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적, 반펠라기안주의적 자력종교에 빠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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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지상강좌] ⑦·끝

*본지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김재성 박사(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의 논문 '종교개혁의 신학적 원리와 성경의 권위'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지상강좌]라는 제목으로 연재합니다.

▲김재성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재성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6) 말씀의 권위: 성경의 명료성과 충분성

루터는 성경의 명료성과 충분성을 확신하였다. 성경에 담겨있지 않은 교회가 제정한 규칙들과 종교회의 결정들은 구원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들이 아님을 루터는 역설하였다.

1524년, 루터는 「기독교 학교들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독일의 모든 도시들의 시의원들에게」 라는 글에서, 사제들이 성경 원어를 모르기에 장황하게 말은 늘어놓지만, 그 뜻은 희미해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들의 주석은 절반은 추측이고, 절반은 오류이다. 성경의 언어들은 그림자에게 비치는 햇빛과 같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자신의 것으로, 자신만의 책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루터의 교육적인 이상이었다. 루터는 다음과 같이 성경 언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지금까지 이것이 경험으로 입증되어졌고, 여실히 지금도 드러나고 있는 바, 성경 언어들이 남아있지 않다면, 복음은 최종적으로 소멸되어질 것이 확실하다. 사도들의 시대 이후로 점차 성경 언어들이 사용되어지지 않다가, 믿음과 전체 교회가 서서히 쇠락하였고, 교황의 통치 하에서는 완전히 밑바닥 깊은 곳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성경 언어들이 쇠퇴하면서 교회 안에서 뛰어난 증거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매우 크고 많은 무서운 혐오스러운 일들이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성경언어들을 몰랐기 때문이다. 한편, 성경원어들이 회복되어진 이후로는 밝은 빛을 가져다주었고, 전 세계가 놀라워할만한 그런 위대한 일들이 성취되었고 사도들이 가졌던 것과 똑같은 순수한 복음을 가지고 고백할 수 있게 되어졌다. 그 원래 순수성을 모두 다 모아가지고 있는데, 제롬의 시대나 어거스틴이 전에 파악했었던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루터는 성경의 충분성과 명료성을 확실히 세웠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일반성도들이 성경을 읽는다면 구원의 메시지를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반 성도들이 신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 풍성한 구원의 은혜를 다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루터는 평신도들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하는 원리"를 강조하였다.

루터는 1525년, 에라스무스와의 논쟁에서 「의지의 속박」에서, 성경이 명료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의구심이 많은 궤변가들의 주장이라고 논박하였다. 루터는 성경의 명료성과 충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은 사탄의 공작이라고 질타하였다.

"사탄이 사람들로 하여금 성경을 읽지 못하도록 겁을 주며, 성경의 가치에 대한 느낌들을 파괴하며, 그리하여 교회 안에서 독이 들어있는 철학이 지배하도록 실체가 없는 망령들을 이용하여 왔다. 성경의 많은 구절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하기에 무척 힘들다는 점을 나는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그 문제의 본질은, 그들의 주제를 높여줄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의 언어상, 문법적 무지에 기인하는 것이다. 성경 안에 있는 위대한 진리가 밝혀지고 있으며, 봉인이 뜯겨져서, 무덤에서 돌이 굴려졌듯이, 모든 비밀들의 거대함이 빛을 받게 되었다. 즉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인간이 되사, 하나님은 세 위격이 한분 안에 계시는 분이시라는 것,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서 고난을 당하셨다는 것, 영원토록 통치할 것이 아닌가? 이런 것들이 알려져 있지 않다가, 우리들의 거리들에서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약 단어들이 한 곳에서는 모호했다면, 다른 곳에서는 그것들이 분명하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과 열광주의자들의 성경에 대한 덧칠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로렌조 발라의 헬라어 성경 해석이 큰 자극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루터는 성경 모든 책들은 그 저자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가운데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경은 오직 성경 그 자체를 가지고 해석할 때에 빛을 발휘하고, 그 위대함을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성경은 그 자체가 빛이다.

루터는 결국 에라스무스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성경에 의존하였다. 성경은 스스로 정당성을 갖고 있고, 스스로 해석을 하도록 되어져 있는 책이다고 강조하였다.

5. 종교개혁의 현대적 교훈

루터와 종교개혁자들이 살았던 시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볼 때에, 동일한 흐름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16세기 유럽에서는 종교 사상적으로 형성된 스콜라주의와 대학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대두된 기독교 인문주의라는 학술적인 지식인들의 흐름들이 혼재돼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서 세속적인 오류와 회의론과 분열된 사상들을 분별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개혁자들의 성경적 안목이 거짓을 폭로해 주었다.

지금도 역시 비슷한 흐름들이 전개되어지고 있다. 신학적인 혼란과 지식의 교만함, 그리고 성경적인 각성을 촉구하는 노력들이 뒤섞여 있다. 의심하고 회의하는 철학과 과학에 맞서서 성경에 근거한 신학적 교훈들을 제시한 종교개혁자들처럼, 우리 시대의 문제들이 복잡하고 혼란스럽지만, 현대 교회에 대해서도 새로운 교훈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첫째, 현대 복음적인 교회들이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열광적이고 자발적인 열심주의(enthusiasm)이다. 인간의 내적인 열심은 일시적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객관적이다. 지나친 인간적 종교심과 헌신적인 경건주의는 성경적인 신앙의 내용들이 아니기 때문에 신학적 근거를 확고하게 갖고 있지 못하다. 지나친 열정주의는 각 교회마다 우월의식을 불러일으켜서 서로 색깔이 다르다는 것만을 내세울 뿐이다.

16세기 유럽 로마 가톨릭에서 강조하던 구원론에는 인간의 공로주의를 내세우고, 구원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자 스스로 노력해야만 한다는 교리를 강조하여 왔다. 개신교회와 복음적인 교회들은 이러한 잘못을 시정하려고, 복음을 성경에서 재발견하였다.

루터는 로마서 1장 16-17절에서 복음의 빛을 발견하였다. 성경의 권위를 최고의 경지에 놓고,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은총을 강조하여왔다. 그런데, 20세기와 21세기 교회들은 그런 복음의 핵심을 강조하지 않고, 다른 것들에 매달려있다. 복음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으로서, 특히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고, 죄인들을 위해서 흘리신 대속적인 보혈, 부활과 재림을 강력하게 선포하여 왔었다.

둘째, 오늘날 교회들은 종교개혁자들의 중요 교리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아주 사소한 것으로 취급하고 축소해버리고 말았다. 홀튼 박사는 교리에 대한 무관심과 축소주의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교회의 핵심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복음의 핵심 교리들과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성경의 중심 교훈들을 강조하여 교리적인 확신들에 기쁨을 갖는 것은 차츰 논쟁거리로 등장하고 말았다. 1920년, 워필드 박사가 미국교회를 향해서 엄중한 경고를 한 바 있다. "믿음에 의한 칭의 교리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아주 거창한 종교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종교개혁에서 강조한 것들은 창 밖으로 던져버렸다.... 죄와 은총에 관한 고백들이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우리들의 죄를 고백하려 들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들은 과거 로마 가톨릭의 성례주의에서 잘못된 것들과 별로 무관하지 않다.   

끝으로, 한국교회에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열정주의적인 부흥운동이 교회의 연례행사처럼 계속되어오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흥사들이 역설하는 것들은 인간적인 열정주의에서 나온 것들이 많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가는 정도의 도덕적 갱신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도처에서 신비주의와 혼합된 인본주의적인 기도원 운동을 조심해야만 한다. 지금도 여전히 인본주의적이고, 반펠라기안주의적 자력종교(semi-pelagianism)에 빠지지 않도록 신학적 분별력을 가져야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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