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하다 다량의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 오모 씨(24)가 우리나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 중심에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구해낸 이국종 교수(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가 있다.
온 국민을 넘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은 이 사건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엉뚱한 곳에서 불똥이 튀었다. 소위 '국방전문가'라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SNS를 통해 이국종 교수를 비판하면서다.
김종대 의원은 17일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다. 사경을 헤매며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며 "'이런 환자는 처음'이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몸 속에 기생충이 있다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 '인격 테러'라는 말은, '언어 테러'라 할 만하다. 기생충은 구충약을 일정 기간마다 복용하지 않으면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약국에서 구충약을 파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기생충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북한이 그들 말대로 기생충도 없는 '지상낙원'이라 여겼던 것인가?
기생충이 '인격 테러'라면, 그 성분 좋은 북한 JSA 운전병에게도 기생충이 다량 발견되게 한 북한의 정권과 체제를 비판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그럴 자격을 상실했다. 북한과 똑같은 짓을 했기 때문이다. 저는 기생충의 나라 북한보다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이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북한에 대한 '비판권'을 반납했다.
그뿐인가. 군사분계선까지 넘어와 도망가는 병사에게 총질을 해댄 잔악한 이들에 대해서도 '정전협정 위반' 한 마디로 퉁치고 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지구에 사는 기생충들"이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동원해 가며 이 교수를 비난한 이 글의 제목은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이다.
이 글에 국민들이 분노하자, 그는 22일 또 다시 '이국종 교수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당시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다"며 의료법 제19조 위반을 운운하고 나섰다. "병사가 회복되는 데 대해서도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도 했다. 왜 감사나 다행이 아니라 '축하'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언어 테러'도 핵심을 잘못 짚었다. 이국종 교수의 기생충 언급은 외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술로 봉합한 곳을 기생충이 터트릴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는 그 어디서도 "한 인간의 몸이 똥과 벌레로 오염되었다"고 말한 바 없다. 김 의원은 국방 지식만 쌓다 보니, 보건의료에 대한 지식이 일반인의 상식 정도에도 못 미치는가?
여기에 문재인 정권 들어 지상파 TV에까지 진출한 '음모론 전문가' 김어준 씨도 가세했다. "과거 서구 제국주의가 동양의 대한 우월성을 확인하고 동양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양을 비위생, 전근대, 야만의 이미지로 형상화했었다"며 "'환자 인권'으로 표현된 김종대 의원이 느낀 불편함의 본질은, 우리 남한이 목숨을 걸고 귀순한 한 병사의 기생충까지 동원해서 북한에 대한 우월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그런 졸렬함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우월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 병사의 기생충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북한에 대한 남한의 절대 우월성을 모르는 이들이 따로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 이국종을 비난하고 김종대를 감싸는 이들이나, 이국종도 옳고 김종대도 옳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졸렬함'이라는 단어는, 바로 등 뒤에서 총질까지 해 가며 귀순을 막은 북한 정권과 병사들에게 어울리는 말 아닌가.
실제로 '이국종도 옳고 김종대도 옳다'는 글이 등장했다. 노컷뉴스라는 언론은 김종대 의원의 22일 해명을 소개하면서 "오해와 비난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가리키고자 했던 지점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측면이 있다", "이국종 센터장의 우직한 인술이나 김종대 의원의 까칠한 문제의식은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을지언정 서로 다툴 일은 아니다"고 감싸고 있다.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탓하는 오해와 편견이 나쁠 뿐"이라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지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 현장 상황이나 현장요원들의 고뇌, 그리고 왜 그렇게 발표를 했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그런 이야기를 쉽게 한다는 것에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교수는 '팩트'만을 이야기했지만, "잘못된 정치와 이데올로기(김종대 의원 17일 글)" 때문에 비난받았다. 북한 주민이나 군인들의 그 실상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이들에 의한 비난이다. "몸 안의 진실은 은폐되어야 한다. 그것이 평화(17일)"라고 말하는 김 의원은, '신체발부 수지부모' 같은 유교적 폐습을 벗고 장애인 또는 환자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시선과 의식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러한 북한의 실상과 인권 현황을 하루빨리 개선시키고 통일을 이뤄내야 할 사명과 비전이 있다. 그러나 김종대 의원의 글에 동의를 표하거나, 양비론을 펴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다행인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이번 '설전 아닌 설전'을 진영 논리가 아닌 '상식과 정의'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종대 의원이나 김어준 같은 이들에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왜 한 마디도 하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 이제는 그들이 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