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하나님의 완전한 계시,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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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기독교를 계시의 종교라 함은, 하나님은 인간의 지혜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계시로만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죄로 하나님에 대해 무지해졌을 때만 아니라 타락 전에도, 그의 생득적 지혜로는 완전한 하나님 지식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존재적 계시(existence revelation)'가 있었고, 하나님의 신성이 내재된 만물계시(롬 1:20)도 있었지만, 그것들만으로는 하나님의 완전한 계시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너무 크고 광대하셔서, 인간의 하나님 지식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 편린적이어서, 2위 성자의 말씀(λόγος, logos)의 계시 없이는 제대로 알려질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삼위일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분 하나님이신 성부, 성자, 성령 각 위(位)는 오직 삼위일체적으로만 알려지십니다. 흔히 삼위일체 하면 고도의 신학 수련을 받은 전문 신학자들의 사변적 지식인 줄 아나, 사실은 구원받은 모든 성도들의 보편적 지식입니다. 만일 누가 삼위일체적으로 하나님을 모른다면, 그는 아직 하나님을 모르는 것이고, 그런 사람을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성자 그리스도가 창세 전부터 말씀(λόγος)으로 하나님과 함께 계셨던(요 1:1) 이유도, 성부 하나님을 계시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크신 하나님은 성자 로고스(λόγος)를 통해서만 알려질 수 있으며, 그 없이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신다면 인간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자들은 더 말씀하지 아니하시기를 구하였으니(히 12:19)."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을 때, 동원된 '말씀(히 11:3, 벧후 3:5)'이 바로 '성자 로고스'였습니다.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창 1:3)" 말씀하셨을 때 그 '말씀'이 '성자 로고스'였고, 그 로고스로 인해 빛이 생겨났습니다.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다(골 1:16)"고,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 1:3)"고 한 말씀이 그 뜻입니다.

인간이 타락하여 하나님에 대해 깜깜해진 후에는,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들을 통해 하나님이 알려졌습니다. 그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간에게 말씀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죄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출 25:22)", "성령이 선지자 이사야로 너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것이 옳도다(행 28:25)", "옛적에 선지자들로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히 1:1-2)".

성육신하신 2위 성자도-성부가 그랬듯이-육체로 나타난 그의 '존재적 계시(existence revelation)'만으로는 온전히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셨을 때, 그를 알아보고 영접하는 자들이 없었습니다.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하였으나(요 1:10-11)".

성자는 오직 아버지와 성령으로 말미암아 삼위일체적으로 알려지도록 경륜되었습니다. "내가 만일 나를 위하여 증거하면 내 증거는 참되지 아니하되 나를 위하여 증거하시는 이가 따로 있으니 나를 위하여 증거하시는 그 증거가 참 인줄 아노라(요 5:31-32)", "증거하는 이는 성령이시니 성령은 진리니라(요일 5:7)".

많은 사람들이 성육신을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보이도록 나타난 하나님의 '존재적 계시(existence revelation)'로 알지만, 사실 성육신의 근본 목적은 계시가 아닌, 육체에 죄를 담당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계시가 목적이었다면 당연히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골 1:15) 이스라엘 땅을 밟고 다니셨지만, 성부와 성령의 계시를 받은 소수 외는, 그를 하나님으로 알아보는 이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향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고백한 베드로를 보고,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마 16:17)"라고 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오직 아버지의 성령으로만(삼위일체적으로) 알려진다는 뜻이었습니다.

사도 요한이 예수를 자기보다 앞서 계신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알아 본 것도 성령으로 말미암았고(요 1:29-34), 다음의 구절도 동일한 어조입니다. "내가 아버지께로서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 곧 아버지께로서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거하실 것이요(요 15:26)."

하나님이 보이는 사람의 육체를 입고 나타났음에도, 그의 정체성이 사람들에게 가려졌음은, 삼위일체적 계시 없이, 위(位)의 '존재적 계시(existence revelation)', 곧 보고 듣고 만져지는 육체의 현현만으로는 알려질 수 없다는 사실을 증거합니다.

그 몸의 못자국과 창자국을 본 후에야 비로소 예수를 하나님으로 알아 본 도마를 향해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이 복되도다(요 20:29)"고 하신 것은, 오감에 의존된 그의 믿음의 불완전성을 타박한 말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알았다고 한 것은, 드러난 그의 육신을 본 때문이 아니라, 삼위일체적 계시 때문이었습니다. 사도 요한이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주목하고 우리 손으로 만진 바라(요일 1:1)"고 한 것은,-자신이 예수님을 직접 본 것은 사도됨의 확증이라는 뜻이지만-삼위일체적 계시로 알려진 예수 이해는 마치 보고 듣고 만지는 오감의 체험처럼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오늘 사람들이 자신이 예수님과 동시대에 태어나 예수님을 오감으로 직접 경험했다면, 지금보다 더 예수를 잘 믿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예수가 유대인들 앞에 나타났을 때, 그를 하나님 아들 그리스도로 믿는 믿음이 더 북돋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에 빠뜨려졌다고 말합니다. "유대인들이 에워싸고 가로되 당신이 언제까지나 우리 마음을 의혹케 하려나이까 그리스도여든 밝히 말하시오 하니(요 10:24)."

이는 보고 듣고 만지는 오감이 진정한 신앙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는 반증입니다.  만일 우리의 신앙이 보이는 것에 좌우된다면, 성육신하기 전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보고 즐거워했던 아브라함이나(요 8:56), 그리스도를 보지 못함에도, 믿고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벧전 1:8)고 가르친 베드로는 다 실없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믿음에 확신을 북돋도록 보냄을 받은 성령의 사역도(살전 1:5) 불필요해집니다.

제자들의 경우에도, 성자 그리스도가 복음을 이루시고 승천하므로, 오감의 기능이 불필요해지고, 하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성령을 힘입었을 때, 오히려 믿음이 더 확실해졌습니다.

끝으로 3위(位)인 성령 역시,-성부와 성자가 그랬듯이-스스로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그리스도의 증거에(삼위일체적 증거에) 의존되어 있음을 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성령이 자신을 나타내는 방식은, 선포되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므로 자신을 드러내는, 상호 교호적(interactive) 방식입니다.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누군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하면, 성령이 그것을 듣고 "아 저건 내가 증거 해 주어야 하는 말이네" 라며 그 말에 찰싹 붙어 증거해 주는데, 그 증거 과정에서 성령이 복음을 말하는 자와 듣는 자에게 현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에 의해 복음이 선포되지 않으면, 성령은 복음을 증거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성령이 복음을 증거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 성령이 자신을 나타낼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복음 선포'와 '성령의 나타남'은 불가분이므로,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말하지 않으면 성령을 실업자로 만들고, 그의 나타나심도 봉쇄당합니다. 그리스도인의 복음전파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하나님의 구원 경륜을 이룰 뿐 아니라, 성령의 나타남의 첩경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령 체험을 원하며, 그것을 획득할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결연성까지 보입니다. 그들 중에는 다행히 좋은 교사를 만나 건전한 성령체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비주의자나 종교다원주의자들에게 낚여 영적 파산을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정한 성령체험이란, 한 마디로 성령의 증거에 수반되는 성령의 현현에 연루되는 것입니다. 복음 증거를 첫째 사명으로 삼는 성령은, 그 어디에서보다 복음이 증거되는 곳에 자신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성령체험의 방법이며, 또한 성경의 약속이기도 합니다(요 15:26). 그리스도의 복음과 연관성 없이 발생되는 성령체험은 신뢰할만한 것이 못됩니다. 칼빈(John Calvin)도 언제나 성령과 말씀을 연관지었으며, 그에게 붙은 '성령의 신학자'라는 별명은 '말씀의 신학자'라는 별명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존 번연(John Bunyan),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조지 휫필드(George Whitefield) 같은 청교도들의 성령체험 역시, 복음이 말해지는 강단과 전도 현장에서 연루된 경험이었습니다.

오늘 누가 성령 체험을 하기를 원한다면, 이상한 방법을 쓰지 말고 지금 밖으로 나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우리 죄값을 지불하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입니다"라고 말하십시오, 그러면 성령께서 당신이 전한 그 복음을 증거해 주시며, 당신에게 자신을 나타내 주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들은, 한 분 하나님의 각 위(位)는 삼위일체적으로만 알려진다는 사실들을 설명한 것입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byterian@hanmail.net)
저·역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쉽게 풀어 쓴 이신칭의(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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