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팝클래식 가수 김수진의 신앙과 음악, 하나님
‘Amazing Grace’, ‘하나님의 사랑’, ‘선교’, ‘내가 너를 사랑함이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의 곡을 부르며 ‘천상의 목소리’로 호평을 받은 팝클래식 가수 김수진 씨를 최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앨범 정규 1집과 스페셜 에디션 앨범은 소리엘의 장혁재가 프로듀싱 했고, 조환곤, 신상우, 김용호, 전종혁, 김현아를 비롯해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바 있다.
김수진 씨는 숙명여대 성악과 출신으로 뉴욕 카네기홀(Issac Stern Auditorium) 공연, 부활절 연합예배 출연(대전 월드컵경기장), BFGF 프랭클린 그래함목사 초청 전도집회(부산 아시아드경기장), 숭실대학교, 한동대학교, 명지대학교, 성결대학교 등 미션스쿨 문화채플 강사, 교회 간증집회 및 교도소, 군부대, 보육원, 요양원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해왔다. 현재 유튜브에 공유된 그녀의 곡들은 도합 조회수 수백만에 달한다. 인터뷰를 가진 날도 초청받은 교회의 장비가 제대로 준비돼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을 어김없이 노래했다. 그녀의 찬양을 들은 이들은 모두 “감동 그 이상, 은혜 받았다”고 입을 모으곤 한다.
-앨범들에 수록된 곡들이 남다른 깊이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앨범발매 당시 어떻게 곡을 선정하고 음반을 내시게 된 건가요?
“2009년 사역을 처음 시작하며 앨범을 낼 때 소리엘의 장혁재 교수님께서 프로듀서를 맡아 주셨어요. 교수님이 평소 곡을 받고 싶어했던 작곡가 분께서 때마침 팝클래식에 잘 어울리는 노래를 갖고 계셨고, 그렇게 해서 받은 곡들 중 하나가 앨범에 수록된 곡 ‘선교’였어요. 소향, 김연우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들과 <방황하는 친구에게> 앨범을 내셨던 조환곤 목사님의 곡인데, 곡을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조환곤 목사님이 선교 차 볼리비아를 방문하셨을 때 그곳에 있던 선교사 부부의 이야기인데요, 목사님이 처음 두 부부를 뵀을 때 너무 지치고 힘들어 보이셨대요. 어디가 편찮으신 건지, 무슨 일이 있으신 건지 걱정하며 며칠이 지났는데, 하루는 선교사님이 함께 갈 곳이 있다며 언덕 위 어떤 묘지 앞에 데려가시더니 ‘얼마 전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말씀하시더래요. ‘자녀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니 가슴이 찢어지고 다 포기하고 싶어 한국에 돌아가려 했는데, 볼리비아 영혼들의 눈을 보면서 내가 이러면 안되지, 하나님 주신 사명 끝까지 감당해내야지, 그렇게 아직 이곳에 남아있다’고 ‘아직 상처가 치유되지 못해 밝은 모습, 온전한 모습으로 맞이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사연을 전해주셨죠.
현지 아이들 여름 성경학교 준비 차, 운전을 하고 가던 중 사고가 났는데 선교사님 큰아들이 옆에 타고 있던 동생이 위험할 것 같으니 순간 동생을 지키려다가, 자신은 죽고만 거예요. 그게 가사에 그대로 실렸어요.”
‘아직도 내 눈앞에 선명한 너의 모습, 한 걸음도 내딜 수 없네 이곳은 네가 있었던 곳. 눈물도 말라버렸나 바람 부는 이 언덕 햇살이 다가와 내 맘속에 너를 기억하게 해. 그래도 난 가야 해. 생명을 살리는 이 길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나는 달려가야 해. 그래도 난 가야 해 생명을 살리는 이 길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나는 지금 달려가야 해’ - ‘선교’가사 중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슴이 시려요. 세상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이 꽤 많이 계시더라고요. 세상 사람들은 ‘한심하다’고 ‘미쳤다’고, ‘네가 믿는 하나님은, 타지에서 고생고생 시키다 사랑하는 가족 먼저 데려가는 하나님이냐’라고 조롱 할지 몰라도, 비록 그분의 뜻을 다 알 수 없지만, 우린 복음의 비밀을 알고 하나님은 너무나 크신 분이잖아요. 순종으로 그 좁고 외로운 길을 지금도 묵묵히 가고 계신 선교사님들을 보면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이 찬양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예요.”
-신앙은 언제부터 갖게 되신 건가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중창단에 들어가고 싶어하던 친구를 따라 덩달아 오디션을 봤다가 생각지도 않게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그때 가족 중 유일하게 교회를 다니던 고모의 권유로 노래를 전공하게 됐는데, 노래를 잘 하려면 교회에 가야 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노래를 잘하려는 흑심(?)을 품고 처음 교회에 갔죠. 예배의 찬양단, 성가대 활동은 열심히 했지만, 사실 제게 믿음은 없었어요. 그러면서 사춘기와 IMF, 성대폴립 수술 등 우여곡절 끝에 기적적으로 대학에 합격한 그 해, 교회에서 중고등부 수련회를 가는데, 담당 전도사님이 제게 보조교사로 같이 가서 아이들에게 성경공부를 해달라시는 거예요. 제가 신앙이 없었기에 ‘저는 절대 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제가 지금도 한 성격하지만 그때는 두 세 성격 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전도사님도 고집이 만만치 않았어요. 결국 제가 졌죠. 대신 ‘알아야 가르칠 수 있으니 절 좀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 수련회가 일주일밖에 안 남았기에 그 때까지 며칠 밤을 꼬박 샜어요. 성경 공부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새벽 3,4시라도 전도사님 댁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봤죠.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어요. 하지만 다른 반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께 잘 가르침 받아 성령 충만한데, 저 때문에 아이들이 의미 없는 수련회를 보내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거 같았거든요. 그때 다니엘서를 공부했는데 다니엘과 함께하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됐고, 저의 신앙생활이 이때부터 시작됐죠.”
- 사역자의 길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1999년 대학교 1학년 3월, 저희 교회 담임목사님의 인연으로 소리엘 콘서트가 있었어요. 콘서트 시작 전 이제 막 성악과 1학년에 입학한 제가 특송을 했었는데 노래 부르기 전 장혁재 교수님이 ‘이 마이크 쓰세요’ 하면서 자신의 좋은 마이크를 빌려주셨어요.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 같은 특송을 했던 기억이 나요. 콘서트 후에 교수님이 제게 명함을 주시며 ‘찬양사역하고 싶으면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언제든 연락하라’ 하셨지만 저는 그때만 해도 사역이 뭔지도 잘 모르고 신앙도 어렸기에 관심 없이 잊어버렸죠. 후에 제가 활동했었던 앙상블 팀 공연할 때 교회에서 우연히 소리엘을 몇 번 만난 것이 교수님과 저의 10년 동안 인연이었어요.
그러던 중 앙상블팀에서 여러 일들이 생기고 ‘난 음악적 재능이 없다’고 ‘음악을 포기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앙상블 팀을 나오게 됐어요. 그때 마침 저희 집 근처에서 소리엘과 함께하는 밀알심장재단 콘서트 포스터를 봤어요. 은혜 받고 싶어 콘서트에 갔는데 제가 그날 아주 많이 울었어요. 장혁재 교수님께서 콘서트 후 무슨 일인지 물으셨죠. 팀을 탈퇴하게 된 사정을 이야기 했는데, 교수님이 제게 ‘대학교 1학년때부터 너를 10년간 지켜보았는데 너는 찬양사역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전 음악을 포기했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단번에 ‘저 절대 노래 다시 안 합니다’라고 말씀 드렸죠. 그랬더니 ‘세상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참 많지만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이 있는 목소리는 흔치 않다. 그러니 생각해보라’고 하셨고, 전 또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죠. 그런데 마지막에 ‘하나님께서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것도 죄지만 하라고 명령하신 것을 불순종하는 것도 죄이다. 고집 부리지 말고 기도해보고 결정하라’고 하셨어요.
그 ‘죄’라는 단어가 무서워 기도했고 사역의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길일 텐데, 너무나 자연스럽고 마음 편하게 찬양사역의 길이 열린 거예요. 그렇게 나름의 응답을 받고 찬양사역을 시작하게 됐어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늦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사역자로서 필요한 부분들을 앙상블 팀을 통해 훈련을 시켜주셨더라고요.”
-사역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일에도 어려운 부분은 있죠. 하나님의 사역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쁨이 훨씬 더 크기에 늘 감사함으로 은혜로 보람 있게 사역하고 있어요.”
-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으신가요?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히4장:12)’ 이 말씀을 제일 좋아해요. 믿음이 성장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건강한 믿음의 성장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라고 생각해요. 참 신기해요. 똑같은 말씀, 자주 읽고 접했던 말씀인데도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시지가 다르고, 감동과 깨달음이 달라요.
또 성경공부를 좋아해요. 저는 현재 가향교회(담임 김회권 목사-숭실대학교 교목실장, 하나님나라신학연구고 소장)를 섬기고 있는데, 연구소에서 함께 동역하시는 양진일 목사님(가향공동체 담임, 하나님나라신학연구소 부소장)이 인도하시는 성경공부 모임에 함께하고 있어요. 지방 공연 다닐 때면 성경 말씀 다운받아 오고 가며 듣고 있고요. 찬양보다 말씀을 더 많이 듣는 편이에요. 찬양은 듣는 것보다 부르는 것이 좋고, 말씀은 듣는 게 좋네요.
말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알 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늘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감정기복도 크고 신앙생활도 기분에 따라 요동이 있었는데 성경을 공부하며 아주 조금 성숙해진 것 같아요. 지금은, 고난 가운데 있든지 기쁨 가운데 있든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보다 잔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제 인생 가운데 하나님의 흔적이 없었던 적은 한 순간도 없더라고요. 지금은 하나님 없이 못 살게 됐고, 찬양사역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하나님을 노래하게 됐고, 만나는 분들, 사역 자체가 너무 복 돼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 자인가 생각하면 그냥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죄송하고 감사하단 고백밖에 드릴 것이 없는 거 있죠.”
-저도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예수님을 더 깊이 만난 것 같아요. 기도는 어떻게 하세요?
“기도란 하나님과의 대화잖아요. 무릎 꿇고 골방에서 하는 것만 기도라고 생각 하지 않아요. 길을 가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하나님과 대화하듯 기도해요. 특히 저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과 만물을 보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많이 느끼고 감사 기도를 드려요.
예를 들어 ‘열매를 나무 위에 달아놓으시고 땅 속에 숨겨놓으신 하나님은 유머가 있으신 분이구나, 꽃에서 좋은 향기가 나게 하신 하나님은 얼마나 아름다운 분이신지, 열대어들의 생김새와 색감이 어찌 저렇게 다양하고 기가막힌지… 하나님과 대화하고 감탄하고, 창조하신 모든 것을 알아드리니 행복해 하시는 것 같고, 저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고, 이런 하나님과의 모든 대화, 끊임없는 소통도 기도인 것 같아요.
또 예전엔 일방적으로 얘기만 했는데 요즘에는 듣는 기도를 더 많이 하려 해요.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거예요. ‘하나님 제가 잘 하고 있나요?’ 묻고 가만히 기다리는 거예요. 그러면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해주시진 않으셔도, 사람을 통해, 누군가를 통해 응답을 해주시고, 어느 날은 성경을 통해서도 응답을 주시고, 다양한 방법으로 응답을 주세요. 그렇게 듣는 기도를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새로운 앨범에 대한 발매 계획이 있으신지요.
“좋은 작곡가님들과 좋은 찬양 곡들을 수집하면서 기도 중에 있어요. 내년쯤에 발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느 날 교회 집회가 끝나고 짐을 싸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권사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건강할 때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찬양해 난 하고 싶어도 힘이 없어 못해’. 건강할 때, 할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위로가 필요한 곳은 언제든 어디든 가서 마음껏 찬양하고 싶어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말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것, 나를 다 알고 계시다는 것, 하나님은 ‘사랑’ 그 자체시고 ‘사랑의 근원’이세요. 감히 제가 뭐라고, 너무 큰 선물, 너무 귀한 선물을 받았어요. 제가 받은 사랑, 많은 분들께 나누어 드리고 복음의 비밀을 소개하고 싶어요.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동역자로 세움 받았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노래하겠습니다. 그리고 성경구절 하나를 같이 나누고 싶어요.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요 너희는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고전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