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의 이야기 아닌, 성도들의 삶 변화시키는 ‘요한계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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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요한계시록의 안개 걷어내다

십자가와 보좌 사이: 요한계시록
매튜 에머슨 | 김광남 역 | 이레서원 | 120쪽 | 7,000원

어릴 적 요한계시록에 대한 첫 기억은 골목 전봇대에 걸려 있던 부흥회 현수막 홍보문구인 '거짓 어린 양에 미혹되지 말라'고 적혀 있었던 글귀였던 것 같다.

이후 적금을 털어 중·고등학교 때 산 첫 강해서가, 한 대형교회 모 목사님의 요한계시록 강해였다. 지금 보면 세대주의적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기에 문제가 많았지만, 그 나이로는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책은 부분적으로나마 요한계시록을 이해하는 첫걸음의 계기가 되어 주었다-휴거 같은 책이 기독교출판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때라 요한계시록에 대한 이해에서 혼란이 컸다. 이후에도 요한계시록을 여러 번 통독했지만, 그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대학교 때 교회에서 제자훈련 내 교리강의와 매일성경 큐티를 바탕으로 한 성경공부를 하면서, 요한계시록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복음주의적 관점으로 쓰여진 여러 책과 자료와 주석을 보면서 나름의 관점을 가지게 되고, 성경공부를 개인적으로 하거나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면서 요한계시록의 구조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요한계시록이 어렵게만 볼 책도 아니요, 또 단지 먼 미래의 이야기로서 당장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책도 아님을 느끼게 됐다. 이후 요한계시록을 접할 때마다 많은 은혜를 받았고, 나름의 전체적인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요한계시록을 잘 다룬 책을 보게 되면 관심이 가고 흥미를 느낀다. 이번에 이레서원에서 나온 <십자가와 보좌 사이: 요한계시록>도 그러하다.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서, 먼저 발간되었던 '하나님께 소리치고 싶을 때: 욥기'가 주었던 신선함과 세밀함, 균형감을 기억하기에 이번 책은 더욱 기대됐다.

특히 제목인 '십자가와 보좌 사이'는 저자가 요한계시록에서 주요 테마로 다루었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고난과 순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궁극적 도래 사이의 긴장과 우리의 삶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이러한 저자의 태도는 요한계시록을 미래의 예언서 정도로만 이해하여,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책임성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경시하는 태도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그런데 요한계시록을 다루는 많은 주석이나 책들이 대체로 다른 성경들과는 달리 몇 부류로 확연히 구별되는 해석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요한계시록의 많은 상징들과 비유적 표현들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방황할 수 있다.

저자는 각 장들에서 몇 가지 주요한 상징과 비유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토대로 성경을 해석한다. 하지만 워낙 얇은 분량의 책이다 보니 모든 상징들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떤 상징과 비유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있음에도 지나치고 있다.

예컨대 천년왕국에 대한 전천년, 무천년, 후천년에 대한 관점이 그러하다. 일곱 교회에 대한 해석도 그렇다. 그것은 독자들을 어떤 특정한 시선으로 몰아가기보다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요한계시록에 대한 기본 이해와 관점을 가지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저자가 요한계시록을 가볍게 다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처음 요한계시록에 대한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요한계시록을 주기적으로 통독하고 묵상한 이들이라면 이 책은 읽는 이들의 시각을 넓혀주고, 이 시리즈 제목처럼 '붕 떠 있는 요한계시록'이 아니라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말씀으로 접하게 해줄 것이다.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하듯이 요한계시록은 그저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투영하기 때문이다-그러다 보니 미래를 놓친 듯한 모습도 있다.

그렇지만 이 시리즈가 갖고 있는 원고 분량의 한계는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몇 가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세밀하게 다루지 못하는 한계성을 보인다. 예컨대 일곱 교회에 대한 해석이라든가, 4, 5장에 나타나는 광경이 갖는 복음의 의미, 일곱 봉인, 일곱 대접, 일곱 나팔 대접의 비교나 상관관계 등에 대한 설명의 결여는 많은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이것은 이 책의 부족이나 한계라기보다는 이 시리즈가 견지하는 목표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앞서 다루었던 욥기나 이번의 요한계시록, 그리고 이후 나올 다니엘서처럼 각 성경을 이해하는 데 기본 도구를 주고, 또 머릿속에 머무는 해석이 아니라 그 말씀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이는 그저 탁상토론이나 지식의 보고에 지나지 않는 흔한 성경공부 시리즈를 넘어서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이 첫걸음을 통해 요한계시록의 은혜의 수정 바다로 더욱 나아가시게 되기를....

추신: 세 번째로 나올 다니엘서는 구약의 계시록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요한계시록만큼이나 기대되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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