 알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그것을 책으로 엮어내는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이 역시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은 기필로 끝을 내고야 마는 김 장로는 끝내 그 첫 열매인 「성경의 노래」(성서원) 제1권 '모세오경'(창세기·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 편을 최근 발간했다. 앞으로 4권의 책을 더 출간할 예정이다.
시와 메시지, 일러스트와 찬송가까지
「성경의 노래」에는 모세오경 총 187장, 곧 187편의 시가 실려 있다. 각 시는 4연 4행으로 되어 있으며, 각 시마다 2백자 내외의 '메시지'를 실었고, 3백자 안팎의 '시작(詩作) 노트'에서는 성경시의 '설계도면'을 풀어 밝혔다. 이렇게 4연 4행의 운율의 살아있는 시로 성경의 내용을 파악하고, 메시지와 시작 노트로 구체적인 내용을 소화한 다음, 찬송을 통해 신앙고백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다면적이고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김영진 장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성경말씀에 다가서게 하자는 목표로 각고의 노력과 혼신의 정성을 쏟아 비로소 그 첫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김 장로는 "성경시를 쓰다가 완성된 작품은 그 때마다 미리 언론을 통해 연재했다. 그렇게 10년을 이어가면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문제점을 개선해 나갔다"며 "또 여기에 덧붙여 성경시의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 내용을 함축해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작업까지 했다. 이 일은 김천정 화백이 맡아주었는데, 그는 성경 전장의 시를 꼼꼼히 읽은 후 그 내용을 함축하는 명품 일러스트를 성경시에 맞춰 일일이 그려냈다"고 했다.
특히 성경시와 함께 실려 있는 찬송가는 기존 찬송가 멜로디에 가사만 성경시의 그것으로 개작한 것이다. 이 작업은 오소운 목사가 맡았다. 일평생 찬송가 연구에만 매달린 오 목사는 이 분야의 탁월한 전문가다. 그는 성경시에 맞는 곡을 엄선했고, 개작의 과정을 거치며 악보 하나하나를 정사하는 노력을 쏟았다.
이렇게 활용해 보세요!
김영진 장로는 "성경은 인류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초베스트셀러다.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 쓰여 2천여 년 전에 완성된 성경은 1,300여 개 언어로 번역돼 하루에도 수십만 권, 해마다 3천만 권 이상 발행돼 세계 구석구석으로 전해진다"며 "또한 성경은 인간사의 모든 것들이 담긴 웅장한 대하드라마다. 3천여 명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숱한 성경 속 인물들의 삶은 모든 시대를 초월해 인간들의 생사 및 길흉화복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했다.
그는 "성경을,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그 속에서 삶의 구원과 지혜, 영감을 얻는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성경의 내용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기독교인들조차 성경의 일부 페이지만 펼쳐볼 뿐이고, 오래 신앙생활을 한 신자들도 성경을 완독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삶의 보물창고인 성경을 어떻게 하면 쉽게 편하게 읽어 우리 삶에 실제로 적용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성경의 노래」"라고 했다.
김 장로는 "설교자는 이 책의 찬송가를 설교 도중이나 후에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며 "설교분문의 장절이 있는 해당 찬송가를 찾아 독창하거나 성도와 함께 부르면 설교 내용이 더욱 감명 깊게 심령의 비석에 새겨질 것이다. 또한 교회 내 구역(셀) 모임이나 기도 모임, 다양한 성경공부 그룹 등의 모임에서 그날의 성경본문에 부합하는 찬송가를 찾아 다함께 부르면 훨씬 은혜가 넘쳐날 것이다. 찬송가는 대부분 익히 알려진 쉬운 곡들로 구성됐기에, 조금만 신경쓰면 누구든 별 어려움 없이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 문학에 큰 획을 긋기를"
또한 그는 "성경시를 쓰고 성경 찬송가를 만들면서 극도로 조심하고 삼간 것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자체가 가진 깊고 오묘한 말씀에 한 점 그릇된 표현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며 "만일 인간적 한계로 인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바로잡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장로는 "지금껏 유례가 없는 작업이니만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오래 망설이다가 이제야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한국교회와 1천만 성도 앞에 이 책을 내놓는다"며 "벅찬 시도라서 두려움이 앞서지만, 이 책이 복음 전도와 우리 기독교 문학에 큰 획을 긋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성경의 노래」 감수를 맡은 민영진 박사(전 감시대 교수,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전 세계성서공회 연합회 번역 컨설턴트)는 "김영진 장로의 피와 땀이 어린 「성경의 노래」는 신구약 66권, 1,189장, 31,154절을 수십 번씩 읽고 각 장의 내용을 시와 산문으로 다시 진술한 작품"이라며 "「성경의 노래」는 여러 측면에서 독자를 성경의 깊은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지닌 각고의 산물임에 의심이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