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구나 진화론만을 ‘과학’이라 주장하면 안돼”
얼마 전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 사퇴한 박성진 교수(포항공대)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지구의 나이를 6천 년이라고 주장하는 등 비과학적인 단체에 몸 담았던 자가 공직을 맡아선 안 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결국 박 교수가 자진 사퇴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한국창조과학회에 대한 교계 안팎의 관심은 한층 더 높아졌다. 급기야 "이단이나 사이비가 아니"라는 한국창조과학회의 해명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들은 25일 오전 서울 반포동 남서울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들의 주장과 신념 등을 소개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반 대중은 주로 한국창조과학회가 지구의 나이를 6천 년 정도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류 과학계가 '동위원소 측정' 등의 방법으로 지구의 나이를 대략 46억 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에서 6천년은 하나의 가설로 인정하기에도 지나치게 짧아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창조과학회는 46억 년이라는 것도 어차피 가설일 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라고 맞선다. 학회 회원인 권진혁 교수(영남대 물리학)는 "태양계가 훨씬 젊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과학적 증거도 동시에 존재한다"며 "달의 후퇴 속도로부터 얻어지는 달과 지구의 나이는 10억 년을 넘을 수 없다. 토성 테의 붕괴 속도로부터 얻어지는 태양계의 나이 역시 수천만 년을 넘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구의 나이가 6천 년이든, 46억 년이든 그것을 떠나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 우리가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없다고 강조한다. 다만, 저마다의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그것을 추론할 뿐인데, 마치 46억 년만이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지금의 분위기는 잘못된 것이라는 게 이들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점이라는 것이다.
한국창조과학회 한윤봉 회장(전북대 화학공학 교수)은 "진화론도 그런 오해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있어 진화론이 유일한 과학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사실 진화론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논거는 없다"며 "저 역시 철저한 진화론자였다가 바뀌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주장은 적어도 진화론과 창조론, 젊은 지구와 오랜 지구를 동일선상에 놓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한국창조과학회는 생명의 기원을 설명함에 있어 진화론을 부정한다. 어느 하나의 종류(種類)가 전혀 다른 종류로 진화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가령 물고기가 뭍으로 올라와 양서류가 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최근 기독교 내부에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유신 진화론'도 일종의 '타협'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
한 회장은 "결국 한국창조과학회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신을 부정하는 진화론에 맞서 하나님의 창조를 증거하고 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서 다소 오해를 낳았다면 그런 부분을 성찰하면서 보다 지혜롭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윤봉 회장은 기자회견 후 이어진 '제6회 선교사와 목회자를 위한 창조과학 세미나'에서 "진화론은 무신론적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이론"이라며 "사람들은 '진화론은 곧 과학'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하나님의 창조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에 의한 6일 동안의 창조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초과학적 혹은 초자연적 사건"이라며 "창조과학자들은 이런 피조세계에 보이는 것들이 창조의 결과인지, 진화의 결과인지를 논리적·과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어느 주장이 성경의 가르침에 더 일치하는지를 판단한다. 또한 창조과학자들은 결코 성경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다. 단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에 의한 창조의 결과들이 과학적으로도 맞다는 것을 증거하기 위해 성경말씀을 인용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