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헐크… 슈퍼히어로, 예수님 조롱 위해 탄생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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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욱주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下)>

▲영화 &lt;토르: 라그나로크&gt; 중 한 장면.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중 한 장면.

1930-40년대 초기 코믹스 황금기 시대만 하더라도 슈퍼히어로 장르는 단순한 하위문화에 불과했다. 이는 몇 년 지나면 사라질 일시적 유행으로 보였다. 실제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본격적인 냉전 개시와 함께, 이런 전망은 현실화되는 듯 보였다. 1950년대 초 미국 하위문화는 핵전쟁으로 인한 종말론적 위기와 냉전 첩보활동을 다룬 콘텐츠 양산에 집중했고, 슈퍼히어로 장르는 흔한 말로 '한물 간' 장르 취급을 받았다.

1978년까지 슈퍼히어로 장르는 대중에게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너드(nerd)/긱(geek)들의 매니아적인 호응은 여전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조잡한 TV 시리즈 혹은 저예산 B급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일거에 바꿔 버린 작품이 최초의 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맨(Superman: The Movie)>이다. 그 전에도 여러 슈퍼히어로 영화가 존재했으나, 모두 어린이나 매니아들을 관객으로 겨냥한 B급 영화로 연출이나 시각효과 모두 조악한 수준에 불과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슈퍼맨>은 1978년 당시 금액으로 5,5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 제작됐다. 영화 <대부(The Godfather, 1972)>로 헐리우드 대표 흥행작가 반열에 오른 마리오 푸조(Mario Puzo)가 각본을 맡았고, 당시 최고 중견배우였던 말론 브란도(슈퍼맨의 아버지 조-엘 역)와 진 해크먼(빌런 렉스 루터 역)을 캐스팅하는 등 블록버스터로서 손색이 없는 수준의 기획이 진행됐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성탄 시즌인 1978년 12월 15일 개봉됐다. 성탄 시즌은 전통적으로 할리우드 영화계의 최고 성수기다. 여기에 더해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연상케 하는 슈퍼맨 탄생 일화를 고려해 볼 때, <슈퍼맨>의 성탄 시즌 개봉은 당연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여겨졌다.

<슈퍼맨>은 슈퍼히어로 영화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수상 영화가 됐고(시각효과 특별공로상), 월드와이드 수익 3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간 조잡한 하위문화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슈퍼히어로 장르의 대중적∙상업적 흥행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했으며, 2000년대 초반 폭스의 <엑스맨> 시리즈와 소니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크게 흥행하기 전까지 DC 슈퍼히어로 영화 강세 유지의 시초가 된 작품이다(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은 마블 슈퍼히어로다).

▲영화 &lt;슈퍼맨&gt;의 한 장면. 슈퍼히어로 장르의 부활을 주도한 작품이다.

▲영화 <슈퍼맨>의 한 장면. 슈퍼히어로 장르의 부활을 주도한 작품이다.

◈슈퍼히어로와 학문적 고찰: 하위문화에서 학술 연구 대상으로 승격

이처럼 저급한 문화로 취급되던 코믹스나 B급 형태의 슈퍼히어로 장르가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값비싼 옷을 입고 대중적 인지도를 얻자, 문화비평가, 문학이론가, 문화철학자들 중 일부는 이 장르를 하나의 학문적 주제로 대하기 시작한다.

유럽 대륙에서는 <슈퍼맨> 흥행 전부터 이미 슈퍼히어로 코믹스 및 영화라는 문화현상에 대한 학술적 접근이 시작됐다. 대륙 학계에서 슈퍼히어로 장르를 학술적 연구 주제로 취급하기 시작한 인물로는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Gérard Barthes)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지목된다.

기호학이란 의미를 담아내는 여러 기호들(대표적으로 언어)의 생성과 작용과정을 연구하는 철학 사조다. 바르트는 1964년 '이미지의 수사법(Rhetoric of the Image)'이라는 논문을 통해, 에코는 동년 <계시록과 융화(Apocalittici e integrati)>라는 저서를 통해 슈퍼히어로 장르를 그들의 학술적 연구 대상인 기호 이미지로 취급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슈퍼히어로 영화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저서들. 표지만 보기에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내용은 전문적인 철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 책들은 A&amp;C Black, Perter Lang, Wiley-Blackwell, Wm. B. Eerdmans 등 전문 인문학 출판사들에 의해 출간되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슈퍼히어로 영화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저서들. 표지만 보기에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내용은 전문적인 철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 책들은 A&C Black, Perter Lang, Wiley-Blackwell, Wm. B. Eerdmans 등 전문 인문학 출판사들에 의해 출간되었다.

영미권에서 이것의 학술적 접근이 시작된 시기는 대륙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다. 1970년대까지도 청교도 정신이 미국 주류 문화계 및 학계에 심원한 영향을 주고 있었던 까닭인 듯하다. 미국에 비해 세속화의 속도 및 포스트모더니즘 발흥 시기가 빨랐던 유럽에서는 각종 문화현상에 대한 질적 차별의 정서가 희박했기 때문에, 슈퍼히어로 장르가 1960년대부터 이미 학술적 연구 주제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1978년 <슈퍼맨>의 성공을 통해 비로소 슈퍼히어로 장르가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영미권에서 처음으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학술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인물로는 대개 미국의 거장 만화작가이자 문학가 및 문화비평가인 윌 아이스너(Will Eisner)가 지목된다. 그는 1985년 <코믹스와 그래픽 서사 예술(Comics and Sequential Art)>이라는 저서를 출간함으로써, 슈퍼히어로 코믹스 이해에 대한 이론적 접근의 단서를 마련한다.1993년에는 만화가이자 문화비평가 스콧 맥클라우드(Scott McCloud)가 <코믹스 이해(Understanding Comics)>라는 저서를 출간하며 아이스너가 시작한 슈퍼히어로 장르의 이론화 작업을 발전시킨다.

현재 미국에서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문화철학적∙종교철학적 연구가 일상화된 상태다. 문화비평가뿐 아니라 각 대학 인문학 강사 및 교수들이 이 분야의 연구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주요 인문학 학술 출판사인 와일리-블랙웰(Wiley Blackwell) 등은 아예 이 분야에 관련된 연구논문집 시리즈를 연달아 출간하고 있다.

▲대중문화, 특히 영화에 대한 종교철학계의 본격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 &lt;매트릭스(1999)&gt;.

▲대중문화, 특히 영화에 대한 종교철학계의 본격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 <매트릭스(1999)>.

1999년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대성공 후로는 신학 및 종교철학계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매트릭스>는 DC나 마블 등에 속한 슈퍼히어로 서사는 아니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슈퍼히어로적 캐릭터를 등장시키는데다 다수의 기독교적 기호들을 가미하고 있어, 한때 문화에 관심을 가진 신학자 및 종교철학자들의 단골 분석 대상이 됐다.

이후 신학계 및 종교철학계 내부에서 영화 및 대중문화 연구에 대한 학자들의 거부감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현재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기독교적 비판과 해석 논문도 수시로 발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순전히 킬링타임 용도로만 여겨졌던 이 하위문화에 이공계 너드/긱뿐 아니라 인문학∙철학 전공자들이 이토록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슈퍼히어로 장르라는 문화현상이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의 대중적 요지를 점령하고 있는데다, 기독교적 서사들의 패러디에 가장 노골적으로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와 유대인: 골렘 신화와 캐릭터의 창조

슈퍼히어로 서사들의 대부분은 유대계 미국인 작가들에 의해 탄생했다. 대표적 인물로 마블에서는 스탠 리(Stan Lee)와 잭 커비(Jack Kirby)를, DC에서는 제리 시걸(Jerry Siegel)과 조 슈스터(Joe Shuster)를 각각 들 수 있다. 슈퍼히어로 장르 연구자들 중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주요 창안자들이 유대계 혈통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점이 슈퍼히어로 서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한 이들도 존재한다.

▲골렘 신화의 본고장 체코 프라하에 전해 내려오는 골렘의 형상.

▲골렘 신화의 본고장 체코 프라하에 전해 내려오는 골렘의 형상.

텍사스 공과대학(Texas Tech University) 소속 인문학자이자 대중문화 비평가인 로버트 와이너(Robert G. Weiner)는 슈퍼히어로 코믹스 주요 작가들이 유대인이었다는 점이 구약성서의 내러티브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창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것이 골렘(גֹּלֶם) 신화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다. 통상 골렘이라 하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나 마법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소설 등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로 생각하나, 이 말의 어원과 개념은 원래 구약성서로부터 나왔다.

시편 139편 16절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내 형질이 이루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여기에서 "내 형질이 이루기 전"을 히브리어 텍스트는 '갈미(גָּלְמִ֤י, gal'mi)', 즉 '나의 골렘(גֹּלֶם, 골렘이라는 단어의 1인칭 소유격 변화형)'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로써 골렘이란 아직 온전한 사람이 되기 전, 질료의 상태로만 머무르고 있는 육체를 가리키는 말로 정의된다. 그러므로 골렘이라는 말에는 하나님께서 어떤 영 혹은 생기를 불어넣으실 때 비로소 온전한 형질로 완성되는 몸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 골렘이라는 말이 신화적으로 재해석된 것은 1580년, 프라하의 유대인 게토(ghetto)에 거주하고 있던 랍비 유다 뢰브 벤 베자렐(Judah Löew ben Bezalel)에 의해서다. 뢰브는 유대교 신비주의 전통에 따라 이 골렘이라는 말로부터 연금술과 관계된 신화적 서사를 창작해냈는데, 이것이 오늘날 각종 허구 문학에 등장하는 골렘 신화의 시초라 볼 수 있다.

▲골렘 신화가 가장 잘 반영된 마블 슈퍼히어로 캐릭터, 헐크.

▲골렘 신화가 가장 잘 반영된 마블 슈퍼히어로 캐릭터, 헐크.

골렘 신화는 특히 마블 히어로 창조에 빈번하게 활용됐다. 마블 히어로 대다수의 창안을 담당한 스탠 리는 골렘 신화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 창조로 유명하다. DC의 주요 캐릭터들이 이미 완성돼 있는 신화적 존재들인 데 비해, 마블의 캐릭터들은 원래 슈퍼히어로의 격에 맞지 않는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가 사고나 실험에 의해 변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캡틴 아메리카(허약한 청년이었으나 신체 개조 실험으로 강인한 군인으로 변신), 판타스틱 4(우주에서 실험 사고로 신체 변화), 엑스맨(원래 능력이 없다가 비정상적 유전형질에 의해 능력 각성), 아이언맨(원래 평범한 신체능력을 가진 사업가였으나 테러집단에 잡혀간 후 심장을 특수 물질로 교체하고 아이언맨 수트를 장착), 스파이더맨(평범한 학생이었으나 거미에 물림), 헐크(전도유망한 과학자였으나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로 헐크로 변함) 등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다시 말해 토르, 로키, 발키리(원래 외계인이자 반신적 존재) 등과 같이 노르만 신화를 모티브로 창조해낸 캐릭터가 아닌 이상, 마블 캐릭터 대부분은 유대-기독교 전통의 창조기사를 모티브 삼아 창안된 것들이라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불어넣는 창세기의 창조 기사와 같이, 과학이라는 모습으로 포장된 신적 작용에 의해 '완성되지 못한' 슈퍼히어로가 '완성된' 창조에 이르는 이야기가 슈퍼히어로 탄생 설화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로써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완전한 사람이 창조되는 섭리와, 힘의 원천을 연금술과 같은 허구적 과학에 돌리는 그릇된 신격화의 사상을 은연중에 반영하게 된다.

◈슈퍼히어로와 그리스도: 성육신과 구원사역의 희화화

마블의 스탠 리와 잭 커비가 구약성서로부터 개작된 신화를 모티브 삼아 히어로들을 양산한 반면, DC의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는 신약성서의 기독론을 개작해 슈퍼맨이라는 걸출한 히어로를 창안했다. 사실 슈퍼맨 캐릭터의 서사와 기독론의 관계는 대단히 확연한 것이어서, 여러 종교철학 연구자들의 분석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안들.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기독론에 바탕을 두고 창안되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온라인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안들.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기독론에 바탕을 두고 창안되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단 슈퍼맨 일가의 이름부터 성서에 기록된 천사들의 이름을 연상시키는데다(아버지는 조-엘, 슈퍼맨의 본명은 칼-엘), 아기의 몸으로 농부 일가에게 '강림'했다는 점(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연상시킴), 성인이 되기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다는 점, 알래스카 지역에 본거지를 만든 뒤 메트로폴리스에서 본격적으로 슈퍼맨으로 활동한다는 점(예수의 성장과 공생애를 연상시킴), 초월적인 힘으로 사람들을 '구원'해 내는 일에 전념한다는 점 등이 슈퍼맨 캐릭터 설정에 얽힌 기독론적 모티브라 할 수 있다.

마블의 스탠 리나 잭 커비와 달리,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는 미국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대표 캐릭터를 고안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리 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기독론 패러디'는 이내 미국 미디어 업계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졌다.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창안을 기점으로, 미국의 영웅 서사를 다룬 영화 대부분은 하나의 공통된 특징을 갖게 된다. 영웅적 주인공들 대부분은 타인을 구하려는 자기 희생의 정신에 따라 움직이고, 이로 인해 죽거나 혹은 거의 죽기 직전에 이른다. 그리고 구원의 행위가 종결되면 다시 부활한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허황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다음에 제시하는 바와 같이 다수의 영화 속 서사에 이런 설정이 반영되어 있다.

-《E.T(1982)》: 외계인이 병에 걸려 거의 죽었다가 외계의 전파를 받고 살아난다.

-<코난 더 바바리안(1982)>: 주인공 코난이 죽었다가 연인의 희생으로 부활한다.

-<매트릭스(1999)>: 주인공 네오가 스미스 요원의 총격에 죽었다가 연인 트리니티의 믿음으로 부활한다.

-<반지의 제왕(2001)>: 주인공 프로도가 세상을 구하는 임무 완수 후 거의 죽기 직전에 이르렀다 살아난다.

-<트랜스포머(2007)>: 이 시리즈에서 외계로부터 온 수호자 옵티머스 프라임은 몇 차례 죽었다가 부활한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011)>: 주인공 해리 포터가 살인 주문을 맞고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소생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주인공 브루스 웨인이 핵폭발을 막아 내고 장렬히 죽은 것처럼 보였으나 이후 안전하게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어벤저스(2012)>: 아이언맨이 희생적으로 핵폭발을 막아낸 뒤,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가 소생한다.

-<겨울왕국(2013)>: 동생 안나가 언니 엘사를 구하려다 얼어 죽고, 다시 엘사의 사랑으로 부활한다.

-<킹스맨(2014)>: 킹스맨 에이전트인 해리가 빌런 발렌타인의 총에 맞아 거의 죽었다가 소생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2016)>: 슈퍼맨이 빌런 둠스데이와의 전투에서 죽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부활을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미녀와 야수(2016)>: 야수가 악역 가스톤에 의해 죽었다가 벨의 사랑으로 부활한다.
 
▲그리스도의 성육신, 구원사역, 부활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영화들.

▲그리스도의 성육신, 구원사역, 부활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영화들.

마블 편에도 기독론 패러디에 정확하게 상응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이번에 개봉한 영화의 주인공인 '토르'다. 이번 <토르: 라그나로크>는 특별히 헐크와 토르 두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연기가 돋보이는데, 흥미로운 점은 헐크는 구약성서로부터 유래된 골렘 신화가 가장 집약적으로 반영된 캐릭터이고, 토르는 신약성서의 그리스도에 대한 서사가 가장 집약적으로 반영된 캐릭터라는 점이다.

토르는 애초 설정부터 슈퍼맨과 같이 명백하게 기독론을 반영한 모습을 보인다. 원래 아스가르드라고 하는 이상적 세계의 왕위 상속권자인 토르는 모종의 이유로 힘을 잃고 평범한 인간이 되어 지구로 추방된다(신의 성육신). 그는 지구에서 연인이 된 제인 포스터를 비롯해 주변인과 많은 사람들을 반역자 로키의 흉계로부터 구해 내고 대신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자기희생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그의 신격은 회복되고, 신물 묠니르(망치)는 그에게 부활과 힘을 선사한다. 이렇게 부활을 맞이한 후, 토르는 다시 차원 이동의 다리인 비프로스트를 타고 승천해 이상 세계 아스가르드로 돌아간다.

이처럼 <토르> 시리즈는 신구약 성서 전반에 깔린 인간이해 및 기독론을 대중의 구미에 맞게 개작해서 신화적으로 각색한 서사를 기술한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빌런 헬라가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키자, 토르가 아스가르드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지구로 탈출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결말 역시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약의 방주기사 및 계시록 종말론 모티브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DC의 그리스도가 슈퍼맨이라면, 마블의 그리스도는 토르인 것이다. 이 점이 이번 <토르: 라그나로크>를 통해 명확해진다.

이런 플롯과 연출은 포스트모던 문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다. 포스트모던 문화는 종교 및 문화 전통의 원본성을 해체하고, 오늘날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맞게 재해석 및 재구성하는데 주력한다. 그 이유는 포스트모던 문화의 근저에 '환멸'이라는 정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lt;토르: 라그나로크&gt;의 한 장면. 토르는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구원사역을 희화화한 캐릭터다.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의 한 장면. 토르는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구원사역을 희화화한 캐릭터다.

협의의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을 계승하는 동시에 반발한 결과로 탄생한 문화사조라 말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근본정신은 모더니즘이 지향해 온 이성중심적, 과학적, 객관적 사고, 그리고 사람 스스로의 역사적이고 윤리적인 발전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대한 극심한 실망감에서 비롯된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인류가 현재까지 전수해 온 모든 전통에 대한 환멸의 정서를 함축하고 있다.

종교 및 문화 전통의 원본성 훼손은 기본적으로 이런 전통들에 대한 환멸과 조롱의 정신을 반영한다. 이 정신의 대표적 실천 행태인 패러디는 원작을 재해석 및 재구성하되, 지극히 냉소적인 풍자 및 희화화를 동반한다. 이런 희화화는 지금까지 인류를 지배해 온 여러 전통들의 원본적 형태가 오늘날 우리의 실존적 현실에는 무가치하다는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토르: 라그나로크>를 비롯해 헐리우드가 연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다수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구약의 창조기사 및 신약의 기독론과 종말론을 희화화함으로써 신앙의 내용들을 한낱 상업화된 신화의 재료 정도로 격하시킨다. 그래서 이 장르에 속한 영화들은 대부분 장엄함과 유머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다.

신적인 것에 대한 경이를 영화의 장엄한 분위기로 변환하고, 종교적 가르침에 대한 환멸과 조롱의 정서를 농담으로 가득한 유머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본 칼럼의 서론에서 슈퍼히어로 영화들에 대한 기독교적 평가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영화들의 이면에 담긴 기독교에 대한 확연한 조소의 정서 때문에, 이들을 단순한 킬링타임용 볼거리로 간주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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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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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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